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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어느 대학을 갈지, 어느 회사에 다닐지와 같이 일생일대의 중요한 선택들도 있지만 때로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등의 사소한 선택지가 인생을 뒤흔들만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매번 선택의 순간에 놓인 인간은 항상 ‘만약에’라는 상상을 한다.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3월 2일 뮤지컬 <이프덴>이 막을 내렸다. 뮤지컬 <이프덴>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각각의 길을 선택했을 때 펼쳐지는 두 가지의 다른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이혼 후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10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녀는 그 첫날부터 선택의 갈림길 위에 놓인다. 이웃 ‘케이트’를 따라간 리즈의 삶과 동창 ‘루카스’를 따라간 베스의 삶이 무대 위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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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와 베스의 삶은 빠른 속도로 전환되며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두 캐릭터의 삶은 안경과 조명을 통해 명확히 구분된다. 무대 위에 리즈의 삶이 펼쳐질 때는 주황 계열의 밝은 조명이 비치며, 베스의 삶이 펼쳐질 때는 푸른 계열의 조명이 비친다. 베스일 때 안경을 쓰고 나오는 점도 둘을 구분하는 포인트가 되다.

 

앙상블들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진다. 동일 인물이지만 리즈의 삶이냐, 베스의 삶이냐에 따라 인물들은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도, 만나는 타이밍도 조금씩 다르다. 비슷한 듯 다르게 얽힌 두 인물의 평행 세계가 무대 위에 병렬적으로 나열된다.

 

아주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리즈는 사랑을, 베스는 일을 선택하였고 그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둘 중 어느 쪽의 삶도 완전히 옳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각자의 삶 속에서 리즈와 베스는 저마다의 좌절과 고통, 상실감을 겪는다. 자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며 자책하고 후회한다.

 

그러나 작품의 마지막, 엘리자베스는 더 이상 선택의 반대편에 미련을 두며 후회하지 않기를 결심한다. 삶은 연속된 선택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고, 행여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실패와 후회가 동반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견뎌온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보다, 그 선택을 한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선택하는 그 순간의 행위 자체는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생에 있어 그 어떤 선택도 무의미하고 무가치하지는 않다. 단지, 선택을 한 후에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선택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후회만 남는 아쉬움이 될 수도 있을 뿐이다. 옳은 선택도, 잘못된 선택도, 완벽한 선택도 없다. 살아보고 고르는 것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이 확실한 선택은 없으니까.

 

내가 내렸던 선택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소중한 일부가 되어줄 것이며, 그렇게 우린 또 한 번의 배움과 성장을 안고 그다음 선택으로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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