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이 몰랐던 개항장의 갤러리를 소개합니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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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개항장 거리에 소규모 갤러리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차이나타운부터 신포 문화의 거리 길목까지 5분 정도 걷다 보면 10개 남짓한 갤러리를 즐길 수 있다. 갤러리를 좋아하지만 새로운 곳을 찾으려면 강남, 종로까지 나가야만 했던 슬픈 인처너로서, 이런 변화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작품이 담긴 갤러리, 그리고 각각의 작품엔 언제나 작가의 고유한 이야기와 특색이 담겨 있다. 개항장 갤러리들도 마찬가지로, 직접 방문해보니 제 각기 다른 이야기와 작품을 담고 있었다. 마치 사람의 성향처럼 말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개성을 품은 개항장 갤러리에 맞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찾아 주기로 했다. 개항장 갤러리들을 방문하고 싶은데, 어떤 갤러리부터 방문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글을 바탕으로 자신과 잘 맞는 공간을 찾아보시기를.
ENFP/ESFP - 아트플랫폼
-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 화수목일 11시~18시, 금토 11시~20시 운영, 월요일 휴관
ENFP와 ESFP,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을 즐기는 MBTI계의 ‘인싸’다. 어느 모임에서나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야깃거리를 끌어내 중심이 되는 사람이라면 이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는 개항장에서 가장 큰 규모 전시 공간이자 다채로운 문화 예술 콘텐츠를 쏟아내는 아트 플랫폼을 추천한다.
아트 플랫폼은 인천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 복합체다. 1888년 지어진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을 비롯하여, 금마차 다방 건물(1943), 옛 대한통운 창고(1948) 등 개항기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를 끌어안은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총 8개 동으로 이루어진 아트 플랫폼은 생활 문화센터, 전시장, 공연장, 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어 각 동마다 다른 건축물의 특징과 역사를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각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입주 작가들의 전시, 온라인 전시, 공연 등 매번 다른 문화 예술 이벤트가 제공된다. 1년 사계절 내내 개항장의 중심에서 다채로움을 쏟아내는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 사람이라면 외향적이고 도전을 즐겨 매 순간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ESFP와 ENFP라 말할 수 있겠다.
INFJ/ISFJ - 도든 아트하우스
-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90
- 매일 10시 30분~18시 운영
자신의 명확한 신념과 소명 아래 화합을 이끌고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사람을 두루 잘 챙기는 대표적인 유형 INFJ와 ISFJ. 이 유형은 도든 아트하우스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림’을 뜻하는 한자 ‘圖(도)’와 ‘들다’의 형용사 형 ‘든’을 합쳐 ‘그림이 드는 집’이라는 의미를 가진 도든 아트하우스는 5년 전 개항장에 자리 잡았다. 현직 화가, 이창구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개항장의 문화 벨트를 만드는데 첫 주자로 나섰던 영향력이 큰 곳이기도 하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갤러리 겸 카페로 운영되는데 1층 갤러리는 열흘에 한 번 새로운 전시로 꾸려진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자그마한 그림들과 함께 앉아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도든 아트하우스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첫째, 젊은 신진 작가를 배려한다. 둘째, 비인기 장르에 관심을 갖는다. 셋째, 작가 발굴에 적극적인 갤러리가 된다. 이 원칙 아래 도든 아트하우스는 개관 후부터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전시나 미술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작가들을 응원하는 단체전, 한국화와 민화를 위한 전시 등 두루 전시를 열어 오고 있다.
소외되는 장르나 작가가 없도록 전시의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는, 정의로운 수호자 같은 갤러리. 단단한 의지와 기준 아래 운영되는 도든 아트하우스는 개항장 속 INFJ, ISFJ들이다.
ISFP/INFP - 갤러리 5
-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94 1층
- 매일 10시~20시 30분 운영, 월요일 휴관
ISFP와 INFP는 갈등을 싫어하고 인류애 넘치는 박애주의자가 많은 유형이다. 도든 아트 하우스의 바로 왼편에 자리한 갤러리5의 설립 배경은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꼭 닮아 있다.
갤러리5는 조용선 관장과 마음 맞는 5명의 예술가가 의기투합해서 차린 화랑으로, 작품을 혼자 모으고 즐기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추상화, 한국화, 동양화, 서예 등 600점 이상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출발한 갤러리5는, 30여평의 규모로 개항장 내 갤러리 중에서는 아트 플랫폼 다음으로 큰 규모에 속한다. 갤러리 겸 카페로 운영되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한 후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다만, 운영 중임에도 간혹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문 앞에 쓰인 전화 번호로 문의를 드리고, 다른 갤러리를 구경하다가 슬쩍 방문해보자. 연약하고 섬세해 소중하게 다가가야 하는 INFP와 ISFP를 대할 때처럼 말이다.
ENTJ/ESTJ - 참살이미술관
-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83 3층
- 매일 12시~18시 운영
갤러리 5와 더불어 큰 규모의 전시장으로 손꼽히는 참살이미술관은 ‘지역작가들과 예술, 시민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가치 아래 운영된다.
다른 갤러리들이 주로 예술의 대중화와 다양성에 초점 맞춰 운영하고 있다면, 참살이미술관은 지역내 미술 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인천에 미술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 이현준 명예 관장은 미술관을 기점으로 작가와 콜렉터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콜렉터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기회를 만들어내고자 참살이미술관을 설립했다.
독특한 점은 학생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교내 공간에 작가들의 작품을 대여해주는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리더 유형으로 꼽히는 ENTJ와 ESTJ가 적극성과 리더십을 무기로 다양한 도전과 여정을 즐기듯이, 참살이미술관은 인천의 미술 시장을 개척하고 작품이 닿지 않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 예술을 전하는 개항장 미술 시장의 지도자이자 선구자이다.
INTJ/ISTJ - 갤러리 벨라
-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66
- 매일 11시~18시 운영, 월요일 휴관
자신의 체계와 세계 속에 철저히 몰입하는 두 유형, 바로 INTJ와 ISTJ다. 빠르고 차분한 두뇌 회전을 통해 효율을 추구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효과적인 공간 활용으로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갤러리 벨라가 바로 이 유형과 닮았다.
갤러리 벨라는 전업 작가로 활동해오던 이춘자 관장이 ‘도든 아트하우스’의 초대 작가로 방문했다가 개항장에 매료되어 마련한 미술관이다. 34년 묵은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보통 갤러리가 수평으로 넓게 자리 잡고 있다면, 갤러리 벨라는 좁고 긴 형태의 특이한 구조가 눈에 띈다. 외부가 보이지 않는 프라이빗 한 공간과 구조 덕분에 작품에 더욱 조용하고 차분하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은 갤러리 벨라만의 큰 장점. 2층엔 관장의 개인 작업실 공간도 자리하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거나 그 세계에 깊게 빠져들기를 즐기는 INTJ와 ISTJ가 떠오른다.
북적이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과 사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ENFJ/ESFJ - 윤아트 갤러리
-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50
- 매일 11시~19시 운영, 월요일 휴관
윤아트 갤러리에는 확실한 키워드가 있다. ‘힐링’. 넓은 품으로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ENFJ, ESFJ 유형에 딱 어울리는 갤러리가 있다면 이곳이겠다.
윤인철 관장은 암 투병중이던 아내가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자 미술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3층짜리 건물을 임대해 아내를 위해 모았던 작품들을 전시했다. 자신과 아내가 미술을 통해 위로 받았던 것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 갤러리를 오픈한 것이다. 좋은 작품을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는,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윤아트갤러리는 현재 ‘항미단길’ 2층짜리 건물로 이전했다. (지도 앱을 이용할 시 이전 갤러리로 방문하지 않도록 정확한 주소를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1층은 소속 작가의 그림을 걸어 전시하고, 2층은 관장의 소장작품을 걸어두었다. 1층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구경할 수 있으며, 종종 관장과 함께 앉아 수다를 나누거나 관장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이 공간의 재미.
이타주의적인 성향으로 탁월한 붙임성을 가진 ESFJ, ENFJ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ENTP/ESTP - 선광 미술관
- 인천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4
- 미술관 홈페이지 확인 후 방문
선광 미술관은 개항장 초입, 신포 문화의 거리 진입로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미술관이다.
선광미술관 선광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원도심 문화 활성화 목적으로 2013년 개관했다. 미술관 건물은 80년 넘는 기간동안 유지되어 왔는데, 일제시대 일본인의 해운회사 사무실로 쓰이다가 이후 인천항 대표 물류회사 ‘㈜선광’의 본사 건물로 사용되어왔다. 본사 이전 후 빈 공간으로 남겨졌던 건물은 선광의 기부로 선광문화재단이 소유하게 되는데,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 불모지였던 인천 원도심 시민의 문화 향유와 인천 지역 작가, 청소년 작가의 전시를 위한 미술관으로 재탄생한다.
현재 건물 1층을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는데, 전시 일정에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선광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전시가 있는지 미리 확인한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사람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집중하고 투자하는 ENTP, ESTP처럼, 전문 작가에서 나아가 청소년과 시민 작가까지 누구나 평등하게 문화예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쓰는 선광 미술관. 이곳을 보면 진취적이며, 자신의 위치와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두 유형이 떠오른다.
INTP/ISTP - 관동 갤러리
- 인천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
- 금토일 10시~18시 운영
INTP와 ISTP는 독특한 감수성과 관점을 가진 이들의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와 관심사가 확실해 4차원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한다.
개항장 갤러리 중에서도 이런 존재가 있는데, 바로 관동 갤러리다. 일본의 조계지였던 개항장 속 자리한 관동 갤러리는 90년 된 일본 목조 주택 ‘나가야’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특별한 갤러리다. 부부 사진작가 류은규 관장과 역사 연구가 도다 이쿠코 관장이 인천에 정착하며 만난 주택으로, 사진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찾던 중 이 주택에 관동 갤러리를 설립하게 되었다.
그들이 일본식 목조 가옥이 품은 역사적 가치와 건축적 특징에 매료되었던 만큼, 가옥 원형이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관동 갤러리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1층엔 일본식 옛 물건과 류은규 관장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으며, 2, 3층은 일본의 주택 구조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락방에서 다양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1930년대 개항장 모습을 담은 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개항장의 역사와 자료를 품고, 오랜 아름다움과 역사를 보여주는 유일한 갤러리. 이곳이야말로 독특한 매력의 INTP, ISTP가 어울리는 공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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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이야기는 인천중구문화재단과 스펙타클워크가 기획 및 발행한 개항장 매거진 [of 개항장] 시리즈에 수록되었습니다. 인천 구도심 개항장의 다양한 이야기가 3권의 매거진에 알차게 담겨, 더 많은 이야기와 아티클은 인천중구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인천 개항장 일대 다양한 배포처에서 무료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태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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