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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다가 뒷표지의 날개 부분에 이런 글이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이 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꽃병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꽃이든 흙에서 자라나는 꽃이든, 꽃 한 송이에 대한 예술가의 반응이야말로 삶과 죽음에 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 Prolouge



꽃에 대한 예술가의 반응이 삶과 죽음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든다라.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꽃이 우리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함께 한다는 것과 그림 속의 꽃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흔히들 B와 D 사이의 C를 Chance라고 한다. Birth(탄생)과 Dead(죽음) 사이의 Chance(기회)라는 의미로. 언젠가 C에 Chicken이라는 단어를 넣어 치킨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B와 D 사이의 C로 ‘Chor(포르투갈어로 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이라는 단어를 넣어 보았다. (제목의 Chor 참고)

 

모든 그림들이 탄생부터 죽음, 그 너머까지 다룰 수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하나의 소재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걸 꼽아보자면 단연코 꽃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아직 꽃이 피지 못한 봉우리일 적부터 점차 꽃이 피기 시작해서 시들어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기까지. 벌레들이 꽃에 꼬이는 모습이나 질병에 걸린 꽃의 모습도. 꽃들의 종류나 배치, 그린 방법, 그린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에도 말이다.

 

 

 

화가들의 꽃


 

화가들의 꽃 - 표1.jpg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당황스런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다. 글로 설명이 되어 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책에 있는 표현대로 ‘화보집’처럼 작품들의 모습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문장 한두 마디 정도가 간간이 종이 위에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유형의 책이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호기심이 들기도 하였다. 또 뒷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어여쁜 그림엽서로 만들어 액자에 소중히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페이지마다 있는 다양한 꽃들에 대한 그림과 몇 페이지마다 나오는 문장들은 내가 반복해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시발점이었다. 그런 문장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여러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문장들을 꼽아보자면 두 가지가 있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화가에게는 장미 한 송이를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장미 한 송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지금껏 그려진 모든 장미를 잊어야만 하니까.” - 3p, 앙리마티스


"예술은 꽃이고, 인생은 초록 잎이다." - 19p, 찰스 레니 매킨토시

    

   

 

진정으로 창의적인 화가에게는 장미 한 송이를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걸 업으로 삼은 화가들은 여러 그림을 그려봤겠지만 ‘꽃’이라는 소재를 많이 다뤘으리라고 생각했다. 주가 되지 않더라도 부가적인 요소로 사용되거나 상징적인 요소로 사용되는 등 많은 그림에서 꽃과 식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미 한 송이’를 그리는 것은 조금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가적이거나 상징적인 요소라면 모를까 주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한 송이에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꽃을 그리는 방법부터 꽃의 상태, 색깔, 빛, 배경의 분위기, 감정 등 수없이 다양한 내용들을 단 한 송이로 담아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예술은 꽃이고, 인생은 초록 잎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어가는 걸 식물에 비유해보면 새싹이 발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드는 것까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삶에서 무언가 기억할 만한 일이나 축하할 만한 일이 있을 땐? 아니면 무언가 큰 성공을 이뤘을 땐? 그런 순간들을 ‘꽃’이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일생에서의 중요한 순간순간들을 꽃이나 열매로 표현한다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꽃’과 ‘열매’가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피어난다. 그러면 꽃은 내가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순간순간에 피어나는 것이고 열매는 그 일이 결실을 이뤘을 때를 표현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와서 ‘인생은 초록 잎이다.’라는 부분에서는 식물이 자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잎을 만들고 썩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잎들은 잘라내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도 살아가면서 매일 매 순간 새로운 시간을 살고, 습관을 만들어가며, 좋지 않은 습관은 버리려고 노력한다.

 

‘예술은 꽃이고’라는 부분에서는 삶에서 우리가 겪는 사건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사건들을 겪는다. 그 일들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도 하고 아쉬운 결과물을 받아들기도 하며 여러 결과값을 가진다. 이와 비슷하게 예술은 언제나 성공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는 예술이 있는가 하면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예술이 있기도 하고, 사람들의 불편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예술이 있기도 하다. 거의 흥미를 못 끌어내는 예술과 외면을 받는 예술이 있기도 할 것이다. 심지어는 예술가가 죽은 뒤에야 그 예술의 가치가 인정받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달콤한 향기로 벌레들을 유혹해서 수정하지만 어떤 꽃은 상태가 좋지 않거나 이상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아주 작은 꽃이 있는가 하면 매우 커다란 꽃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예술은 꽃이고’라는 문장이 약간은 이해가 가는 듯했다.

 

 

 

모든 순간을 꽃과 함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이 우리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함께한다.’라는 생각에서, 탄생화와 입학식·졸업식의 꽃, 시상식에서의 꽃, 생일날의 꽃, 결혼식의 부케, … 그리고 장례식에서의 꽃까지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꽃과 함께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꽃으로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기쁨을 더해주고 슬픔은 나누기도 한다. 축하하는 마음이나 존경하는 마음 등을 표현하기 위해 꽃을 선물하고, 장례식이나 애도의 상황에 꽃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꽃은 일상의 순간마다 함께하는 존재였다. 책을 읽고 나서 돌아보니 인간의 삶의 모든 순간에 꽃이 함께한다는 걸 볼 수 있었고, 일상 속의 꽃들이 각기 다른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33기 명함 - 손수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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