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꽃사과나무 가지에는 모든 계절이 다 담겨 있다. 썩어가는 빨간 열매를 밀어내면서 풍선껌 같은 분홍색 꽃이 피어난다.”] P.138
꽃은 여러모로 시적이다.
화려한 색깔과 달콤한 향기를 뽐내지만 찰나의 시간 반짝이는 것도 잠시, 이내 시들고 사라져버린다. 모든 푸른 식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노력하여 꽃을 피운다. 그렇게 피어난 꽃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영원하지 않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나의 인생에서 당신을 향한 사랑이 뜨겁고도 소중하다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아름답지만 덧없기도 한 꽃을 바라보다 보면 기쁨과 함께 아련함과 무상함이 교차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꽃과 관련된 다양한 감정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꽃을 화가들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풍부한 감수성과 표현력으로 그려낸 그들의 꽃은 어떤 모습일까? 『화가들의 꽃』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 작품을 다루지만, 단순한 미술사나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술책들이 설명 위주로 전개되는 반면, 『화가들의 꽃』은 화가들이 꽃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했는지를 직접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꽃이 단순한 장식이나 일상의 배경이 아니라 삶과 감정을 담아내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깨닫게 된다.
마티스의 꽃에서는 색채 감각의 탁월함이 돋보이며, 마네의 꽃은 가벼운 터치 속에서도 어딘가 쓸쓸한 정서를 담고 있다.
특히 마네가 병상에서 마지막까지 꽃을 그렸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의 꽃 그림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조지아 오키프의 커다란 꽃들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꽃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꽃이 지닌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화려함과 덧없음을 동시에 품고 있는 꽃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유한성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운 이론서가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도 『화가들의 꽃』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꽃과 예술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