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우린 서로에게 무슨 말을 했던 걸까? 정말이지 모르겠다. 어떻게 우리가 그 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소통의 결핍이 진정한 소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덧붙일 수 있는 것은 지독히 길었던 남편의 투병 생활 끝 무렵엔 우리가 서로의 문장을 이해하기를 그만두었다는 점이다.

 

 

책에 나오는 구절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며 든 감정이 이 문단 하나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 하나 다른 부분이 있다면, 꿈같이 길었던 책의 끝 무렵엔 우리가 서러의 문장을 이해하기를 그만두고 마음으로 품기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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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다양한 여성, 인물, 시각들로 채워진 그림과 함께 다양한 길이의 활자들도 함께 첨부된다. 어떤 것은 너무나 나와 같아서 이해를 하기 전에 공감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나 하면, 어떤 것은 처음 보는 것들이라 어색하고 끝내 이해를 포기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우주보다, 심해보다 넓다는 것이다.

 

 

거대한 바위를 안고 아몬드 꽃 사이를 걷는 내 꿈속의 여자

 

 

꿈속의 누군가 또는 무언을 그림으로 담아본 적이 있는지, 그림이 아니더라도 머릿속으로 그 형체를 기억하고 그려본 적이 있나? 없다. 같은 지구라는 행성을 살아가는 데에도, 이 세상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하고, 세상을 넘어 꿈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조차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못한 지난날이 아쉬워진다. 책을 읽은 이후부터는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내가 가진 것들을 누릴 것이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내 친구(남자)가 말했다. 내 어휘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동의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지만, 그땐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은 달라도 최종 목표는 ‘행복’을 위해서인 건 동일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행복이 목표가 아닌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목표가 행복이라 해서, 최종목표를 위해 불행해하며 무언가를 해 나가는 것이 아닌, 행복한 과정을 거쳐오며 원하던 자리에 도달했을 때 ‘아 행복했다~’라는 탄사가 나올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 아닐까 싶다.

 

 

엘리자베스와 나는 공원을 걸으며 옷을 입은 개들과 입지 않은 개들을 본다. 나무는 앙상하거나, 잎을 틔우거나, 꽃을 피우고 있다. 체리나무, 라일락, 보리수, 대기를 향기로 가득 채운다. 불쑥 나타났다 차츰 시들어가는 꽃밭들. 늘 변하고 옮겨가는 빛과 그림자.

 

 

‘불쑥 나타났다 차츰 시들어가는 꽃밭들, 늘 변하고 옮겨가는 빛과 그림자’ 해당 구절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작가가 이 구절을 어떤 의미로 쓴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세상의 움직임이라는 경의로움에 흔들렸던 것 같다. 멈추지 않고 조용히, 본인의 맡은 바를 묵묵히 하며 움직여 나가는 세상 속에서 나도 그렇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묻곤 했다. “가장 중요한 게 뭐지?” 우린 정답이 시간이란 걸 알고 있었다. …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를 떠났고, 자신의 시간을 찾았다.

 

그런 시간을 찾는 게 우리가 원하는 전부다. 당신은 시간을 찾자마자 더 많은 시간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사이에 더 많은 시간을. 충분한 시간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절대 붙들고 있을 수도 없다.

 

 

충분한 시간이란 없다며 항상 완벽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일을 미뤄왔던 스스로에게 반성이 되는 구절이였다. 나만의 시간을 찾고, 시간을 활용하고 사용하는 것. 해야 할 일이 생겼다.

 

 

hold on (꼭 버티세요)

 

 

책의 마지막 활자이다. 활자라는 예술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마디인 것 같다. 살아남아라, 싸워서 이겨라 등등의 말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서 버티는 것. 가장 어렵지만 굳건히 해야 할 일 같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이라는 책 제목과 동일하게 작가는 본인의 세상에서 본인이 보고 듣고 느끼고 등의 감각과 모든 것을 동원해 가질 수 있었던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한 번도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들을 타인의 그림과 말로 느낄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작가와 진실된 소통을 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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