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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전시회 - 여름에서 가을로

2024.07.05~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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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스트레스를 털어내기 위해 훌쩍 다녀온 나고야. 예상치 못한 비 소식에 첫 번째 일정을 미술관으로 바꾸게 되었다.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은 번화가인 사카에에서 한 정거장 거리, 지하철역 바로 앞에 위치한 제법 큰 규모의 미술관이었다. 전시실은 4층과 5층이었고 전시에 따라 다르겠지만 5층에서 관람을 시작해서 4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이었다. 이동은 전부 엘리베이터를 이용.


방문했을 때는 마작 미술관의 소장품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 미술관을 여행 일정에 넣은 이유는 로코코,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인상주의 등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프랑스 미술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었다. 낯선 것도 좋지만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눈에 익숙한 유화가 편하고 르누아르, 부셰, 모네, 모딜리아니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이라면 어려울 것이 없기에.


마작 미술관의 소장품,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술관의 설립자 야마자키 테루유키의 수집품이다. 야마자키 마작 그룹의 설립자의 아들이자 회사를 대기업으로 키워낸 그는 2010년도 지역사회를 위해 미술관을 개관하였고, 해외 진출을 위해 출장 중에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모은 수집품은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설립자의 취향이 확실하게 묻어나는 부분은 그쪽이나 이쪽이나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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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 들어서면 취향의 확고함이 전해진다. 유럽 미술관에 들어온 것 같은 인테리어였다.

 

인테리어를 잘 모르지만 관념적인 서양의 미술관 분위기가 전해졌다. 현실과 유리된 느낌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좋은 방향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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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구역부터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다. 순서대로 재생한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잡아서 설명했다. 그런 설명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보다 나온 돋보기가 있는 작은 작품.

 

버튼을 누르면 돋보기가 올라와 작품을 확대해서 보여준다. 돋보기는 1분가량 올라와 있다가 내려가는데 1분이란 시간은 작품을 보기에 짧다. 사람이 없어서 눈치 보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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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의 작품은 다양하게 봤다고 생각하는데 정물화는 낯설었다. 인물화에서 보이던 부드럽고 화사한 색감이 아니었지만 르누아르라는 걸 알고보니 르누아르스러운 것 같던 묘한 느낌을 주는 정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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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작가는 키슬링이었다.

 

물감을 두껍게 올려 꽃잎을 표현했는데 입체감과 색감의 조합이 시선을 끌었다. 작품을 내내 보고 시선이 바깥으로 흐를 때쯤 화병과 탁자, 배경에는 힘을 빼고 있는 걸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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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가이드에서 제공하는 해설이 워낙 많아서 하나씩 들으면서 감상하다 보니 다리가 아파서 소파에 앉아서 쉬는데 기시감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보니 벽지와 소파의 패브릭이 같았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약간의 집착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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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에서 볼 수 있는 유화가 다양했는데 이 전시에서 마작 미술관의 매력이라고 하면 4층 전시실을 꼽고 싶다.

 

고가구로 채운 방을 통째로 미술관에 옮겨두었다니. 야마자키 테루유키의 소장품에 가구까지 있다고 누가 미리 일러주었으면 덜 놀랐을 텐데 한 곳에 몰아둔 것도 아니고 곳곳에 배치했다. 여기에서도 이런 게 나온다고? 하면서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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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재미는 가구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유리 작품이 대거 등장한다.

 

지난봄에 쇼토 미술관에서 에밀 갈레를 보고 왔지만 벽면을 가득 채우고 또 있는 화병을 보니 마음이 설렜다. 뒤이어 구역을 넘어온 관람자도 나와 같이 감탄하면서 작품을 살폈다.

 

단순히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많이 전시한 게 아니라 작품을 잘 볼 수 있게 배치한 데서 세심하게 기획한 전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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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쌍관이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 전시품은 입장 티켓에 있는 돔(DAUM)의 탁자 등이었다.

 

투명 케이스를 안을 들여다보면 낮은 조도에 다마스크 벽지와 어우러져 어느 방 안에 있는 물건처럼 보이기도 했다. 등이 필요한 곳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듯한 모습에 차갑고 위험해 보이는 유리 작품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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