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토토의 빛, 스크린 넘어 -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글 입력 2025.01.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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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토토는 반짝거린다. 신부님께 꾸중을 들을 때도, 엄마에게 혼이 날 때도 말이다. 작은 손에 꿈을 꼭 쥐고 있기 때문일까. 토토는 영화를 보고, 상영하고, 창조하는 것까지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사랑했다.


잘려진 필름 조각을 주머니에 몰래 챙겼고, 엄마가 준 심부름 값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신부님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필름을 박스에 모아 입이 마르도록 대사를 되풀이했다. 친구가 된 알프레도의 영사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영화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갔다. 갖은 반대와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에도 기회를 응당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어린 남자아이의 간절함 내지는 순수한 사랑은 수십 년이 지난 먼 땅의 시청자까지도 그 설렘의 현장에 데려다 놓는다. 그래서인지 시네마 천국을 생각하면 설렘과 시작을 상징하는 봄이 먼저 떠오른다. 매년 추운 겨울마다 이 영화를 찾아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최근 꿈 하나를 손에 쥐었다. 여러 해 동안 마음 속에서만 키워오다 기어코 몸집을 불려 나가자 마음 밖으로 꺼내 들었다.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 수업을 듣고, 서로의 작품을 합평했다. 유일하게 게으름이 허용되는 주말의 늦잠을 포기하고, 매주 찬 바람을 맞으며 강의실로 종종걸음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감상평을 들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입에서는 미소가 베실 새어 나왔다. 그것이 우수하든 아니든 어설프게나마 내 손에서 모양을 갖춰가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다. 한 발자국, 어쩌면 반 발자국이라도 이상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면 신이 나 큰 덩어리의 시간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내가 첫 수업을 가던 날,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이 개관했다. 수업이 끝나곤 책과 노트북을 어깨에 메고 전시회로 향했다. 내가 토토의 꿈을 응원했던 것처럼, 내 꿈도 반짝이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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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토토의 꿈이 태어나고, 무르익고, 절정을 지나 어려움을 겪고, 다시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입장 시 흘러나오는 시네마 천국의 배경음악은 괜한 뭉클함을 자아낸다. 당시 영화가 방영될 때의 오리지널 포스터, 이탈리아 최초의 영사기, 토토와 알프레도의 순수한 웃음을 간직한 영상들까지. 그곳은 기억 속에 없는 추억까지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빛바랜 포스터 속 토토의 눈은 얼마나 반짝이고 있는지.


소년 토토와 청년 토토는 모두 꿈을 꿨고, 뜨거운 사랑을 했으며, 우정을 나눴다. 그 시간의 흐름대로 영화 속 세상에 몰입해 작품과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이 전시의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작은 영화관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다시 한 번 영화의 장면들을 감상하며 느낀 울림은 컸다.


작품의 번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어린 시절 시칠리아의 작은 동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웠다. 토토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그는 사진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고, 결국 그 꿈을 이뤄냈다.

 

 

내 두 손에는 영화와 나와의 관계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명확한 표시가 남아있습니다

 

- 토르나토레 감독

 

 

전시회는 오랜 시간이 지나 빛바랜 물건과 영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색상은 오히려 짙어졌고, 사람들에게 닿는 빛은 더 환해졌다. 영화 속 인물과 장면, 그리고 감정에 몰두한 이들이 같은 표정과 눈빛으로 전시장을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토토의 반짝이는 세계는 오는 3월 30일까지 서울숲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체험할 수 있다.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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