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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영상과 실시간 송출이 가능한 세상에서 ‘사진’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에 비해 순간에 멈춰 있는 사진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언론 사진을 종이 신문 내의 글을 설명하기 위한 보조적 위치로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퓰리처상 사진전’은 한 장의 사진이 가질 수 있는 감동과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크기변환][공식포스터] 퓰리처상 사진전.jpg

 

 

‘퓰리처상 사진전’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설명글이다. 연대기별로 수상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고, 이에 따른 국제 정세 및 이슈 설명이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각 수상 사진마다 관련 사건 및 취재 상황이 기록된 설명글이 적혀 있어 관람객의 이해 및 감상에 도움을 준다.


보통의 전시와 달리 사진을 다루는 이 전시에서 사진 촬영이 불가한 사실이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사진 촬영으로 디지털 기록을 남기는 대신 앞에 놓인 사진에 온전히 집중하고, 그 사진에 담긴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집중의 시간을 마련한다. 실제로 관람 중 기억하고 싶은 사진 앞에는 오래 머무르며 유심히 관찰하고, 메모를 통해 감상을 남기게 된다.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주하는 사진


 

각 수상 사진들은 그 시대 속, 상황 속에 존재하는 한 ‘인간’을 담았다. 복잡한 국제 정세의 맥락을 되짚다 보면 사건과 나라에 주목이 쏠리기 쉽다. 지구 반대편 이야기, 타국의 이야기, 예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거리를 두던 사건이 한 장의 사진으로 눈앞에 들어선다. 그리고 관람객과 같은 한 사람, 인간을 바라보게 만든다. 긴장과 고통, 처절함의 순간 속에 놓여 있는 사진을 보게 되고, 사진 속 사람이 겪는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크기변환]생명을 불어 넣다 - Photograph courtesy Ron Olshwanger.jpg

Photograph courtesy Ron Olshwanger

 

 

1998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전 6시, 세인트루이스의 가구 도매업자 론 올슈웽거가 화염에 휩싸여 무너지는 아파트 앞에서 찍은 사진인 ‘생명을 불어 넣다(GIVING LIFE)’이다. 두 번째 생일은 맞이한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숨을 거두었고, 해당 사진으로 인해 화재 예방 프로그램이 강조됐다. 지금도 공공기관과 학교, 지역 소방서에서는 화재 경보기와 함께 올슈웽거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건에 대한 설명이 적힌 긴 글, 상세한 설명을 읽어도 느끼기 어려운 현실감을 단 한 장의 사진이 구현한다. 화재의 위험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으나, 퓰리처상 수상작인 ‘생명을 불어 넣다’ 사진을 본 후 다가오는 화재의 위험성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 순간을 포착한, 정지된 사진이 움직이는 영상보다도 더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색다른 경험이다. 자연스레 사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과 앞에 놓인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시각적 이미지일 뿐인 한 장의 사진 너머 실존하는 현실의 모습은 끔찍하고 잔인하며, 때로는 감동적이다.

 

 

캐롤 구지 “정지된 순간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시간이 정지된 그 순간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죠.”

 

 

 

카메라 뒤, 포착된 순간에 공존하는 ‘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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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존재한다면 그 사진을 찍은 카메라 뒤에 사진 기자도 존재했다. 사진 기자들은 재난과 전쟁의 현장 속에서 누구보다도 가까이, 함께 공존했다. 관람객들은 사진을 통해 짐작하는 그 현장을 카메라 뒤 사진 기자들은 ‘두 눈’으로 생생하게 목격하고, 직접 경험했다. 퓰리처상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현장의 참혹함을 사진으로 다 담지 못했으며,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 기자들 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진 기자들은 죄책감과 사명감을 안고 끊임없이 현장으로 다시 달려간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뒤에도 사진 기사로서의 삶을 이어가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08년 퓰리처상 수상작 속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던 나가이 겐지 기자는 정부군의 총격을 받고 쓰러진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미첼 뒤실 "그럼에도 나는 세상이 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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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은 역사를 보여주는 거울이고,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진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향한 단 한 장의 사진을 쏘아 올리기 위해 움직인다. ‘퓰리처상 사진전’을 통해 사진이 가진 의미, 사진을 ‘관람’하는 행위를 돌아본다. 관람객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진정으로 보고, 느껴야 하는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구성원이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에디 에덤스 "무기는 단지 파괴할 뿐이다. 그러나, 가슴으로 찍는 사진가의 카메라에는 사랑, 희망, 열정을 담아 삶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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