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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벡스터에게


안녕, 벨라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보는 것 같아. 그리고 이 오랜만인 문장들이 다 너를 향하게 되어 기뻐.

 

엔딩 크레딧에 가까워질 때, 유유히 정원에 앉아 책을 읽는 너 그리고 너의 약혼자와 조금은 특별한 (머리와 몸통이 다른) 반려동물들이 나의 여운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 줬어.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하고, 따수운 색감 속에서 너가 아주 환하게 웃고 있더라!


그런데 벨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너의 영화를 통해서 참 무거운 감정들을 많이 느꼈어. 마지막 장면과는 상반된 그런 메시지들 말이야. 한 번 들어볼래?


너의 약혼자 말이야.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열렬히 사랑하고 있을, 맥스. 그는 처음에 갓윈 벡스터의 제안으로 너를 관찰하기 위해 고용된 연구원이지. 그런 연구원이 단순하지만 그만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지. 난 그런 맥스의 모습을 보고, 인간이 얼마나 가여운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어. 인간은 언제나 단순하고 본능적인 것에 끌리고 그것을 인내하기엔 너무나 약하지. 정말 불완전한 존재야. 영화의 제목처럼 누군가는 가엽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어.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단순함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그러한 배려심이 우선시될 수 있겠어? 그래서 우리 인간은 학습, 경험이 필요하고 거기서 나오는 메시지로 조금은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거겠지.. 맥스, 정말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이기에 갓윈의 눈에 띄였지만, 갓윈은 아마도 너의 약혼자가 너에게 끌릴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갓윈이 똑똑하다는 얘기가 아니야, 너의 대부는 인간을 너무 잘 알았던 것 뿐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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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간이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냐고? 절대 - 아니야! 너와 던컨의 연애를 보면서 또 많은 것을 느꼈거든. 인간은 생각보다 엄청 강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야.


던컨은 처음에 널 가지고 놀 심산이었어. 지금의 벨라는 그걸 매우 잘 알고 있겠지? 멋있는 외과의사로서 성장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때의 벨라는 던컨이 주는 짜릿함과 설렘에 눈이 멀어 단 둘만이 여행을 떠나기로 다짐했지. 하지만, 벨라는 던컨의 장난질에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았어. 던컨이 생각하는 ‘정형적인 여성의 모습’에 절대 부합하지 않았거든! 무엇보다,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 천방지축, 그게 바로 벨라이자 벨라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었거든. 가엽지만 절대 가볍지 않는 벨라만의 모습.


이렇게 너라는 사람을 통해 나 또한 인간은 가여운 존재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어. 본능에 이끌려 개인적인 생각에 적셔지는 가여운 존재, 하지만 때로는 그런 가여움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쉽게 지지 않는 그런 덩어리가 바로 벨라야! 그래서 난 벨라가 성장하면서 과거와 똑같을 수 는 없겠지만 지금 그 가여움을 어느 정도는 유지했으면 좋겠어! 뭐 이게 나한테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계속해서 커가고 있지만 조금 느리게 커볼까? 머리 굴리며 사람들과 이 세상을 대하는 나의 모습은 가끔씩 너무 지치거든.

 

그래서 나도 벨라처럼 가끔은 나의 단순함과 가여움에 기대보려고 해! 그런 나를 만들어주는 갓윈이 없으니 난 나에게 스스로 갓윈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어!

 

 

가엽고 싶은 주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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