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뮤지컬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라이선스 작품들이었다. 한국에서 작품 수로는 20%대에 불과한 라이선스 뮤지컬이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의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문화생활이 차츰 회복되던 2022년 말 즈음이었다. 주로 라이선스 작품을 제작하는 EMK뮤지컬 컴퍼니의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가 2022년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면서부터다. 또한 한국 창작뮤지컬의 국제화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한 해는 K-뮤지컬이 국제 뮤지컬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활약했다. 플레이어로서의 참여 방식 대신 국내에서 성공한 창작뮤지컬을 영미권에 선보이는 비교적 안정적인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영미권 진출을 위한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오면서 가능해진 것이었다. 특히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가의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적 요소를 그대로 살린 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되며 티켓 판매 100만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거대화 및 K-뮤지컬의 국제화 가능성으로 미루어 볼 때, 창작뮤지컬 제작에 더 많은 힘이 실려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즉 경쟁력 있는 창작 작품을 발굴해 내는 창작뮤지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창작뮤지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신진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가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뮤지컬 산업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아울러 기존의 뮤지컬과 차별화된, 더 실험적이고 다양성 있는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가도록 도와준다. 이에 따라 뮤지컬 산업의 장르적 다양성과 예술적 깊이가 확장될 기회를 얻는다.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창작된 작품들은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상업화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공연을 여러 차례 이어가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교류와 협업을 촉진하기도 한다. 특히 해외의 큰 무대에서 상연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제적 인지도와 문화 교류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발전하고 있는 한국 창작뮤지컬이 뮤지컬 시장에서 단단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관객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마니아 관객층이라 불리는 이들에게는 수동적인 관람자에서 적극적인 향유자로 나아가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진다. K-뮤지컬 국제 마켓 같은 행사에 참여하며 질적 성장을 도모하거나, 매년 초 공개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창작뮤지컬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