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유니버설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협업 오케스트라로는 코리아쿱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E.T.A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을 원작으로 하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잉글리시 호른, 하프, 피아노, 첼레스타 등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하여 교향곡적 요소, 오케스트레이션, 다양한 무곡을 연주하며 캐릭터와 스토리의 특징을 개성 있고 다양하게 표현해냈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1984년 5월 12월 창단된 한국 최초의 민간 직업 발레단으로 이들의 발레 공연은 크리스마스의 화려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역동적이고 유려한 발레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크리스마스 드림
공연은 1막과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춤의 테크닉이 나열되어 있기 보다는 부모와 아이들의 역할과 공간을 시각적으로 차별화함으로써 인간관계의 체계와 성장을 드러낸다. 어른들 서로 가볍게 터치를 하고 격식을 차린 인사를 하면서 주위를 돌아다닌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현함과 동시에 주위에서 관찰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전체적인 안정감을 준다. 반면 아이들의 춤은 작은 스텝과 점프로 이루어진 움직임들이 많다. 이들은 남녀 듀엣 혹은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와 원을 그리거나 열을 지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런 현실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드로셀마이어라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는 1막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술쇼를 보여주고, 환상 속 장면이 펼쳐질 2막을 암시한다.
2막부터는 클라라의 환상으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1막에서 나온 어린 클라라가 아닌 왕자와 사랑에 빠진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2막의 무대인 사탕과자의 나라는 크리스마스 새벽에 이루어지는 꿈인 동시에, 무의식 속 크리스마스의 상징적 이미지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탕과자'라는 명칭은 크리스마스에 흔히 즐겨먹는 달콤한 과자류를 뜻한다. 이들은 크리스마스 파티 음식의 중심이며 온갖 크리스마스 장식의 소품에도 응용된다.
앞서 1막은 춤을 통한 화려한 장면에 치중하지 않는 반면 2막은 고전 발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와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춤에 집중하고 있다.
프티파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2막의 핵심이라 불리는 그랑 파 드 되는 남녀 2인 무를 뜻한다. 그랑 파 드 되는 고전발레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으로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도입했다. 기본적으로 파 드 되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 남녀의 화합으로 빚어내는 조화로운 아다지오로 시작해 남녀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두 개의 바리아시옹을 춘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기교를 선보이는 코다 또는 군무로 이어지며 발레리나의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발레리노가 보조적인 역할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랑 파 드 되는 주로 남녀 주역 무용수들의 화려한 발레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이다. 일반 파 드 되와는 조금 다르게 그랑 파 드 되는 남녀 무용수의 입장과 인사 장면인 앙트레(entrée), 두 남녀가 느리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추는 아다지오(Adagio), 남성 무용가의 독무인 남성 바리아시옹(Variation pour le danseur), 여성 무용가의 독무인 여성 바리아시옹(Variation pour le danseuse), 마지막으로 두 남녀가 빠른 음악에 맞춰 화려한 회전 묘기와 함께 최고의 기량을 펼치며 끝내는 알레그로 코다(Allegro Coda)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추게 된다.
디베르티스망은 발레의 줄거리나 진행과는 상관없이 순수한 즐거움을 주거나 기교의 과시를 위해 삽입된 무용을 의미한다. 호두까기 인형의 경우 스페인 초콜릿, 아라비아 커피, 중국차, 러시아 트레파크 등의 무용이 디베르티스망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발레에서 결혼식이나 왕궁의 축제 등이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디베르티스망을 넣기 위해서이다. 차이콥스키의 디베르티스망은 각국의 민속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음악적 특성을 반영하여 다양한 춤곡을 포함하고 있다.
프티파는 디베르티스망을 개발하고 막의 구분을 스펙터클한 극적 구성에 따랐으며, 발레 기교를 효과적으로 나열했다. 프티파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진행 순서는 발레의 형식이 되었고, 고전 발레는 곧 프티파의 형식과 일치하는 발레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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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무대설치, 의상, 소품, 안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공연에 빠져들게끔 만드는 화려하고 몰입감있는 공연이었다. 발레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면 분명 호두까기 인형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는데, 그 이유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클래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호두까기 인형 음악이기 때문이다. 특히 꽃의 왈츠와 사탕 요정의 춤을 듣게 된다면 모두가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를 것이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사탕 요정의 춤에서 나오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실로폰같은 악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첼레스타라고 하는 피아노와 흡사한 악기였다. 만약 발레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은 관람하기를 권하고 싶다. 대사를 읊지 않고 오로지 음악과 춤만이 존재하는 발레는 단순하지만 복합적으로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한다. 무용수들의 손짓, 발짓, 표정들이 어떤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지 분석해보는 재미도 있다. 모쪼록 여러분에게도 좋은 관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
노영재,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변천에 따른 사회문화적 의미], 『무용예술학연구』 29, 한국무용예술학회, 2010
송정주,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 감상 지도 방안 연구], 한국교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0
이운작,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감상지도방법 :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와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을 중심으로], 한국교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