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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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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며 감상할 것을 권합니다.

 

 

 

 

2012년 월간 윤종신 6월호로 발표된 <오르막길>에는 '오르막길'이라는 고난을 헤쳐나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노래는 지금 자신의 높이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시련이 오르막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르막길>의 끝에서는 그들이 그런 시련을 극복한 것처럼, 극복할 힘을 얻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거기서 끝일까?

 

올라가는 길에 마주하는 것들은 '현재'를 감각하게 한다. 현재가 이렇게 투명하고 날카로우며 날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걸 견뎌야만, 이겨내야만 저 위에 올라갈 수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간 뒤에야, 정상에 이른 뒤에야 '인생' 전체를 감각할 수가 있게 된다. 그런데 그 감각엔 이런 깨달음도 담겨 있다. 인생의 끝은 정상이 아니라 평온했던 저 아래라고. 길게 느껴졌던 오르막이 알고 보니 잠시였듯이, 여기 정상 또한 잠시일 뿐이며,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고.

 

 

 

 

아직 할 말이 더 남았다는 듯 윤종신이 2025년 월간 윤종신 1월호로 발표한 <내리막길>은 시련을 지나 인생을 감각하게 된 '나'가 진정한 끝을 향해 가는 이야기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두 노래의 가사를 비교하면서 '길'에 대한 메시지의 완결을 살펴보자.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오르막길>

 

/

 

그래 바로 거기였어 잠시 머물던 거기가

제일 높은 곳이었어

더 올라가는 줄 알고 남은 힘을 쓰다가 느껴지는 건

나의 길은 나도 몰래

아래로 기울어진 내리막이란 걸

뒤돌아보니 그래

 

<내리막길>

 

 

두 노래 모두 피아노 소리로 시작된다. 하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 <오르막길>은 여름이 연상되는 습기 머금은 피아노 소리지만, <내리막길>은 눈 내린 겨울이 연상되는 차가운 피아노 소리다. 두 노래의 발표 시기도, 뮤직비디오 속의 계절도 그런 정반대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위 가사에서 보듯 <오르막길>은 미래를 가정하는 문장('사라질거야')으로 시작하지만 <내리막길>은 과거를 가리키는 문장('거기였어')으로 시작하고 있다. <내리막길>엔 그 모든 게 지나갔다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는 것이다.

 

<오르막길>은 이제부터 올라가야 하는 시련을 응시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내리막길>은 그 시련조차도, 그 시련의 극복도 잠시였으며, 더 남은 줄 알았던 오르막은 이제 없고, 남은 건 내리막이란 사실을 발견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내리막은 자신이 의도한 게 아니다. 인생이 의도한 것에 가깝다. 인생의 의도는 뒤돌아볼 때서야 파악된다. 올라갔던 길은 그렇게 내려가야 하는 길로 바뀌어 있다.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오르막길>

 

/

 

기억나니 올라갈 때 거친 숨을 버텨 줬던

우리 꿈은 이룬 걸까

이룬 줄도 모른 채로 마냥 오르기만 한 건 아닐까

이제 남은 길이 보여

오르는 사람들이 더 부러운 건

굳게 서로 잡은 손

 

<내리막길>

 

 

다음 가사부터 <오르막길>은 곧장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평온했던 길'이라고 되뇌면서 올라가려고 '한걸음' '한걸음', 서로를 보며 견딘다. 반면 <내리막길>은 아직 내려가지 않는다. 유보한다. 내리막길을 발견한 '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던 때를 회상한다. 같이 올라갔던 '그대'에게 '우리 꿈'이 이뤄졌는지를 물으며. 회상을 하고 나니, 내려가야 할 길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오르는 사람들이 서로 굳게 붙잡은 손, 과거의 그들 또한 맞붙잡았던 손이 부럽긴 하지만. 가장 뜨거웠던 그 시기가 지금도 부럽긴 하지만.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오르막길>

 

/

 

자 내려가자 터벅터벅 완만하고 길었으면

오르던 추억 하나하나 떠올라

고마워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걸 오오오오

 

부디 가파르지 않았으면 결국은 도착하는 곳

우리 못 한 얘기 하나도 없도록

함께해 준 그댈 위해

계속 사랑해요 저 끝까지

 

<내리막길>

 

 

<오르막길>의 하이라이트. 사랑한다는 말과 기억해라는 말, 현재형 문장과 미래를 가정하는 문장들로 아름다운 끝을 상상하고 있다.

 

'올라가자', 라는 명확하면서도 냉혹한 말을 감추고 '오른다면', 하는 식의 가정으로 오르막길을 차차 올라갔던 '나'는 <내리막길>에선 하이라이트에 다다라서 '내려가자', 라고 분명하게 말하며 내려간다. <오르막길>을 가던 때와는 반대로 그 길이 길기를 바란다. 길이 길어야 추억할 시간도 길어지므로.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에게 '사랑해', '기억해'라고 말했던 '나'는, <내리막길>에서 이제 '고마워'라고 말한다. '고마워'라는 말이 앞의 두 말을 포함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언제 도착할지 까마득하고 예상할 수 없어 불안해 하고 있던 '나'는 <내리막길>에서는 분명히 도착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 그러나 이 확신엔 자신감보다는 차분함, 덤덤함이 들어차 있다.

 

'나'는 덤덤하지만, <오르막길>에서 시련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자 시작한 '대화'('땀'과 '숨')를 <내리막길>에서 전부 남김 없이 얘기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조차 추억이기 때문에. 그런 전개에서 호명되는 '끝'은, <오르막길>에서 말한 '끝'과 전혀 다른 걸 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난 견디겠어

 

<오르막길>

 

/

 

땀은 이제 나지 않아 식어버려 추울까 봐

이제 다른 걱정이야

잘못 디뎌 삐끗하면 남은 길이 힘들까

한 걸음 한 걸음

내 사람아 그대 손을 절대 놓지 않을게 저 멀리를 봐

아름다운 우리 길

 

<내리막길>

 

 

<오르막길>은 이제 메시지를 반복한다. 올라가기 위한 메시지는 완성된 셈이니 말이다. 그걸 되뇌이며 평온했던 길처럼 올라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내리막길>에는 반복이 아닌 다른 가사가 등장한다.

 

앞서 <오르막길>에서 나던 '땀'은, 시련의 상징이자 고난길에서만 계속되는 달콤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리막길>에서는 땀이 나지 않는다. 만일 땀이 나더라도 쉽사리 식어버릴 것이다. 그건 나를 시원하게 해준다기 보단 나의 체온을 깎을 것이다.

 

그 길을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나'는, 그 길을 다치지 않고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한다. 목표만을 생각했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자기 자신도 목표와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아래로 내딛는다. <오르막길>에서 '그대'에게 '아득한 저 끝'을 보지 말라했던 '나'는 <내리막길>에서는 '저 멀리', 저 아득한 멀리(어쩌면 그들의 진정한 끝)를 보라고 말한다. 그들이 갈 길, 끝이 아름답다는 걸 보라는 듯하다.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오르막길>

 

/

 

자 내려가자 터벅터벅 완만하고 길었으면

오르던 추억 하나하나 떠올라

고마워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걸 오오오오

 

부디 가파르지 않았으면 결국은 도착하는 곳

우리 못한 얘기 하나도 없도록

함께해 준 그댈 위해

계속 사랑해요 저 끝까지

 

<내리막길>

 

 

<오르막길>의 끝은 혼란이 지난 뒤의 기적적인 만남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쌓인 메시지들과 암시들은 그들이 올라가다 헤어져도 이런 기적적인 만남을 일궈낼 것만 같은 용기, 확신을 준다. 그런 확신에 차서 그들은 소리칠 수 있다. '사랑해요'라고. 기적 같은 그 짜릿한 순간의 상상은 '저 끝'을 호명할 용기까지 준다.

 

이제 <내리막길>도 메시지가 반복된다. 마지막 메시지 또한 <오르막길>의 마지막 메시지와 동일하다. '사랑해요 저 끝까지'. 그러나 <내리막길>의 '끝'은 너무나 다르다. 후련한 끝이 아닌, 덤덤한 끝을 생각하게 한다. 후련한 끝을 지나 덤덤함의 끝으로 가고 있음에도 '나'는 '계속' 그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모든 게 변했지만, '그대'와, 그대를 '사랑한다'는 감정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오르막길>은 여기서 끝나지만 <내리막길>은 가사를 더 보탠다.

 

 

자 도착하면 더 갈 곳이 없는 그곳에 닿으면

지쳐 누군가 먼저 잠이 든다면

귓가에 수고했다고

그대 함께여서 좋았다고

계속 사랑할게 저 끝까지

 

<내리막길>

 

 

덤덤해진 '나'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진정한 끝을 알게 된다. 진정한 도착지, 길의 끝, 더 이상 갈 곳 없는 그곳은 영원한 잠의 세계, 곧 죽음이라고. '나'는 머나먼 미래, 죽음이라는 미래를 가정하고 '그대'와 나눈 약속의 말미에 '사랑해요'라는 말을 '사랑할게'로 슬쩍 바꿔 말한다. 앞으로도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그렇게 길의 끝까지 가겠다고. 나를 택한 그대와 함께.

 

 

 

에디터 안태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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