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 찾아가는 여정이다. 일단 필자의 인생 목표는 행복이 맞으니까. 지구에 있는 사람의 수만큼 행복의 가짓수는 다양하고, 따라서 행복한 삶에 공통된 해답이란 없을 것이다. 이 글은 그러니까 맞춤형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그도 아니고 그녀도 아니고 그들도 아니고 우리도 아닌 바로 '나'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그 지극히 개인적인 답을 찾기 위해서는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그 순간들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가장 명쾌한 방식 같아 보인다.
취향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글쎄, 가장 최근에 행복했던 때가 언제일까. 그냥 은은하게 기분 좋을 때 말고 "아, 행복하다"라고 저도 모르게 내뱉은 순간 말이다. 그 순간은 생각보다 가까이, 저번 주말쯤 위치한다. 오전 내내 방을 헤집으며 금방 지나갈 애매한 두께감의 옷들을 정리하고 회색빛이 도는 푸른색 이불에 누워 나만의 공간을 쳐다볼 때. 사적인 공간을 갖는 것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지.
좋아하는 향기로 방을 가득 채우고, 불을 끄고 예쁜 조명을 하나 켜놓을 수 있는 그 조그만 자유. 옷장에는 프리지아 왁스 타블렛을 두고 선반에는 가을 향이 나는 향수를 올려놓을 그 권리. 오전 내 씨름한 옷을 하나하나 구매할 당시의 고뇌와 주욱 늘어놓으니 참으로 일관된 이 취향은 또 어떤가. 방을 찬찬히 둘러보면 취향이 보인다. 지금의 관심사는 조금 앞으로 나와 있고 과거의 관심사는 저기 아래 먼지와 함께 쌓여있다. 추억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방을 정리한다는 것은 이렇듯 취향을 회고하는 일이다. 이전의 내 취향은 이랬지, 저랬지 하면서.
켜켜이 쌓인 취향으로 가득한 공간은 그렇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행복을 가져다준다. 가까이 있는 취향을 골라잡아도 되고, 가만히 누워 요즘 꽂힌 음악을 듣다가 잠에 드는 것도 좋다. 취향을 추구하기에는 너무나 꽉 찬 이 도시에서 잠시 도망치는 것이다.
가치에 시간을 쏟으며
그렇다면 최근에 불행했던 때는 언제였지. 불행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에는 지나치게 평탄한 삶을 산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이건 다시 말하지만 '맞춤형' 행복과 '맞춤형' 불행에 대한 글이니까. 그것은 작년, 대략 9개월 전쯤의 일이었던 것 같다.
치열하게 앞으로 달려오다 갑자기 멈춰 서게 되면 삶은 관성 때문에 자꾸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한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성과 전진하지 못하는 상황이 물리법칙처럼 충돌했다. 덩그러니 시간이 남으니 놀기 시작했다. 잠도 좀 자고, 책도 좀 읽고, 가끔은 공부도 하면서 여행도 다녔다. 이 행복한 백수의 삶이 왜 이리 불행하고 공허하던지.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약속을 빽빽하게 잡고 온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도 예전처럼 그리 즐겁지가 않았다. 분명 외부에서 들어오는 스트레스가 없음에도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그건 아마 이 비대한 자아가 마음속에서 콕콕 찔러대는 통증이었으리라. '지금 이거, 원하던 삶 맞아?'
그 증상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원래 하던 일과는 괴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찾은 것 같았다. 물론 그전에도 근근이 알바를 병행하고 있었지만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충만함과 공허함을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느끼기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기준이었다. 이곳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전공과 관련된 곳으로 다시 이직을 한 것도 추구하는 가치를 좇기 위한 방향 전환의 일종이다.
사랑을 내주자!
그러고 보니 당장 오늘도 행복했던 일이 있다. 고객이 밖을 나가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말을 건넨 일. 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하루의 기분이 결정된다. 누군가를 불행해지지 않게 막아주고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즉효 약이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일 것이다. 마법 소녀 같은 말이긴 하다만. 그 사랑을 꼭꼭 숨겨두고만 있으면 아무 효능이 없다. 심장의 밖으로 꺼내 내어줄 때 이 약의 효능은 비로소 발현된다.
맞다. 받는 것이 아니라 내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12월 25일, 캐럴이 울리는 크리스마스 날 근무를 하는 것은 행복과 거리가 있지만 크리스마스 간식을 직장동료들과 나누는 것만으로 행복이 찾아온다. 고객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건네고 다시 받을 때, 서로의 얼굴에 작은 행복이 심어진다.
그러니 맞춤형 행복의 공식은 이러하다.
취향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가치에 시간을 쏟으며, 사랑을 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