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세로형_700x980.jpg


  

 

1. 미피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 사소함이 주는 강한 상징성과 여운


 

미피를 보면 나에게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대학원 선배이다. 선배가 생각나는 이유는, 선배가 미피에 대한 엄청난 팬이기 때문이다. 그 선배와 꽤나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선배를 알게 된 이후부터 그에게 주는 모든 생일 선물은 전부 미피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사실 조금 이기적인 입장에서, 친한 사람이 강한 상징성을 지닌 사람이면 조금 편할 때가 있다는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생일 선물을 고를 때 무슨 선물을 줄지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좋아하는 아이콘과 관련된 굿즈 안에서 선물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피는 직선과 곡선만으로도 표정이 드러난다. 그래서 미피는 귀엽다. 앙증맞게 엑스 자로 다문 입과 타원형의 동그란 눈 그리고 미피의 상징적인 주황색 옷 그 세 가지 요인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미피를 상징한다는 점을 곧바로 알 수 있다.

 

그렇게 미피는 어느덧 탄생 70주년이 되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는 미피의 생일을 축하하는 여러 편지들을 찾아보는 컨셉의 전시회가 개최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에서 나 역시 편지를 받은 미피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KakaoTalk_20250307_132011928_01 (1).jpg

 

 

미피가 편지라는 매체를 통해 듣는 이야기는 지극히 사소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소함이 미피와 미피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든다. 굿즈 중에 미피의 에피소드를 다룬 동화책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미피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서 버스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내용이었다. 그 에피소드 역시 보통의 인간이라면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사소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보편적일 수 있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미피의 여러 에피소드를 보면서, 어렸을 때 서툴더라도 나 스스로 해낸 경험들과 그때에 느꼈던 감정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집에 방문했을 때의 기쁨, 케이크 가게에서 사탕을 훔친 것이 부끄러워 엄마에게 말했을 때의 슬픔 그리고 부모님과 미술관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호기심 등이 모여 한 성숙한 인격체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미피가 (나보다 나이가 많긴 했지만) 서툴더라도 그 경험을 스스로 겪어내는 모습이 정말 사소하고 소박해서 또 너무 귀여웠다. 이 마음이 어쩌면 느린 한발 한발을 걸어가는 아기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일러스트와 드로잉을 배우는 시점에서의 미피 감상하기


 

나는 작년 11월부터 모션 그래픽을 배우기 위해 포토샵과 일러스트 등의 여러 어도비 프로그램을 학원에서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한 드로잉 과정도 동시에 밟고 있다. 어렸을 때 미술을 배우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20년 가까이 지나 올해부터 여러 디자인 프로그램에 대해 바쁘게 배워가면서 그 아쉬움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content-pixie-2bKHyFH_S7o-unsplash.jpg


alexander-shatov-k1xf2D7jWUs-unsplash.jpg

 

 

그렇다 보니 요즘은 전시나 공연에서 시각적인 구조물이나 어떤 특정 형태를 접했을 때, 그것이 어떻게 구상되어 어떠한 기술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디자인 이론에 따르면, 트위터(Twitter) 앱 로고가 바로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는 비율인 황금비(1:1.618)를 따라 제작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비록 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운지 4개월 남짓 정도 된 초보자이지만, 형태적으로 보았을 때 미피의 형태 자체는 단순하다. 미피의 형태는 (심지어 미피의 입까지도) 곡선을 이용하여 펜툴(Pen Tool)로 그리면 충분히 우리도 그려낼 수 있다.

 

하지만 그 형태가 단순하다고 해서 그 형태를 떠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미처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전시회에서는 작가 딕 브루너가 미피를 구상하기까지의 과정과 미피 드로잉 초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예술작품을 포함한 모든 결과물은 수많은 단계를 거친 기획과 구성의 산실이다. 그 결과물은 구상 당시부터 형태가 확정되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결과물은 구상의 실행 과정에서 수정되어 변화되기 마련이다.

 

단순한 형태의 미피에게서도 그 결과물이 '깔끔한 단순함'이 되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작업과 단계를 거쳐 완성된, 그리하여 작가 딕 브루너의 애정 어린 손길에서 탄생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던 전시였다.

 

 

 

산 기념품 자랑하기


 

KakaoTalk_20250307_132011928_02.jpg

 

 

전시의 마지막 코너에 있는 굿즈샵에서, 필자는 꽃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은 미피 엽서와 랜덤 핸드폰 거치대를 샀다. 랜덤의 결과는 노란색 옷을 입고 초록색 쇼파에 앉아있는 보리스 굿즈였다. 핸드 메이드 봉제 인형이 너무 예뻐서 사려고 하니 가격이 다소 사악해서 사지 못했다.

 

귀여운 기념품들이 많으니 굿즈를 구경해보는 것도 하나의 전시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