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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영화로, 두 어린 소년 미나토(배우 소야)와 요리(배우 히나타)가 주연을 맡고 있습니다. 영화는 세 명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먼저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의 시점에서, 그 다음은 미나토와 요리 담임 선생 ‘호리’의 관점에서, 마지막은 ’미나토‘의 관점에서 긴박한 사건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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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엄마 사오리는 아들 미나토의 이상 행동을 발견합니다. 미나토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신발을 한 짝만 신고 돌아오거나, 미나토의 물통에서 흙이 나오는 등 의심쩍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미나토가 밤 늦게 폐쇄된 철도터널 안에서 혼자 "괴물은 누구게?"를 외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엄마 사오리는 미나토가 왕따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 같지 않아보였고, 미나토는 계속 호리 선생이 “너는 돼지의 뇌를 가져서 그렇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영화를 보는 대중은 호리 선생이 아이들을 괴롭혔을 것이라 예측하게 됩니다.


그 다음은 호리 선생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여자친구에게도 잘해주고,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선생님입니다. 그러나 미나토의 주장으러 호리선생은 아이들을 괴롭힌 선생으로 오해받았고, 교장선생은 호리선생에게 잘못한 것이 없어도 사과하도록 합니다. 결국 직장도 잃고 언론에 쫓기던 호리선생은, “미나토가 나에게 왜 그런 것일까”라며 괴로워하던 중 미나토와 요리가 쓴 일기를 읽게 됩니다. 이후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호리선생은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를 찾아가고, 함깨 미나토와 요리를 찾아 나섭니다.


마지막 미나토의 시점에서는 지금까지 오해와 혼란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요리는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해왔습니다. 학대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나, 요리 아버지가 요리를 때린 이유 중 하나는 ‘요리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입니다. 요리가 보고싶어 찾아온 미나토에게, 요리 아버지가 ‘요리는 할머니 댁에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요리는 학교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동급생 남자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합니다.


미나토는 요리에게 애정을 느끼고 친해지지만,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 앞에서는 요리를 괴롭히는데 동조하는 척 하지만, 하교 후에는 요리와 함께 산 속에서 놀곤 합니다. 미나토는 자신의 정체성 혼란에 대해 계속 괴로워하고, 부정하다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자기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요리와 미나토는 비가 많이 오던 날 함께 산 속 둘만의 아지트로 향합니다. 폐 기차인데, 요리와 미나토가 그 안에서 있는 동안 산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직접적인 장면은 없었으나, 햇빛이 비추는 들판에서 환하게 웃으며 뛰어가는 요리와 미나토를 보여준 장면은, 두 어린 소년이 세상을 떠났음을 암시합니다.


영화의 진짜 가해자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남학생 무리와 가정 폭력을 일삼는 요리의 아버지입니다. 그러나 어른들의 제한된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대중들로 하여금 ’요리‘가 미나토에 대한 가해자인 것인지, ’호리선생‘이 미나토에 대한 가해자인 것인지, ’미나토‘가 호리선생에 대해 모함한 가해자인 것인지 의심하도록 합니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장치였는데, 어른들의 편견 담긴 말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물론 반 남자아이들의 따돌리는 행동들, 요리 아버지의 아동학대가 가장 큰 폭력입니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츠는 사오리의 “아빠처럼 결혼할때까지 지켜주기로 약속했어”에 대해 미나토가 “난 아빠처럼은 될 수 없어”라고 대답하며 차에서 뛰어내린 것, 요리와 미나토에게 호리 선생이 “남자답게 화해해”라고 말한 것들도 미나토와 요리에겐 폭력이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영화 속 메시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교장이라는 인물은 여전히 미스테리였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발을 걸거나, 호리 선생에게 무조건적인 사과를 강요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미나토와 악기를 다루먀 따뜻하게 미나토을 위로해주는 장면 등은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다만 교장을 복합적으로 설정한 것은 영화 속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 정도로 본다면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낸 것 같습니다.


미나토가 엄마인 사오리에게 자신의 동성애적 정체성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상담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안타까웠습니다. 사오리와 호리선생이 ”남자답게“ ”어빠처럼“이라고 말했던 것은, 일부러 미나토와 요리에게 상처를 주려던 것이 아닌, 그들의 정체성을 몰아서 그랬던 것이기 때문입니나. 사오리도 엄마는 처음이었고, 호리선생도 어떻게 보면 미나토의 거짓말 인해 힘들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용기있게 솔직했더라면, 어쩌면 미나토와 요리의 결말이 더 희망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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