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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의 만화를 토대로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15년 영화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작년 초연 공연을 올렸다. 영화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하던 사치, 요시노, 치카, 그리고 스즈 네 자매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입혀 현 시대의 무대 위로 불러온 초연 공연은 마지막 회차까지 매진을 이어가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관객들에게 가족과 삶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전달하며 따듯한 울림을 선사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1년 만에 더 발전된 캐스팅과 함께 돌아왔다. 초연을 함께 했던 한혜진, 박하선, 임수향, 서예화, 강해진, 류이재, 설가은, 유나, 이윤서, 이강욱, 이정미 배우에 더해 뉴 캐스트인 홍은희, 유이, 소주연, 신예서, 유석현, 이주원, 오용, 김정영까지 합류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리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듬성 듬성 썰어넣은 못난이 감자가 든 슴슴한 된장국처럼, 네 자매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는 가족과 삶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만들며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듯하다. 온전한 어린 시절을 잃어 버린 채 상처를 껴안고 어른이 된 세 자매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이복동생 스즈를 구김 없이 대하며 보호자가 되어주는 이야기는 지켜 보기만 해도 따스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세 자매는 자신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와 그의 불륜 상대 아래에서 태어난 스즈를 자신들이 가진 상처의 원흉으로 생각하기 보다 자신 또한 겪었던 혼란과 상처의 가운데 있는 동생을 보듬어줌으로써 어떤 어른도 해결해주지 못했던 자신의 유년시절 또한 보듬어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네 자매는 비슷한 처지를 공유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인격을 형성하며 부대껴 살아간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무책임하게 떠난 아버지와 철부지 어머니를 대신해 자매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야 했던 책임감 강한 첫째 사치와 갈등의 상황에서 방관자로 존재하며 한 번도 가족의 중심이 되어 본 적 없는 둘째 요시노는 성격이 맞지 않아 늘 투닥거린다.


항상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세 언니들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언니들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의 불륜 상대 아래 태어난 자신의 존재 자체에 죄책감을 가져 늘 조심스럽던 스즈가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 이러한 언니들의 투닥거림 정도는 일상 다반사로 넘길 수 있는 여유를 보여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연 가족이 뜻하는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화하며 현재 우리는 다양한 형식의 가구들이 존재하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이전에는 혈연으로 엮인 온 가족 구성원이 복작복작하게 함께 살았다면, 요즘 세상에는 이런 저런 형태의 가구들이 각기 다른 생활 양식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관계는 가족이라고 볼 수 없는 걸까? 사치, 요시노, 치카, 스즈 네 자매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지켜보다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고 싸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부대끼며 살아가고,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간다.


세 자매에게 엄마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던 어머니 미야코에게는 늘 숨막히는 공간이었던 낡은 가옥이 세 자매, 그리고 스즈가 구성원이 되며 네 자매에게 점차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그 시절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고 애증의 관계에서 한 단계 나아감을 보여주는 사치가 건낸 매실청 등이 끊임 없이 관객들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상기시킬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가족에 대한 의미를 넘어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으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남기기도 한다. 자매에게는 가혹했지만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들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네 자매가 각기 다르게 느꼈을 감정을 이 이야기는 따듯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세상에 남겨진 이들이 견뎌야 할 몫이자 흘려보낼 수 있는 특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구에게나 든든한 한끼 식사를 내어주며 ‘어른의 역할’을 해준 동네의 식당 아주머니의 부고 또한 자매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남긴다. 생전 아주머니가 남겼던 말인 ‘아름다운 것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은 어쩌면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삶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그래서 당연하고도 가벼운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자매가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구어 낸 별 것 없지만 따듯한 일상의 모습들이 그 아름다움의 반짝임을 알려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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