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랍 정리를 하다가 어렸을 때 쓰던 Mp3 2개를 발견했다.
아이팟은 충전단자가 없어 전원조차 켜지지 않았고, 아이리버는 충전기를 연결하니 곧 전원이 들어왔다. 빨릿빨릿한 요즘 스마트폰과 다르게 전원을 켜는 데만 한세월이 걸렸다. 이 버벅이는 속도가 당시엔 느껴지지 않았는데, 내 급한 성격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이 시대의 영향도 적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Mp3로 학창 시절 전체를 보낸 세대는 아니다. 중학생쯤엔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대였으니, Mp3를 사용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처음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나서는 학교 안에서 사용 제재가 꽤 있었기에 Mp3를 잘 활용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10년이 훌쩍 넘은 Mp3안엔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이젠 원하는 음악들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빠르게 찾아 들을 수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한정된 용량에 맞춰 선별하여 Mp3파일을 다운받아서 들어야 했기 때문에 Mp3의 파일 목록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지금도 종종 추억을 회상하거나, 흥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튜브로 찾아 듣던 음악들이지만 비교적 저음질의 Mp3로 재생해 보니 느낌이 또 달랐다. 당시엔 꽤 좋은 음질과 음향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홍보하던 모델임에도 지금의 음질과는 확연한 차이가 보이니 괜스레 비교적 빠른 시간 내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 실감 나기도 했다.
게다가 유튜브, SNS 등도 컴퓨터로만 볼 수 있던 시절이라 당시 청소년의 감수성을 자극했던 인터넷 소설(‘인소’라고 많이 줄여 불렸다.)들 몇 작품도 담겨있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당시엔 영상을 보기 어려워서 이 글들을 읽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워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땐 이런 글이라도 읽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볼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이렇게 긴 글들과 또 한 번 멀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젠 Mp3를 찾는 사람이 없다. 종종 레트로 감성을 원하는 사람이 있지만 오로지 Mp3기능을 위해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갖고 있던 Mp3의 제조사 2곳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아이리버’는 거의 사라졌고, ‘애플’은 이제 스마트폰보다도 나아간 공간 컴퓨터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Mp3가 거의 끝물이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가 너무나 잘되어있는 요즘 이 기기의 쓸모가 무색해진 것은 사실 당연하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은 나의 mp3는 이 빠른 세상에서 영원히 멈춰서 당시의 내가 향유했던 것들을 소중히 보관해 주는 느낌이다. 지금은 ‘인기 best 100’, ‘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비롯해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르지만, 어린 내가 오랫동안 고심하고 선별해서 담아놓은 노래들, 몇 번이고 읽으며 영상보다 더 이입해서 봤던 글들이 있던 당시가 내 취향이 더 확고했던 것 같기도 하다.
서랍 속에 고이 보관되었던 Mp3로 추억 회상을 하며 쏠쏠한 재미를 느껴볼 수도 있었지만, 점점 나만의 취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시간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