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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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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느낀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블루 베이컨>은 작가의 경험을 통한 사유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사실 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그의 그림은 아름답다거나,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기보다 무섭고, 기괴하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는 그림을 본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그림을 받아들인다. 나는 베이컨의 그림이 이성적인 눈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다. 냉철한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을 쓴 저자 야닉 에넬은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한 글을 여러 편 펴낸, 요즘 말로 말하자면 프랜시스 베이컨의 '덕후'에 가까운 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해 잘 아는 작가의 입장에서 프랜시스 베이컨 전시회에서 홀로 하룻밤을 보내며 쓴 이 책은 굉장히 흥미로웠으며, 괴상하게만 느껴졌던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어 점점 책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미술작품을 역사적인 배경과 작가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설명해주는 타 도서들과 달리,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에 집중된 도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미술 서적들과 달리 더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신의 죽음이라는 세계야말로 바로 베이컨이 그리려던 세계가 아닐까? 어쨌든 명백한 것은, 그의 그림이 희생자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범죄 현장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림에서 지평선은 스펀지로 지워져 있다. 지구는 태양의 사슬에서 분리되어 있다. 거기서 우리는 앞으로, 뒤로, 사방으로 계속 떨어진다. 더 이상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무한한 무無 속을 헤매는 것처럼 방황한다."]

 

처음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접한다면, 나와 같이 기괴하다고 느낄 것이며, 굉장히 난해하다고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감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프랜시스에 대해 잘 모르던 나 역시도 프랜시스의 뒤를 쫓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부르는 그림들을 경험하며 그 문들을 하나씩 통과한다. 우리가 각 작품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작품이 우리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게 한다. 그림과 맺는 관계의 진실은 우리의 욕망과 인내, 그리고 집중을 통해 경험된다. 베이컨은 진실이 '이상한 문'을 통해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마도 밤을 지새우고 나면 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으로 하여금 세상을 느끼고, 야닉 에넬의 발자국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작품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는 입장이기에 이런 글을 펴낸 작가가 굉장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말하는 것은 쉽지만, 내가 느낀 감동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술을 통해 세상을 엿보고 싶다면 야닉 에넬이 친절히 맞이해주는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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