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시간선, 과거부터 미래까지 - 호라이즌

달라지게 만드는
글 입력 2025.01.1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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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이 여겼다. [호라이즌]이 어떤 책인지 대충 찾아봤을 적 나왔던 이야기들은 '베리 로페즈'라는 사람이 72개국을 여행하고 남긴 글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더 찾아보지 않고 거기서 그만뒀었기에 그저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글로 쓴 여행기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었다.

 

그랬던 마음은 책을 펴고 얼마가지 않아서 좀 달라졌다. 여전히 내가 가보지 못한 여러 나라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있었지만 대조적으로 앞으로 나올 나라나 장소들에 얽힌 역사와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얼마나 내가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인지, 생각지도 못한 관점을 볼 수 있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미약한 무서움과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하나의 글에 대한 상반되는 감정이었지만 묘하게도 연결되어 있는 감정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게 되고 전과 다른 시각을 공유하게 되었고 앞으로 더 그럴 것이라는 걸 알기에 무서우면서도 오히려 그렇기에 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설레는 감정이 배가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달라진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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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달아나려 한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지구에 대한 감정을 한껏 고양시키는 아주 먼 곳의 이야기. 사라진 것들을 불러들이는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역작]이라는 서평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무게의 질문을 연달아 나에게 던지는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수없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이 책은 얼마나 나에게 값진 책이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장 먼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였다. 한국사에는 어릴 적부터 큰 관심을 가져왔지만 세계사는 얼마 전부터 관심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그렇지만 또 과학에 재미를 느끼던 나로서는 다양한 문화재나 유물, 지구의 변화, 생태계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꼈기에 복합적으로 나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책이어서이기도 하다.

 

몰랐던 역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 또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지식들의 새로운 연결고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번에 알게 된 지식들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 부분들을 다수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은 곧 현재와 미래를 보는 시선도 달라짐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기억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무슨 일을 하면 안 되는지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부분에서 더 개발을 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나는 역사를 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앞으로 가지게 될 것들에도 영향을 끼치리라 짐작해본다.

 

더군다나 이 책만 나에게 이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접해온 책들과 앞으로 접할 책들, 또 그러한 정보와 지식들 또한 그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을 알기에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또 새로운 분야의 글을 접하더라도 큰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읽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또 보통 책이 시간선대로 흐르는 반면, [호라이즌]은 시간선대로 흐르지 않는다. 총 여섯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 장소의 본질과 인간이 남긴 흔적과 영향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다. 여러 탐험에 대한 내용을 말해주면서도 새로운 지역에 정착한 용감한 사람들의 탐험에 대한 이야기와 식민주의나 금전적인 보상 등을 위한 탐욕을 가진 사람들의 탐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배치하여 '탐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인간의 위선과 여러 사실들에 대한 대비가 더 잘 와닿게 만들었다.

 

 

 

무언가를 바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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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로 들어서기 전, "여행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살갗을 바꾸는 일이다."라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남방 우편기' 중에서)의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새해를 맞아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오래된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왔던 만큼 평소보다 더 크게 나에게 다가왔다. 어릴 적부터 크면서 자라온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익숙치 않은 환경에 녹아드는 시간을 통해 떠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여러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살갗을 바꾼다.'라는 문장에 더 동감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부산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일정에 넣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래서 여행 기간 동안 여러 색다른 체험을 해볼 수 있었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볼 수 있었다. 평소 새로운 음식이나 디저트에 도전하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밥 메뉴를 고를 때에도 거의 항상 무난한 메뉴나 먹어봤던 메뉴를 택했었는데 부산에 다시 와서 이 음식을 먹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마음과 여행을 왔으니 한 번 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합쳐져서 그런 도전을 해봤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짧게 여행을 다녀왔던 데다가 국내 여행이라서 박물관이나 궁궐(성)과 같은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에 거의 가지 않았지만 해외여행을 간다면 거의 항상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에 갔었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마치 여러 역사 유물과 유적지를 직접 보고 느끼며 탐구해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 가보지 않을 것 같거나 경험해보기 힘들 것 같은 것들에 대해 아주 상세하면서도 생생하게 기술되어 있는 부분들이 나로 하여금 글을 읽고 있음에도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이 간 72개국의 나라들에 대한 여정에서 있었던 사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서술하면서 해당 장소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과 그 경험에서 자신이 깨달은 것들 등을 자세하게 기술하여 처음 접하는 생태계에 대한 이름과 표현, 과거의 역사와 이색적인 역사 유물들에 대한 내용들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막히거나 헷갈리는 부분 없이 술술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 배의 돛대나 여러 문화적이거나 시대적인 용어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주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을 문장에 배치하였음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돌아보고 현재에는 화합하고 미래는 상상해보라


 

처음에는 여행기인줄 알았던 이 책은 과거에 있었던 항해들에 대한 내용과 신대륙 발견, 여러 문화의 소멸과 생성, 억압과 식민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룸으로써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여행'이라는 틀로 시작한 글이 이렇게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들고 무거운 감정을 가지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생소하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각자가 경험한 내용과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권을 접했을 때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성장한 문화권 뿐만 아니라 지구 상에 다양한 전통과 관습이 존재함을 이해하고 그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 노력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칭찬의 의미가 되는 표현이 어느 나라에서는 욕을 뜻하는 표현일 수도 있음을, 같은 의미더라도 나라마다 사용되는 단어가 다르고 범주가 다름을 인지하고 그것이 서로의 '틀림'이 아니라 '다름'임을 받아들이고 배려해야 한다. 그렇게 과거를 돌아보고 그 내용들을 기억하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우리는 보다 쉽게 화합과 존중, 배려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결정이 주변의 국가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 우리는 우리만의 입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결정을 내리려 노력해야 더불어 살며 좋은 관계를 갖고 또 닥친 문제를 힘을 합쳐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는 국가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단체 사이,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현재에 화합하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호라이즌]은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저자인 배리 로페즈가 72개국을 여행한 내용을 담은 것을 증명하듯 자연 묘사에서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압도적인 필력을 자랑한다. 많은 책을 읽어왔던 만큼 여러 환경 묘사 서술을 봤지만 이 책만큼 글을 읽는데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곳에 존재하는 바람과 빛, 동식물의 모양과 색을 생생히 재현하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서술 부분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렇게 많은 장소를 찾기 힘듦을 알기에. 내가 그런 여행을 잘 떠나지 않을 것 같기에. 이렇게 수많은 장소를 간접적으로나마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글을 읽게 된 것은 나에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저자는 환경을 생생하게 서술하면서도 자연의 흔적과 인간의 역사, 진화, 지구의 여러 자연현상, 동식물의 생태계와 이동 등을 동시에 응시하고 엮어낸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일이 자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일상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을 보다 가까이 와닿게 하며 앞으로의 변화와 발전이 자연과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며 이루어져야 함을 일깨운다.

 

단순히 여행 이야기를 기대하고 펼쳤던 책이었지만 여행이 나에게 전할 수 있는 깊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감명깊었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되게 만들었다.

 

[호라이즌]을 읽으면서 지구에 존재했던 여러 문화들과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또 지금 존재하고 있는 나라들을 간접적으로 돌아보면서 이색적인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은 역사만을 다루거나 여행 장소만을 다루었는데 '여행'이라는 틀 안에서 과거의 역사부터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여러 진화 과정까지 다양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문장마다 반추해가며 읽게 만드는 책이기에 나는 이 책이 무척이나 좋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어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꽤 읽어도 마치 얼마 읽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막막한 마음마저 들게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마저 마력이고 재미있는 글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이 책은 나에게 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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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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