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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보통의 전기 영화라면 주인공의 생애에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과거 퀸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보헤미안 랩소디'도 그러했다. 동성애처럼 대다수와는 다른 면모도 있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공감하거나 이해할 만한 부분이 충분히 있었다. 영화 상으로도 분명히 그의 행동 동기를 음악적 영감이나 뒤틀린 부성애와 엮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컴플리트 언노운'은 이러한 전기 영화적 특성과 조금 동떨어져 있다. 밥 딜런의 미스테리함을 오히려 부각시키고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묘사하며, 주변 인물들이 관객을 대신한다. 밥 딜런이라는 인물이 워낙 특정 캐릭터로 표현하기에는 모호한 탓에 선택한 결과일 테다. 또한, 밥 딜런과 그의 삶을 존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영화에서처럼 그는 자신을 규정하려는 사람들로 힘들어 했기에 어찌 보면 이러한 연출은 그를 존중하는 태도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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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영화는 수많은 사공들 사이에서 밥 딜런이 어떻게 자신만의 음악과 자아를 지켜냈는가를 다룬다. 밥 딜런은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록을 부를 만큼 반항아적이면서, 수즈 로톨로(영화에서는 실비 루소 역)를 잊지 못할 만큼 순애보이기도 한 다채로운 인물이다. 또한 영화에서 그는 항상 변화를 좇으며, 다른 인물이 되곤 하는 카멜레온 같은 인물로 묘사된다. 초반에 밥과 실비는 같은 영화를 봤음에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실비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자아를 되찾았다고 생각하지만, 밥은 그냥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종 차별 반대 시위에 앞장서는 것처럼 확실하게 진보적인 성향의 실비는 투쟁 같은 개념으로 바라보지만, 밥은 그렇지 않다. 그는 보수나 진보 따위의 어떠한 사이클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것이 밥이 실비의 영향을 받아 시대 비판에 앞장서는 인물로 바뀌며 서로의 동반자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끝내 실비와 이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밥은 자신의 말처럼 결결이 다른 사람이 되고, 포크의 샛별에서 거성이 되는 순간, 이제는 실비의 품에서 떠나는 사람이 된다. 실비는 이를 먼저 깨달았고 결국 밥에게 같이 봤던 영화의 명대사와 함께 이별을 고한 것이다.

 

‘달이 되려 하지마. 우리에게는 별이 있잖아.’

 

자신을 유일한 집으로 여기지 말라는 말이자, 늘 변화하는 너에게는 다양한 별들이 기다린다는 뜻의 말. 그야말로 용기있는 이별인 셈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밥 딜런이 수즈 로톨로라는 본명을 쓰지 말라고 부탁한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밥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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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록을 부른 일도 실비 때문일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앞서 이별에서 실비는 밥에게 하나의 교훈을 알려줬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르고 이는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임을 밥에게 일깨웠다. 실비보다 음악을 고른 선택도 조안 바에즈와의 잠자리도 음악적 방향성을 록으로 바꾸기로 한 다짐도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모두 자신의 결정이었음을 깨우친 밥은 예정대로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록을 부르기로 했고 영화적으로 뉴포트 무대는 밥의 완전한 성장을 공표하는 자리임을 의미한다. 실비와의 이별과 뉴포트 페스티벌 이야기가 한 막에 묶여 있는 이유도 이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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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영화에서 실비는 밥 딜런의 성장을 돕는, 주제적으로 핵심 인물이다. 영화 내내 조안과 대척점에 서있던 그녀이지만 끝까지 영화는 밥이 조안을 먼저 떠나는 장면을 보여주며 그녀의 손을 들어준다. 애당초 초반부에서도 조안은 실비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에만 나타나는 인물이었던 만큼, 어쩌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그녀야말로 당시 밥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인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밥이 또다시 실비에게 돌아갈 일은 없다. 비로소 자아를 확립한 밥이 자신의 우상과 이별하며 바이크를 타고 떠나는 엔딩은 이러한 불안을 잠식시키고 이후의 밥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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