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밴드음악’ 하면 어떠한 포지션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우선 노래를 부르는 보컬은 음원에서나 무대 위에서나 가장 돋보일 것이고, 가장 많은 독주 파트를 연주하며 현란한 실력을 뽐내는 기타와 곡의 리듬과 퍼포먼스를 이끄는 드럼을 그다음으로 꼽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밴드 내 베이스 연주자들은 예로부터 눈에 띄지 않는 묵묵한 역할로 인지되어 왔다. 최근에는 이들을 놀리고자 하는 각종 밈의 등장과 함께 베이스 연주자들에게는 ‘근음셔틀’이란 별명이, 베이스에는 ‘메가 우쿨렐레’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하였다.
사실 어떠한 음악에서 베이스가 눈에 띄지는 않아도, 없으면 굉장히 허전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베이스 리프가 해당 곡을 대표하는 멜로디로 자리잡은 곡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The Beatles 'Come Together'
대중음악, 혹은 밴드음악을 얘기할 때 비틀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워낙 출중한 작곡 실력에 그의 연주 실력이 가려지기도 하는데, 대중음악 속 베이스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으로 수많은 베이시스트들이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비틀즈의 정규 11집 ‘Abbey Road’의 첫 번째 트랙 ‘Come Together’를 들어보면 베이시스트 폴 매카트니의 역량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데, 60년대에 발매된 곡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세련된 베이스 리프가 이 곡의 핵심이다. 비틀즈 음악성의 정점에서 발매된 이 곡에 대중들은 대중성과 음악적 실험성을 모두 챙긴 곡으로 평가하고 있다.
Queen 'Another One Bites the Dust'
시간이 조금 흘러, 비틀즈 이후에 영국의 레전드 밴드로 꼽히는 퀸의 음악에도 베이스 리프가 돋보이는 곡들이 몇 가지 있다. 그들의 8집 앨범 수록곡인 ‘Another One Bites the Dust’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평론가가 베이스 리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언급되는 곡이다.
Queen 'Under Pressure'
이 곡과 더불어 1982년 발매한 ‘Under Pressure’ 또한 퀸의 또 다른 베이스 리프 명곡으로 뽑히는 곡이다 ‘Another One Bites the Dust’가 디스코 풍의 곡을 이끌어가는 것 자체에 비중을 두었다면, ‘Under Pressure’는 베이스 리프 자체가 또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성격의 베이스 리프는 퀸의 베이시스트 존 디콘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되었다.
Michael Jackson 'Billie Jean'
원래는 발매하지 않으려 했던 ‘Another One Bites the Dust’의 베이스 리프를 듣고 마이클 잭슨이 발매를 향한 큰 설득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마이클 잭슨 또한 본인의 곡에서 베이스 리프에 심혈을 기울인 곡이 있는데, 그 곡이 바로 1982년 발매한 ‘Billie Jean’이다. 이 곡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이스 라인으로 불리고 있다.
Metallica 'For Whom The Bell Tolls'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베이스도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는데, 메탈리카의 정규 2집에 수록된 ‘For Whom The Bell Tolls’를 들어보면 멜로디를 이끄는 인트로 베이스 리프에 디스토션 등을 활용하며 마치 일렉 기타와도 같은 역할을 전담하며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시도를 보여주었다.
Muse 'Hysteria'
지금까지 나왔던 베이스 리프의 여러 가지 기법들이 모두 활용된 정점에 있는 곡으로는 뮤즈의 ‘Hysteria’를 꼽으려 한다. 발매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베이스 핑거링에 자신 있는 베이스 연주자들이 이펙터를 구비하게 되면 가장 먼저 연습하는 곡이다.
Red Hot Chili Peppers 'Can't Stop'
핑거링이 숙달된 연주자들이 슬랩(엄지를 이용하여 현을 때리고, 손가락을 이용하여 현을 당겼다 놓으며 부딪히는 소리를 활용한 연주)을 연습하기 시작하며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Can’t Stop’으로 넘어오는 것이 마치 피아노 연주자들이 바이엘에서 체르니로 넘어가는 것처럼 하나의 교과서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밴드의 베이시스트 플리는 이 곡과 더불어 대부분의 곡에서 그의 연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수많은 베이시스트의 워너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올 타임 베이스 리프 명곡으로 꼽히는 밴드음악 몇 곡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이 곡들을 들어보면, 베이시스트에게 근음셔틀이라는 말을, 베이스를 보며 메가 우쿨렐레라고 칭하는 것이 진심이 아닌 장난이라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