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큼 SNS에 미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손가락이 곱아들어가는 하얼빈 강추위에도 소피아성당 앞에서 공주 차림을 해 사진을 찍는다면, 무얼 더 부연하겠는가.
중국 MZ세대들은 인스타그램 대신 '샤오홍슈((小红书)‘라는 어플로 사회적 관계망을 이룬다.
토픽은 다양하지만 내가 주로 검색한 것은 다카(打卡), 핫플레이스에 다녀온것을 인증할때 쓰는 단어다. 원랜 '출근 카드를 찍다'라는 뜻인데 핫플에 다녀가는게 이들에겐 그렇게나 중요한 일인가 보다.
한동안 '베이징 미술관'을 포함한 다카를 파헤치고 다녔더니 알고리즘이 알려준 곳인 '랑위엔 스테이션 郎园station'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포털에 검색하면 관련 포스트가 채 5개가 되지 않는 곳이라, 현지인들만의 핫플을 발굴해낸걸지도 모르겠다.
이곳의 전신은 1960년대에 건설된 방직 창고이다. 그러나 이후 섬유 산업이 시대의 변화를 겪으며 침체되었다가 2017년 문화를 통한 국제적 소통의 다리를 구축하고, 새로운 도시 르네상스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지금과 같은 형태로 개조되었다.
철도 노선과 30개의 창고가 부지에 포함되어 있어 이 자체로 산업 유산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또 하나의 호재는 남북으로 강과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좋은 입지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 덕에 위치 선정을 기가막히게 한 카페들은 도무지 베이징이라는 도시의 그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뷰를 자랑한다.
랑위엔 스테이션은 차오양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798 예술구에서 불과 2킬로미터 떨어져있다. 둘은 비슷한듯 다르다. 798 예술구는 예술가들이 모여 활동을 펼치고 갤러리 집성촌을 이룬 느낌이라면 이곳은 카페, 레스토랑, 아기자기한 소품샵, 심지어는 보드 연습장 등이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국제 문화 교류 커뮤니티 조성이었던 만큼 케이팝 아이돌들의 팝업도 수시로 열리곤 한다. 전반적으로 조금 더 상업적이고 유행에 민감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특별히 가보길 추천하는 곳이라면 X 뮤지엄과 강가를 끼고 있는 카페 deck, 감각적인 서점 单向空间이 있다. 개중에서도 역시 미술관과 관람한 전시를 다뤄보고자 한다.
X 뮤지엄
랑위엔 스테이션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이들이 눈여겨 보는 것은 다중 미디어와 다양한 배경의 창작자들이다. 다양한 공간 형태로 각 나라와 지역의 신세대 예술가들을 연결하고,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끄는 국제교류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방문 당시 세명의 작가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 중에 있었다. 연합전은 아니었고, 모두 개별적으로 기획된 전시였다.
첫 번째 전시는 폴란드 작가 Grazybacz의 Does it Ever Happen.
새로 창작된 작품 5점과 독립 스케치 8점을 포함해 최근 몇 년 동안 아티스트가 제작한 20여 개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그는 일상생활의 단편에서 영감을 얻으며, 작품은 세속적이면서도 경이와 우연으로 가득하다.
게르지바츠는 대중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성장했는데, 특히 폴란드의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은 그의 예술적 감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폴란드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예술성과 오락성, 그리고 개인적 표현을 중시하는 방식은 동유럽과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게르지바츠의 작품에서 또한 장편의 한 장면처럼 풍부한 스토리성이 느껴진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을 배열' 했다는 설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방식을 통해 게르지바츠가 일상에 대한 대담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언뜻 모든 것이 힘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인간의 몸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변형된 몸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장치로 변모하며 독특한 환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두 번재 전시 X Virtual Gatehring : Honey는 이 미술관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비주얼 아티스트와 음악 프로듀서들이 협업하여 제작한 비디오 게임 1개, 음악 작품 8개, 예술 설치 1개를 포함하고 있다.
일렉트로닉, 댄스, 자유 재즈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 작품들이 사운드 트랙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한편 중국 소수민족 지역의 음악을 샘플링하여 색다른 관점으로 군중의 곤경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의 쟁점은 벌을 중심으로한 자연과 문명 사이의 분열이다.
인류는 문명을 창조하였고, 과학기술혁명 후 자연과의 대립은 가속화되었다. 자연이 보유하고 있는 영성과 신비는 점차 사라지고 무기물이 유기물 대신 자본 세계의 주인공을 꿰찼따. 생명으로서 유기물 사이의 역동적 균형은 인류세의 도래로 깨져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왜 벌이었을까? 벌들이 협력하는 방식은 인간의 뇌 뉴런 세포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꿀벌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벌들은 집단으로 행동하며 본능과 질서를 따른다. 그러나 인류는 이러한 질서를 깨뜨리고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기 위해 끝없이 시도한다.
마지막 전시는 태국 작가의 Gongkan의 Total Eclipse of the Heart이다.
10여 개의 회화 옛 작품과 4개의 회화 신작과 3개의 조각설치가 포함되어 있다. 이 전시회 제목은 1983년 웨일즈 가수 보니 타이러가 발표한 동명의 노래에서 나온 것이다. 가사는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반성에 관하여, 상실과 무력함 등 섬세한 감정으로 출발하여, 일식처럼 공허한 마음을 그려낸다. 이처럼 이 전시 또한 자아에 대한 탐구와 사랑의 갈망을 묘사한다.
풀과 같은 자연 환경 위에 애니메이션 인물이 놓이고 구름, 하늘, 섬세한 선들과 색이 캔버스에 꽉 들어차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타원형 포털과 십대 소년의 이미지가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단순한 배경, 캐릭터의 침착한 얼굴과 고정된 자세. 대조나 갈등 없이 내면 세계를 묘사하는 그만의 방법이다. 심장에있는 블랙홀은 십대들의 내면 세계를 향한 창문이며 이 공허 속에 작가는 다양한 물체-우산, 헤드폰, 붕대, 얽힌 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뻗은 팔- 을 채워넣는다.
공칸의 트렌디한 아트는 젊은 세대의 자아가 균형을 찾도록 한다.
업데이트된 '샤오홍슈'발 소식에 따르면 최근에는 한창 크리스마스 단장을 했던 것 같다. 대목을 맞았는데도 어쩐지 사진 속에 조용함이 감돈다. 말이 핫플이지 베이징에 이렇게 차분한 곳도 드물다. 적당히 설레고, 아기자기하고, 자연친화적이길 바란다면 랑위엔 스테이션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