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정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위해서 혼란을 겪기도 한다. 근데, 가끔 그 사랑이 너무 짙으면 어떤 사랑은 눈에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형체가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그 사랑이 얼마나 진실되고 가득한지 그림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림이 지금 우리에게 보이기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오며 색도 바라고, 가장자리도 조금은 해졌지만 그 그림의 본질과 그림 속에 담긴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대로 아니 어쩌면 더 그 의미를 성장시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책에는 사랑을 그린 화가들 총 7명이 나온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라파엘로 산치오. 명작 속에 남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렘브란트 판례인. 아름다운 사랑의 황금빛 키스를 사랑으로 녹여낸 구스타프 클림트. 사랑과 그리움을 관통하는 불안과 외로움을 그린 애드바르 뭉크. 인간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분출하여 그린 에곤 실레. 스스로에게 최악의 사고는 사랑하는 그를 만난 것이라고 하는 프리다 칼로. 마지막으로 전쟁의 포화를 가로지른 사랑과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려낸 이중섭. 각 화가들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랑을 그림으로 녹여냈다.

‘사랑’이 담긴 그림이라 하면 흔히 하트모양으로 가득한 도화지만을 생각해 오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사랑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7명의 화가들의 그림이 펼쳐진다. 책에 여러 작가가 나오지만 필자마음이 가장 동요된 작가는 이중섭이다. 중 교등학교 교과서에 가끔 나와서 어떤 작가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중섭이라는 작가가 그린 작품 속의 사랑이 보이는 것은 책의 자세한 설명 덕분이었다.
작품 대부분은 가족들과의 사랑으로 그려 내려간 이중섭을 작품을 보며 이중섭에 대한 글을 읽어 내려가면 대체 사랑이 뭐길래 전쟁 속에서,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 속에서, 배고픔 속에서 희망을 보이게 하는지 참 묘한 의문과 함께, 그래도 사랑이라는 것의 힘이 있구나라는 무언의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이들 작품에서 전해지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는 달리, 제주도에서의 피난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는데요. 일자리를 구할 길이 없어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막막했죠, 당연히 그림을 그릴 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캔버스는커녕 종이조차 구하기 어려웠으니 위 작품들처럼 나무판 위에 남긴 그림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절 그의 작품들에선 하나같이 밝은 기운과 행복이 느껴지는데요. 이중섭은 전쟁으로 수많은 가족이 생이별하고 또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가족 중 누구 하나 다치거나 서로 헤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고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힘든 순간이라도 가족들만 건강히 함께한다면 그에게 다른 것은 필요치 않았던 거죠.] - p.250
종이 살 돈이 없어 나무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먹을 것이 없어 돌틈 사이에 있는 바닷게를 잡아먹는 순간에도 가족들과 함께라면 행복했다는 이중섭의 마음과 작품 속에 드러나는 그 사랑이 감정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중섭에게 가족은 인생의 제0순위, 즉 가족이 있다면 다 괜찮고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이중섭에게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책에 쓰인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 여사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중섭이 바닷게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림에 많이 표현했다는 것을 보아 이중섭의 사랑이 가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닌, 이중섭을 이루고 그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을 하니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어떠한 것을 사랑하는지 스스로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기도 하다.
[“지금부터는 목숨을 거는 겁니다!” - 통영에서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 “소품 78점, 6호, 8호 사이즈는 35점을 완성하고 36번째 작품 작업을 하고 있고, 새해에는 하루에 소품 8점과 8호 한 점씩은 꼭 그릴 계획이라오. 하루빨리 도쿄로 돌아가 당신 곁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오.”] -1954년 1월 7일,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p.256
편지의 일부만 봐도 이중섭의 결단력과 가족에게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지금부터는 목숨을 거는 겁니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인생에서 목숨을 걸겠다 말했던 것들은 전부 장난에 불과했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했다. 일부의 편지에 쓰여있는 저 글 속에 너무나 큰 사랑과 열정이 잠식되어 있는 것이 눈에 훤히 보여 스스로의 열심히는 무엇인지 반성하게 되었다.
사랑을 눈으로 보고 싶다면, 그 사랑의 양상을 작품으로 보고 싶다면, 내 사랑은 어떤 사랑일지 알고 싶다면 한번 마음을 차분히 하며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7명의 화가가 표현하는 끝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함께 느껴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