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혼란스럽다.

틱...

 

시끄럽다.

틱...

 

불투명하다.

틱...

 

괴롭다!

붐!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 수잔(김수하), 마이클(양희준), 앙상블.jpg

 

 

 

헤매는 청춘들에게


 

뮤지컬 틱틱붐을 보고 왔다.


나는 종종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길을 걷다가 들리는 음악 소리에 도로 한복판에서 춤을 출 만큼 만큼 이리저리 통통 튀어다니는 사람이다. 답답하다며 회사를 뛰쳐 나와 길 한복판을 달리고, 나 하나도 감당하기 버거우면서 꼬질한 고양이 하나를 데려와 내 식비의 반을 쏟아붓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무작정 달려들었고, 행복하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의 궤도에서 계속해서 마른 세수를 한다. '내가 선택했지만 이게 맞나' 스스로 자문하다가도 '이게 맞지 뭐가 맞아?'라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 다시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달라붙어 쓰러진다.


뮤지컬을 보러 같이 갔던 A는 내가 종종 '장래희망'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할 정도로 인생을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착실하게 공부하고, 착실하게 좋아하는 일을 찾고, 착실하게 원하는 직종에 취직해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착실하게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 그도 그만의 고통과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교과서적인 사람이 있을까' 싶었고, "저는 장차 커서 언니가 되는게 꿈이에요"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으며, 내 불 같은 성정이 버틴다면 그와 같은 물 같이 흘러가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착실하게 노력하고, 착실한 일을 꿈 꿔서, 착실하게 보상받는 삶을 말이다.

 

그런 사람과 내가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갔다. 뮤지컬 틱틱붐을.

 

 

 

뮤지컬 [틱틱붐]



 

틱... 틱... 우리말로 째깍째깍 하는 시계추 소리이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장래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단순한 그 시계추 소리가 그 사람을 옥죄고 심한 고통속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하나 하나 시간이 흘러갈 때마다 준비된 것이 없이 맞이하는 30대! 그 시계추 소리는 환청으로 들리면서 심한 좌절과 절망감을 맛보게 해준다. 여기 그런 사람이 있다. 바로 존(Jon)...


존은 그 시계추 소리를 즐겁게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 속에서 살것인가?


하지만,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만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자니의 꿈을 들여다보자!

 

 

뮤지컬 [틱틱붐]은 뮤지컬 [렌트]의 극작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30살을 앞두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 존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꿈을 이루어 자신의 뮤지컬을 공연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성공한 예술가이면 얼마나 좋을까. 30살을 코앞에 둔 그는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다. 아버지는 말버릇처럼 '취직하라' 이야기하고, 그의 하나뿐인 친구 마이클은 이미 예술가로서의 공복의 길을 버리고 진즉 광고회사에 취직하여 성공한(풍족한) 삶을 산다. 그 와중에 여자친구이자 무용수 수잔은 예술과 현실을 타협하여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며 존과 함께 가정을 꾸리기를 원한다. 이 모든 것이 존에게는 자신을 압박하는 시계추 소리로 다가온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jpg

 

 

 

존의 속삭임, '사실 나도 그래!'



최근 웃어른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20대가 편안하면 그게 20대겠니? 힘드니까 20대지. 원래 20대는 다 힘든거야.'

 

그 이야기가 당시의 나에게는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SNS에는 자신의 행복만을 전시하고, 그렇게 휴대폰 액정을 슥 슥 내리다 보면 나만이 이런 혼란 속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 같은 외로운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을까봐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 망망대해에 홀로 서있는 것만 같은 기분. 그런데 20대의 모두가 그런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뮤지컬 [틱틱붐]은 '원래 20대는 다 힘든거야'를 뮤지컬로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꿈도 쫓아가고, 착실하게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자친구도 있는 존이지만 존은 그만의 혼란 속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살리면서도 수익을 얻는 방법을 찾고, 자신을 아끼는 남자친구와도 함께 사는 수잔이지만 맨해튼에서 벗어나 보다 착실한 미래를 꿈 꾸고, 그로 인해 남자친구와 불화에 놓여져 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성공한 마이클. 최신형 자동차,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아파트까지, 금전적으로 부족한 것은 전혀 없지만 에이즈에 걸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게 된다.

 

뮤지컬 [틱틱붐]의 모든 등장인물은 모두가 겉표면만 놓고 보면 행복해 보인다. 모두가 각자 착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고, 각자 불안은 이겨내며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상 그 내면은 모두가 혼란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이해준).jpg

 

 

 

우리 모두의 소리, 틱, 틱, 붐!


 

A와 나는 뮤지컬을 다 보고 밤 늦게까지 하는 국밥집을 찾아 국밥을 한그릇씩 먹었다. 심야의 추위를 뚫고 국밥집으로 가는 길, A는 '나도 존과 같은 불안감을 느꼈던 시기가 있다'고 이야기 했고, 나는 '언니가 왜 그런 불안감을 느꼈어요?' 하고 어리둥절해했다.

 

그리고 나서 문득 떠올렸다. 나보다 두 살 어린 B는 나와 밥을 먹으며 나에게 '언니는 자신의 일을 너무도 착실하게 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언니를 보며 조급함과 불안감이 느꼈다'고 고백했던 것을. 그런 B를 보며 나는 또 어리둥절해 하며 '내가 왜 그래 보였는데?' 라고 되물었던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틱, 틱... 극이 진행되는 내내 존을 괴롭히던 그 시계추 소리는 존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물론이고 A도, B도, 그리고 누군지 모를 C도 듣고 있던 소리였겠지. 그 무겁게 짓눌리는 기분. 타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기분. 그 기분에서 파생된 가장 근본적인 소리. 틱, 틱...

 

뮤지컬 [틱틱붐]의 시놉시스 마지막 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한 젊은 예술가의 좌절과 희망은 결국 우리시대,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지금도 틱, 틱... 시계추 소리에 괴로워할 나, 너, 우리를 위해, 뮤지컬 [틱틱붐]의 넘버 [LOUDER THAN WORDS]의 가사를 바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Why should we try to be our best

When we can just get by and still gain?

Why do we nod our heads

Although we know

The boss is wrong as rain*?


왜 우리는 이렇게 아등바등할까

대충 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나

우리의 지배자가

완전히 옳지 않은 걸 알면서도

 

(...)

 

Cages or wings

Which do you prefer?

Ask the birds


새장과 날개

무엇을 택하겠어?

새들에게 물어봐

 

 

 

컬쳐리스트 태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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