“여기서 눈을 제거하면 각도가 사라지며 무지개도 사라집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여러분이 보는 무지개를 못 봐요. 눈이 다른 위치에 있거든요. 이 공간은 당신의 존재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무지개의 존재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어요. ‘나의 두 눈을 믿고 세상과 호응하는 나이 능력을 의존하느냐’가 문제죠”
“의미 부여”, 일상 속 작은 말, 행동과 같은 레퍼런스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행위를 말한다. 누군가는 지나친 이상화, 보편적이지 않은 특성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저 태어날 때부터 자동으로 장착되어 있는 하나의 카드였다. 가끔은 이 카드가 매우 부끄럽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엔 자랑스럽지 않고, 생각만 많아져 잠 못 드게 하는 벌칙 카드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그래서 휴지통에 이 카드를 버릴까 말까, 수납할까 보관할까 여러 번 고민해 왔다. 적어도 이 책과 나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기 전까지는! 위에서 인용한 책의 문장을 읽자 나는 카드를 죽을 때까지 알차게 활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나의 작품을 보더라도, 여러 개의 작품을 제작하더라도 제작물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은 각자 다르고 서로의 관점에서 절대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 내가 마주하고 있는 공간과 이 흐름은 오로지 ‘나’라는 프레임에 맞춰 제작되지만, 내가 그 프레임에 대한 신뢰를 잃는 순간 타인이 아니라 나조차 그 공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 참 무섭고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그 프레임을 무시하고 과소평가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창작자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감히 시도조차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까지 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책장을 넘김과 동시에 여러 번 반복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에디터, 창작자, 콘텐츠 제작자’ 모두 대중의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 의미 부여라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소재가 타인에게 흡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해답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했다.
결국은 설득의 문제라는 말. 이 책에서 가장 쿵하고 가라앉는 부분이었다. 길게 늘어지지도 않았고, 추가적인 부연 설명도 필요 없었다.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은 우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주관의 산물인데, 어떤 주관은 여러 이유에서 설득력을 가져 보편의 차원에서 자리 잡는다. 냉철하게 숫자를 보는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크나큰 공감을 느꼈다. 대중은 객관적이어서 무언가에 끌려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주관에 끌린다는 의미인데, 아무리 주관적인 콘텐츠여도 어떻게 설득하고 전달하는지에 따라 효과적을 전달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글을 자주 쓰는 사람으로서,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진로를 설정해 나가고 있는 취준생으로서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SCAMPER의 원칙에 따라 단순히 설득을 넘어서 객관과 주관이 쓰고 있는 각각 우등과 열등이라는 모자들을 벗겨버리는 그런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책장을 덮으며 마음속에 새겼다. 오늘은 그럼 그중에서 E(eliminate) 제거부터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