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기 앞의 생'을 걸어나가기 위해 -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글 입력 2025.01.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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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0일부터 2025년 3월 30일까지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소재한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선보이는 전시회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이탈리아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도 특히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아 온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 <시네마 천국>을 재해석한 공간 구성에 음악 감독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을 더하여 완성한 몰입형 전시로, 알프레도와 토토의 <시네마 천국>을 추억하는 전 세계의 모든 영화 팬들을 위해 여러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들려오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Love Theme'과 영화에서 실제 영화에 사용된 소품들, 몰입형 전시라는 컨셉에 맞춰 전시장 곳곳에서 <시네마 천국>의 조각들을 상영하고 있는 작은 시네마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사진과 포스터,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모 모리꼬네의 만남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스토리까지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모든 공간이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에 대한 향수로 가득했고, 전시회를 관람하며 떠올릴 기억이 저마다 상이할 모든 관람객을 위한 하나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전시장 내부는 총 15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공간마다 한편으로는 영화 밖에서 영화 속 순간들을 조명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 안에서 바깥의 현실을 체험하게 되기도 한다. 전시회가 마련해 놓은 짧은 여정을 알프레도와 토토,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과 함께하며 영화 속 이름 모를 한 인물이 되어 걸어볼 수 있었고 마침내 <시네마 천국>을 관람했고 또 그대로 흘려보냈던 과거의 내가 되어볼 수도 있었다.

 

 

시네마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날짜 수정 최종 포스터_241120.jpg


 

전시회의 마지막 순서에서 관람객들을 떠나보내며 남겨진 짧은 편지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토토에게. 우리 모두가 자신의 영화 속 토토임을 잊지 않기를. 네 꿈을 찾아, 다음 문을 열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인생 속에서 하나의 시네마 천국을 완성하기 위해 걸어가는 토토이며 동시에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에서 영사 기사로, 영사 기사에서 영화감독으로 나아간 토토의 꿈 그 자체를 간직하고 있는 존재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며 그 꿈을 실현하는 사람의 수는 더욱 적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바로 그러한 꿈을 꾸었던 과거의 자신을 이따금 추억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맥락의 동일 선상에서 이번 전시회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관람 당일 하루 전날 영화 <시네마 천국>을 다시 보고 난 후, 나는 문득 토토라는 인물이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인 모모와 어딘가 닮아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확히는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관계가 떠올랐다.

 

어른과 아이의 사랑은 내게 언제나 퍽 특별하게 다가온다. 토토와 알프레도의 사랑은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사랑과는 어쩌면 정반대의 형태로 그려졌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사랑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의 사랑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 밑에는 실패한 성공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프레도는 왜 토토에게 자신의 유품으로 과거 신부의 검열로 인해 삭제된 영화의 키스신들을 모아놓은 필름을 남긴 것일까. 그것은 키스신이 당시의 시대상이나 한 신부의 관점에서는 영화를 실패로 만드는 요소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쇼트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는 알프레도가 포함될 수 있고 토토가 포함될 수 있으며 키스신을 촬영한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포함될 수 있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알프레도의 부고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에게 그의 어머니는 "내가 전화할 때마다 다른 여자가 받더구나. 그런데 그 여자 중 누구도 진심으로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더라."라고 말한다. 비록 감독판에 추가된 내용에서는 토토와 엘레나가 재회한 뒤 끝내 엘레나가 이별을 고함으로써 그들의 관계가 끝을 맺게 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토토의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엘레나라는 인물이 반드시 요구되며 그녀가 없이는 토토의 인생이 평생 미완성을 남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토토의 어머니가 위와 같은 말을 남긴 것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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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신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과 같이 엘레나가, 엘레나와의 재회가 토토의 인생을 완성시키고 로자 아줌마와의 사랑이 모모의 인생을 완성시킨다. 비록 알프레도의 말처럼 토토에게 있어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떠나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로자 아줌마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에서 하나 남은 유대마저 잃어버린 모모가 결국 자신의 집을 떠나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모모가 로자 아줌마의 임종을 지키며 자신의 사랑을 완성했듯이 토토 또한 엘레나와의 재회를 통해 자신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었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나는 전시회에서 감독판의 추가된 내용을 확인한 후 알프레도에 대한 토토의 원망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알프레도가 토토를 위해서 엘레나가 영화관을 찾아왔던 사실을 숨겼다는 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그러나 언젠가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 다시 <시네마 천국>을 보게 되는 날에는 어쩌면 알프레도의 시선에서 토토의 인생을 응망하며 알프레도가 느꼈던 사랑을 보다 또렷하게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명작이라고 불리는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이.

 

그러나 완전한 성공이란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실패가 뒤따르는 성공이었기에 <시네마 천국>과 <자기 앞의 생>이 보여준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에게 실패로 남았던 꿈과 사랑이 눈앞에서 토토와 알프레도를 통해, 모모와 로자 아줌마를 통해 펼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숨을 쉬지 않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나는 그녀 곁에 펴놓은 매트에 내 우산 아르튀르와 함께 누웠다. 그리고 아주 죽어버리도록 더 아프려고 애썼다. 내 주위의 촛불이 꺼졌다. 나는 다시 불을 붙였다. 촛불은 여러 차례 꺼졌고, 나는 다시 불을 붙이고, 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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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사랑 뒤에는 재가 남았고 병사가 공주를 위해 기다린 99일 뒤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약속이 남았다. 자기 앞의 생을 걸어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촛불은 수차례 꺼지고 말았지만 다시 불을 붙이고, 또 불을 붙이는 모모의 마음으로 <시네마 천국>을 찾게 될 순간이 올 것이다. 영화를 다시 보고 있으면, 더는 숨을 쉬지 않는 내 꿈마저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때를 위해서 잠시 동안 토토와 알프레도에게 나의 <시네마 천국>을 맡겨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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