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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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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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 모임의 첫 만남은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다.

 

연말의 끝자락, 추위를 견디며 가까스로 입성한 카페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신기하게도 모두 비슷한 나이대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트인사이트 모임까지 도전한 구성원들을 마주하며 의욕과 에너지를 얻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는 일을 시작하고 굉장히 바빴던 터라 지인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동일한 플랫폼 내 문화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과 사소한 이야기부터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며 어느 정도 고여버린 생각과 관점을 리프레시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단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건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는 말할 때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흐물하게 풀어진 분위기에서 이것저것 토론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모임의 경우 인원수도 딱 3명이다 보니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주제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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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연은 개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장르다. 누구에게는 명작이라 해도 누구에게는 졸작일 수 있다. 그렇기에 같은 공연을 봐도 전부 다른 관람평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올라온 창작 작품을 함께 관람하고, 이에 대한 각자의 후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지인의 초대가 나온 덕분에 그들과 함께 창작 뮤지컬 <테일러>를 관람했다.

 

여기서 테일러는 맞춤 정장을 만드는 재단사로, 테일러 샵을 운영하던 두 형제가 전쟁 포로가 되며 겪게 된 일을 그린 작품이다. 쉴 틈 없이 몰아친 100분간의 공연이 끝난 후 근처 카페에서 작품에 대한 후기를 나눴다. 개중에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새롭게 다가온 부분도 있었다.

 

누구는 스토리, 누구는 캐릭터와 배우, 누구는 무대 전반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는 점마저도 갈려서 신선했다. 그중 극의 장단점을 짚으며 어떤 점을 발전시켜야 할지 토론하는 시간 속 튀어나오는 날것의 표현들이 꽤 즐거워서 절로 웃음이 터졌다.

 

평소 예민한 기질 덕택에 관람할 때 다른 이와 함께 작품을 보면 긴장도가 다르다. 작품을 보는 내내 이해는 될까 혹은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내 곁에는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그중에서도 공연이란 주제를 선택하신 분들이 모였기에 호불호를 떠나서 잘 보실 거라고 믿었다. 물론 결과 역시 예상한 그대로였다.

  

이처럼 작품에 대한 후기를 공유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게 함으로써 그의 내면을 이해하도록 이끈다. 만남의 회수가 적었음에도 그들이 내게 뚜렷한 인상을 준 이유기도 하다. 이토록 넓은 세상 안에서 이어진 분들과 내가 사랑하는 공연예술에 관해 대화하는 시간은 정말로 뜻깊었다.

 

비록 이번 모임은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그들에 대한 응원과 지지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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