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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버드 


 

2024년에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 중 하나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이다.

 

흔히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과 방식으로 역사를 조명한 작품이었다. 전쟁과 학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 간간이 나오는 대사들과 소리로 역사의 잔혹함을 그려낸다. 그 평화로움이 오히려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모순적 감정을 안기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윤리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다.


오는 3월 12일 개봉하는 [화이트 버드]는 비슷한 시대적 배경을 지니면서도, 정서와 결은 사뭇 다르다.

 

이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그 한가운데에서 피어나는 다정함과 용기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속에서도 인간다움은 여전히 존재하며, 서로를 향한 다정함과 연대는 시대를 넘어 가장 귀한 가치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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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본 정보

감독: 마크 포스터
원작: R. J. 팔라시오의 소설 ⟪화이트 버드⟫
개봉일: 2025년 3월 12일
상영시간: 121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배급: 울랄라스토리
쿠키: X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 하의 프랑스다. 주인공은 유대인 소녀 사라와 그녀를 숨겨주고 지켜낸 소년 줄리안.

 

사라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가족과 헤어져 홀로 도망쳐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고, 줄리안과 그의 가족은 사라를 가족처럼 품어주며 숨겨준다. 전쟁 한가운데에서, 목숨을 걸고 타인을 지키는 그들의 선택은 단순한 연민이나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영화는 그 선택의 바탕에 놓인 ‘다정함’이라는 가치, 그리고 다정함이 곧 용기라는 진실을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마음, 그 다정한 용기가 어떻게 인간을 지켜내고, 결국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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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2017년 개봉한 [원더]의 스핀오프라는 사실이다.

 

[원더]는 소년 어기가 세상의 편견과 맞서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화이트 버드]는 그와 반대편에서 주위의 분위기에 함께 동조했던 소년 줄리안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원더]에서 어기를 괴롭히는 가해자였던 줄리안은 결국 전학을 가고,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다. 어지러운 마음을 품은 채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할머니 사라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 사라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손자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스핀오프가 펼쳐진다.

 

나치 치하에서 겪었던 생존과 희생, 그리고 다정함과 용기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의 줄리안에게 꼭 필요한 삶의 교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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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버드]의 가장 큰 매력은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감정선이다.

 

단순히 역사적 비극을 나열하거나 전쟁의 잔혹함을 극적으로 부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랑과 다정함이 어떻게 용기로 이어지고, 그 용기가 다시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다정한가? 우리의 다정함은 누군가를 돕기 위한 용기로 이어지고 있는가? 누군가가 손을 내밀 때,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관객의 마음속에 머물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작은 변화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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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화이트 버드]는 단순한 감동 영화가 아니다. 시대와 배경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유효한 다정함과 용기의 힘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 그리고 서로를 향한 다정한 용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 그 따뜻한 메시지를 [화이트 버드]를 통해 다시 한번 만나게 될 것이다. 다정함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오는 3월 12일에 극장가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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