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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간혹 친구들이랑 첫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재밌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보이고 그 사랑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새벽이 아주 깊은 밤에 폭신한 침대 위에서 파도를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첫사랑은 아쉬운 사랑인 것 같아 그냥 난 그래"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는 공감을 했다. 그리고 첫사랑인 것 같은 친구의 이야기를 한참 들었을 때 동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끝이 늘 아쉬웠던, 더 보고 싶지만 결국 책을 덮고 마는 언제 다시 꺼내볼지 모르는 책장 속 동화책. 읽는 동안 푹 빠져들었던 동화 속의 모든 것과 헤어져야 하는 기약 없는 아쉬움.

 

'첫'이라는 단어는 참 애틋하다. 첫걸음의 순간도 처음 학교를 간 순간도 처음 혼자 살아본 것도 처음 겪은 순간들은 종종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첫사랑'은 참 맑고 예쁜 단어라 생각한다. 소중한 이름이라 아무 곳에나 붙이고 싶지 않은 아주 아끼고 아끼는 내 단어 스티커. 사랑은 시작만 해서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한다. 만남과 이별까지 사랑의 완성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은 불완전하다. 사랑의 끝이 어딘지 몰라서 계속 서투르니까, 완전한 사랑 없이 계속 노력하니까.

 

그러다 그 완전하고 싶은 사랑이 불가피하게 마무리가 된다면, 근데 돌아보니 다시 읽고 싶은 동화책이었다면 그게 첫사랑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처음과 끝을 잘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아끼는 동화책이 있는 것처럼. 그 헤어짐이 아쉬워 몇 번이고 되새길 추억과 깨달음이 있는 한, 나는 그걸 처음 알게 해준 사람이 첫사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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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자신의 깨달음에 대해 말했다. 그 당시에 아쉬웠던 자신의 모습도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도. 그 모습이 애틋해 보였다. 서로 최선을 다해 사랑했지만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유한한 시간 속 한 사랑의 시간이 끝났다. 이별은 즐겁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때 사랑했던 나는 그랬구나 너는 그랬었지 하고 피식 떠올리며 옅게 그릴 수 있는 마음을 배웠나 보다.

 

누군가 이별을 고하는 사람은 그날이 예정된 이별이지만 이별을 당한 사람은 정리가 될 때까지 이별이 계속된다는 말을 했다. 그러게 말이다. 이별을 혼자 배우게 놔둔다면 그건 마무리가 안 된 만남이지 않을까.

 

가장 좋아했던 사람인데 마지막 배려 정돈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마음이 식은 관계의 끝은 언제나 차갑다. 지난 사람에게서 스스로에 대한 배움은 있었지만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진 않다. 상처로 끝난 사랑은 첫사랑을 붙이기엔 아쉬운 마음도 없을뿐더러 첫사랑을 주기엔 인생에 하나뿐인 스티커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서. 물론 작게라도 배움은 있었지만 그저 묵묵히 사랑이 남긴 스티커를 끈끈한 본드 자국이 남지 않게 열심히 떼며 마무리 지었다.

 

떠나보내면 다신 읽을 수 없는 편지지에 마음을 가득 적어 보냈다. 내게 아직 첫사랑의 감정은 없다. 헤어지고 나서도 쌉쌀한 달콤함으로 안녕을 추억할 수 있는 사람. 그때 내가 좀 더 잘 할걸, 좀 더 이해해 볼 걸 하는 사랑. 그땐 내가 미숙했었지 아쉬워할 수 있는 사랑. 첫사랑이 돼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있지만 혼자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닌 첫사랑이기에 첫사랑을 꿈꾸며 불완전한 사랑을 한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숙한 게 느껴진다. 얼마나 대단한 만남과 이별을 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첫사랑이라고 옅게 웃으며 아쉬워할 사랑이 있겠지. 그리고 그 사랑이 담백하게 끝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아주 오래 불완전한 사랑을 안정감 있는 테두리 안에서 아주 오래 하고 싶다.

 

사람들은 첫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는 겨울밤 10: 10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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