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4년 마무리로 선택한 영화 [영화]

16년 만의 재개봉, <더 폴>
글 입력 2025.01.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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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오는 연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연말은 확실히 어수선하고 연말 같지 않다는 건 알겠다. 분명 엊그제 12월로 들어선 것 같은데 눈 깜빡할 사이 마지막 날이 됐다.


12월은 평생 겪지 못할 일을 경험하고 많은 걸 느꼈던 한 달이었다. 평일에는 각자의 일상을 살다가 주말이 되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추위를 뚫고 시위에 참석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주식, 비트코인, 집값이 올랐느니 떨어졌다느니 따위의 말을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1년 전에 올라온 항공사 폭로 글에 자신이 다니는 회사 이름을 달고 성지순례 왔다, 로또 당첨 되게 해달라는 이기적인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잠깐 마주친 사이인데도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연락 달라는 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면서도 이렇게 다르다.


최근 들어 뉴스를 보기가 무섭다. 뉴스를 보면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나오는데도 하루는 흘러가고 새해는 다가오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 뉴스는 사건 사고를 보도하는 게 맞고 어쨌든 일상은 흘러가는 게 당연한 건데도 이번은 뭔가 많은 생각이 든다. 연초는 항상 붕 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 연초는 다른 의미로 떠있는 느낌이 날 것 같다.


연말마다 새해는 잘 살자고 다짐하면서 보는 영화들을 봐도 희망보다는 착잡함과 불안함이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 같다. 웃기고 귀여운 것들을 봐도 잠시 행복하고 그 기분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도 다가오는 새해를 붙잡을 수도 없으니 잘은 아니더라도 기다리는 영화가 개봉하기를, 예매한 콘서트가 다가오기를 바라보며 그냥저냥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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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제까지 추가로 썼던 글인데 <더 폴> 결말에서 느낀 게 생겨 그 감상문도 짧게 덧붙여본다. 2024 마지막 영화로 본 <더 폴>, 이걸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도 안 했는데 무려 디렉터스 컷으로 재개봉했다. 영상미가 좋기로 유명해서 웬만해서는 처음 볼 때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도무지 재개봉할 기미가 안 보여서 그나마 큰 티비로 봤던 기억이 있다. 음악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극찬 받은 영상미도 기대 이하여서 딴짓을 하면서 대충 봤던 것 같은데, 확실히 영화관에서 보니 같은 영환데도 감상이 달라졌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척추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자 절망감에 휩싸여 순수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결론적으로는 자살을 하려고 모르핀을 가져오게끔 꼬신다는 스토리는 여전히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맥스로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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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마지막에서는 로이를 비롯한 아이들과 간호사, 의사, 영화 관계자가 모여 로이가 촬영을 하다 다쳤던 영화의 완성본을 본다. 척추 부상을 당하면서 촬영했지만 로이의 스턴트 장면은 편집되고 영화 관계자는 고작 이런 걸 찍고 다친 거냐며 비아냥댄다. 알렉산드리아는 퇴원 후 로이가 보고 싶어 로이가 나온 영화를 여러 번 돌려본다. 로이 때문에 영화에 나오는 액션 장면이 좋아졌다 말하며 고맙다는 인사로 영화가 끝난다.


위험한 액션 장면을 담당하는 스턴트맨이 있어야 액션 영화가 된다. 하지만 액션 장면을 자른다고 해서 스턴트맨이 했던 노력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턴트맨은 그 경험으로 더 많은 액션을 소화하는 스턴트맨이 될 것이다. 이후 로이가 어떻게 됐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나으려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몇 번 언급된 걸 봐서는 다시 스턴트맨으로는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알렉산드리아의 마지막 인사에 힘을 얻고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을 거라 생각한다. 난 이 부분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성과,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해도 내가 한 노력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아닌 그 경험으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말도 아주 큰 힘이 된다고.


영화는 내 기억보다 더 폭력적이고 어두웠지만 마지막 부분은 어쩐지 희망적으로 다가왔다. 그냥 영상 예쁜 영화나 보고 현실을 회피하려고 한 건데 결말 부분에 한 해, 어쩌다 보니 새해맞이 영화로 좋은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새해도 딱 이 정도였으면 좋겠다. 우연히 좋은 사람, 좋은 글, 좋은 곳을 알게 되는.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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