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안감을 딛고 - 뮤지컬 틱틱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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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틱틱붐>은 영화로 먼저 접한 작품이었다. 영화를 인상적으로 봐 왔던 터라, <틱틱붐>을 만든 조나단 라슨의 또 다른 작품인 <렌트>가 2023년에 막을 올렸을 당시 관람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보지 못 하였다. 하지만 뮤지컬 <틱틱붐>이 2010년 오연 이후, 14년 만에 다시 돌아오면서 사랑하던 영화를 뮤지컬로서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틱틱붐>의 OST 중 30/90, Come to Your Senses, Louder Than Words를 가장 즐겨 듣는데, 이 OST들을 직접 들을 생각만으로도 <틱틱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공연 시작 전인데도 불구하고, 스피커에선 계속해서 시계 초침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극 중에서도 조나단에게 ‘틱, 틱’ 거리는 초침 소리가 귀에서 떠나질 않는다. 초침 소리는 조나단의 불안감과 닥쳐오는 미래에 대한 압박감을 청각적으로 표현한 연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무대 너머의 관객에게도 체험하게 함으로써 조나단이 가진 생각, 고민이 결국은 우리가 모두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이라는 공통 분모를 형성하게 하는 디테일로 다가오게 한다.
무대 중심에 위로 높게 솟은 탑으로도 보이고, 오두막으로도 보이는 무대 조형이 존재했다. 이 조형 하단에 원형 판을 설치하여 세트를 360도 돌릴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이 장치는 극 내의 여러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그중에서도 조나단의 집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이 무대 장치를 공간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였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무대 장치를 원형 무대로 설정한 것은 뉴욕의 높은 빌딩들을 표현함과 동시에, 조나단의 꿈을 향한 야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느꼈다. 하지만 무대 장치의 넓이는 넓지 않고, 높이만 높다는 것을 보았을 때, 조나단의 꿈은 위로 쭉 뻗은 무대 장치처럼 높지만, 그의 현실은 그 꿈을 다 품을 만큼의 넓이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다가왔다.
조나단이 독백을 할 때마다, CCTV에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듯이 잡히는 연출 또한 인상적이었다. 조나단의 클로즈업 된 얼굴은 무대 뒤편의 화면에 송출되는데, CCTV로 송출되는 화면은 무언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쫓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송출 화면은 친한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찍는 홈비디오처럼 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의 과정에선 누군가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기도 하고, 어딘가 막혀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고민의 순간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결국, 그 모든 순간을 홈비디오로 찍으며 함께한 친구, 가족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엔딩 부분에서 출연진 모두가 함께 Louder Than Words를 함께 부르며, 조나단의 3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막을 내린다. 뜨거웠지만, 그만큼 불안했던 20대를 거쳐 절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30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만 같은 현재이기에 30살이 다가오면 정말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나단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또다시 함께 걸어 나갈 것을 깨닫는다. 공들여 만든 <슈퍼 바이저>가 엎어져도 결국 다시 일어나 <틱틱붐>과 <렌트>를 만든 조나단을 보며 현재의 나와 많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불안정한 시기는 오기 마련이다. 특히, 20대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순간 다가오는 불안감과 절망감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번 불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복하고 기쁠 때도 있다. 그 순간을 크게 확대하여 즐기고, 또 괴로워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숙명일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며 조금이라도 걸어 나가보잔 말을 모두에게 해주고 싶다.
이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청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틱틱붐>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2월 2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이선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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