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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현대시, 국악을 만나다 – 서의철 가단의 <님이 침묵한 까닭?>


 

전통음악이 현대 문학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이번 서의철 가단의 공연 <님이 침묵한 까닭?> 역시 한용운, 오상순, 김수영, 김영랑, 윤동주, 정지용, 김소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국악 작창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관람 전부터 큰 기대를 자아냈다. 익숙한 시어들이 남도 특유의 한(恨)과 음악적 리듬 위에서 새롭게 빚어질 때, 과연 어떤 새로운 미적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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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소리의 아름다운 조우


 

이번 공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음악적 완성도와 세련된 무대 미학이었다.

 

소리꾼들이 옛 소리꾼들의 복식을 재현한 의상으로 무대에 오르고 악기 연주자들도 단순한 배경 연주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직접 소리꾼들과 호흡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연출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소리꾼과 악기가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순간은 공연의 백미라 할 수 있었다.


또한, 공연의 제목이자 테마였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중심으로 육자배기와 흥타령의 깊고 묵직한 정서를 연결 지으며 동양 철학적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했던 기획 의도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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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공연이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아이디어


 

공연을 한층 더 깊이 감상하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안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 가사 전달을 돕는 친절한 장치


국악으로 시를 부를 때 시의 운율과 국악의 장단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한 시라 하더라도 전문을 모두 기억하거나 빠르게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공연 중 짧은 자막이나 프로그램 북을 통해 현재 어떤 시를 부르고 있는지 이 시가 공연에서 왜 중요한지를 간략하게 안내해 준다면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간단한 서사의 연결고리


이번 공연은 여러 소리꾼들이 병렬적으로 등장하여 각자 다른 시를 부르는 구조였다. 이런 형식일수록 각 무대 간의 연결성을 부여하는 짧은 서사나 상황 설정이 있다면 관객에게 더 다정한 공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며 시를 읊는다'는 간단한 설정만 있어도 관객은 더욱 쉽게 공연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연출 의도의 구체화


연출진은 '중머리(중모리 장단)와 육자배기의 본질을 통해 삶의 궁극적 물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연에서는 이 메시지가 암시적으로만 드러나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짧은 해설이나 에필로그 같은 장치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관객은 공연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을 더욱 분명하게 느끼고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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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특유의 감성과 현대시의 만남


 

남도 소리는 특유의 깊은 울림과 정서로 인해 청중의 마음을 깊숙이 움직인다. 여기에 현대시의 아름다운 시어들이 결합된다면 분명 독특하고 감동적인 미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그런 가능성을 확인한 값진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통 판소리나 창극과는 달리 현대시를 국악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이 보다 친절한 안내와 구성의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폭넓은 관객층과 소통할 수 있는, 더욱 깊이 있는 감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연이 점차 발전하며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며


 

공연의 구성과 기획, 그리고 무대적 요소가 이미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서의철 가단의 이번 작품은 앞으로 더욱 깊이 있는 무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무대 설계와 의상, 연주자와 소리꾼들의 조화로운 협력은 공연의 예술적 가치를 한층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며 이를 바탕으로 보다 다채로운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공연에서는 시가 지닌 서정성과 철학적 깊이를 관객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객과의 교감을 더욱 강화되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다 풍성하게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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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국악 작창을 결합한 이번 공연 <님이 침묵한 까닭?>은 관객에게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과 경험을 제공했다. 전통과 현대, 시와 소리라는 서로 다른 요소가 만나 빚어낸 독특한 아름다움과 그 잠재력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침묵' 속에 담긴 깊은 철학과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전하는 무대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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