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화가들의 그림 속에 놓인 꽃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꽃만 그려진 정물화를 말이다.
그 꽃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찾아보기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화가들의 꽃을 잘 알지 못한다. 고작해야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정도만 떠오를 뿐이다.
과연 어떤 화가들이 어떤 꽃에 마음을 빼앗겼을까.
그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책 <화가들의 꽃>이 찾아왔다.
이 책은 화가들의 꽃에 대한 잡지에 가까워 보인다. 감각적이면서 깔끔한 디자인이 꽃을 담은 그림들을 더욱 조명한다. 그도 그럴 게 이 책의 지은이 앵거스 하일랜드와 켄드라 윌슨은 각각 그래픽디자이너이며 원예 잡지 등 다양한 잡지사와 일하는 디자이너 및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25개의 목차로 이루어진 이 책은 화가에 관한 한 페이지 설명과 함께 108가지 꽃 그림을 피워낸다.
이 설명 페이지를 읽다 보면 더욱 듣고 싶어지는 화가들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래서 그 꽃은 이 화가에게 무슨 의미였길래 그렇게 중요했지? 이 화가는 왜 하필 그 꽃을 키웠을까.’
다양한 궁금증이 이는 대목은 많지만, 이 책은 간략한 설명만 담고 있기에 해당 화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꽃과 어떤 에피소드가 있는지 짧게만 보여준다. 그러므로 화가와 꽃 사이의 유기적이고 상세한 에피소드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도 그럴 게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이렇게 일러둔다.
“《화가들의 꽃》은 시대를 초월하는 온갖 꽃을 보여주는 화보집 같은 책입니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구성이 있다면 바로 그림과 설명 페이지 중간마다 줄기처럼 내용을 잇는 꽃에 대한 한 마디 페이지였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꽃에 관한 이야기는 읽다 보면 시의 한 구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 이 한 마디로 화가들의 그림을 더욱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본 적 없던 다양한 화가들의 꽃을 향유하는 일은 흔치 않고, 그것을 이 책이 맛볼 수 있게 한다.
3월임에도 아직 밖은 추위와 마른 가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꽤 이른 봄 내음이 불어오는 것 같다. 불현듯 지나가다 받은 꽃 한 송이가 마음을 간지럽히듯, 불현듯 찾아온 화가들의 꽃 그림이 마음을 위로한다.
“‘예술은 꽃이고, 인생은 초록 잎이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가 1902년에 말했다.” - 19p
그림 안에 화가들의 인생과 예술이 모두 담겼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리 매혹적이면서도 따사로운 걸까. 3월에는 <화가들의 꽃>을 먼저, 4월 즈음엔 길거리의 꽃을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지속되는 추위에 조금 지쳐버린 이들에게 이 <화가들의 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