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sasha-freemind-frq5Q6Ne9k4-unsplash.jpg

 

 

종종 사람들은 삶에 낙이 없다, 사는 게 재미없다고들 한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누리는 기쁘고, 즐겁고, 유쾌한 순간들은 견뎌내야 하거나 불안해하는 시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을 것이다.

 

행복은 이 기쁘고, 즐겁고, 유쾌한 순간들의 단순한 총합만은 아니다. 행복은 평균치이다. 여느 인생이 그렇듯 우리에겐 좋은 순간도, 힘들고 버겁고 슬픈 순간들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평균적으로 걱정 없이 편안하다면 행복한 것이다. 결국 행복의 열쇠는 건강한 편안함에 있다.


헤르만 헤세는 <행복>이라는 시에서 행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네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행위의 물결이 네 마음에 닿지 않고

너의 영혼은 비로소 쉬게 된다.


- 헤르만 헤세, <행복>

 

 

어쩌면 우리는 이미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행복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채, 그저 행복해야만 하기 때문에 행복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돈을 벌고, 맛있는 것을 먹고, 값비싼 물건도 사고, 여행도 간다. 그러나 무언가를 향한 깊은 갈망은 결핍으로 귀결된다. 행복하기 위해 행한 행동들이 가져다 주는 기쁨의 순간은 짧고, 이 순간들만을 지향하다 보면 점차 작은 일로는 즐겁지조차 않게 될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 순간 행복을 추구하고 확인하려 들기보다는, 삶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과 같다. 물에 뜨려고 애쓰면 오히려 가라앉지만, 몸의 긴장을 풀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모든 장면을 소중히 지켜보고,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해 누리는 것이다. 일상 속에 행복이 안개처럼 퍼져 있는데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이라는 허상을 좇으며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행복이 목표가 아닐 때, 삶의 곳곳에서 기쁘게 웃으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며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릴 때, 비로소 진짜 행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행복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남들이 정의하는 행복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여정일 것이다. 이는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진정한 행복은 우리의 일상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것을 인식하고 누리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과 만족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진짜 행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저마다의 고요한 편안함을 찾자. 미래에 대한 걱정에도, 과거에 대한 후회에도, 그 어떤 고민에도 집중하지 않는 평안함을 삶 속에서 찾았을 때 안온한 행복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소영 컬처리스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