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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오랜만에 바다로 갔다.

 

사람들은 파도 앞에서 돌을 튀기기도 신기한 돌을 찾기도 파도와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다. 바다는 편안했고 배경으로써 존재했다. 사람들을 앞에 두고 잔잔한 배경처럼 순간을 돋보이게 해줬다.

 

나도 이리저리 깊은숨을 쉬며 바다향도 머금어보고 동그랗게 앉아 제각각 생긴 돌을 주워 봤다. 하나 똑같은 거 없는 사람처럼 개성 가득한 동그란 돌멩이들.

 

그리고 아주 멀리 수평선을 바라봤다. 둥둥 떠 있는 주황색 부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듯 보였다. 눈이 부셔 시선을 옮긴 산도 도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파도의 일렁임을 봤다. 부표도 계속 움직일 것이고 멀리 있는 무언의 것들도 계속해서 움직일 텐데, 세상은 그 가치들을 배경 삼아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도 그런 거 아닐까.

 

모든 움직임들은 차근차근 쌓여 큰 가치를 지닌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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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에 더 큰 시도하지 않은 날들이 많았다.

 

시도하면서도 계속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내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이는 하루씩 한 움큼씩 먹는데 하나만 잡아서 깊게 파야 하는 게 아닐까.

 

사실 지금도 여전하다. 올해 졸업을 앞둔 나는 6개월 동안 평일 내내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다. 대학생 때보다 더 많은 수업과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프로그램이며 공부다. 내 전공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꿈에 직결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지만, 더불어 이 긴 시간 동안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공 공부를 해야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 한다. 잘 하고 있는 건지 몰라서 마음껏 불안해한다.

 

마음껏이라는 말이 돌려 긍정적으로 표현하려고 적은거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라면서 겪는 불안이니 마음껏 해도된다. 이 나이 때라 더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테니 그래도 불안함 속 나를 정의하지 않은 자유로움 또한 존재하니 이 나이 때를 즐기자. 하하.

 

이 하루의 불안은 바다가 잠재워준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은 작은 움직임과 마음들에서 차곡차곡 움직이고 쌓여 하나의 큰 배경으로 굳어졌다. 아주 어릴 적 지나가는 방송부 선배가 무전기로 소통하는 게 멋있어 시작한 마음의 꿈틀거림과 행동들이 지금까지도 방송과 영상의 길을 걷게 해준 배경 아닐까.

 

그러니 지금 내가 배우는 모든 것들은 이 작은 움직임들은 다가올 미래의 가치로 언젠가 굳어져 있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움직이지 않지만 가까이서 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움직이고 쌓아온 가치들이다.

 

우리 삶을 아주 멀리 오래 넓게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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