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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우주, 탐험의 경이와 인간의 이야기

 

우주는 어떤 곳일까?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끝없이 인간을 유혹하는 공간이자, 과학과 철학이 맞닿는 미지의 세계다.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를 바라보며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껴왔다. 탐험은 생존과 연결된 필연적인 과정이었으며, 우리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아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이러한 인간의 탐구 본능을 거대한 스케일과 깊이 있는 서사로 풀어낸 영화다. 2014년 북미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블랙홀, 웜홀, 상대성이론 같은 과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담아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어지는 부성애, 시간의 상대성 속에서 빛나는 인류의 의지, 그리고 생존을 넘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놀란 감독은 인셉션,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능숙한 연출력을 보여줬다. 그런 그가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인터스텔라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영화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제, 인터스텔라가 북미 개봉 1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났다. 10년 전, 깊은 감동과 강렬한 비주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이 작품은 지금 다시 보면 또 다른 감동과 의미를 선사할 것이다. 거대한 우주의 신비, 그리고 그 안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이야기. 우리는 왜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 질문을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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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영화는 인류가 점차 황폐해지는 지구에서 생존의 한계를 맞이하며 시작된다.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과거 NASA 파일럿이었던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결정 앞에는 어린 딸 머피(맥켄지 포이, 제시카 차스테인)와의 이별이 놓여 있다.

 

이후 이야기는 블랙홀, 웜홀, 상대성이론 등 물리학적 개념을 기반으로 장대한 모험을 펼친다. 그러나 이 모든 과학적 요소들은 결국 쿠퍼와 머피, 그리고 인간이 가진 감정과 연결된다. 특히 밀러 행성에서의 단 1시간이 지구 시간으로 7년에 해당한다는 설정은 상대성이론을 극적으로 활용한 장면이다. 쿠퍼 일행이 행성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우주선에서 기다리던 로밀리(데이비드 자시)는 23년을 홀로 보내야 했다. 이 짧은 장면만으로도 상대성이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무게감이 강렬하게 전달된다.

 

 

과학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철저한 과학적 고증과 인간적인 감성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모습은 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의 자문을 통해 완성되었으며, 상대성이론을 활용한 행성 탐사는 실제 물리학적 이론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만으로는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없다. 쿠퍼와 머피의 관계, 브랜드 박사의 사랑에 대한 신념 등 감성적인 요소가 영화의 핵심을 이룬다. 브랜드 박사(앤 해서웨이)는 영화 후반부에서 “사랑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하나의 차원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며, 물리적 법칙을 초월하는 감정의 존재를 강조한다.

 

과학과 감성이 공존하는 방식은 영화 음악에서도 드러난다. 한스 짐머의 오르간 선율은 광활한 우주의 웅장함을 전달하는 동시에, 인간적인 감정을 극대화한다. 이 음악이 만들어내는 감정적 고조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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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 너머, 인간의 선택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쿠퍼가 블랙홀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그는 블랙홀 내부에서 5차원 공간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머피의 어린 시절 방을 보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곳에서 쿠퍼는 ‘유령’이 되어 머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인간이 가진 과학과 이성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쿠퍼는 중력의 힘을 이용해 머피에게 데이터를 전달하고, 머피는 이를 토대로 방정식을 완성해 인류를 구원할 길을 찾는다.

 

그러나 쿠퍼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가 알던 세상은 이미 변해 있었다. 머피는 노인이 되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아버지를 만나지만 이제는 자신이 떠나보낼 차례임을 받아들인다.

 

이 순간, 영화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탐험하는가? 인류는 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가? 영화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탐험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향한 감정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유일한 법칙

 

‘인터스텔라’는 웅장한 비주얼과 과학적 정확성을 갖춘 동시에,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웜홀, 블랙홀, 상대성이론 등 복잡한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다루는 것은 인간의 내면이다.

 

쿠퍼가 머피에게 돌아가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 브랜드 박사가 ‘사랑’을 하나의 법칙으로 인식하는 순간, 그리고 마지막에 머피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웃는 장면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인터스텔라’는 단순한 SF가 아닌,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남게 된다.

 

결국,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터스텔라’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하다.

 

우주 너머에서도, 시간과 차원을 넘어선 곳에서도, 사랑은 우리를 연결하는 유일한 법칙이다.

 

결국, 인터스텔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단순히 생존을 위해 우주를 탐험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며, 서로를 향한 연결이야말로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웅장한 우주 속에서도 영화가 끝내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다. 쿠퍼가 머피에게 돌아가기 위해 기꺼이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우리가 끝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유는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에 기인한다.

 

우주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해도, 우리가 향하는 곳은 언제나 누군가가 있는 자리다. 그 끝에는 결국,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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