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도국립관현악단이 만든 동해 바다 위에 김준수라는 나비가 노니다 -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글 입력 2024.12.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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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악관현악 축제는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가 함께 시작한 축제로, 2023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2회차를 맞았다. 올해는 15일 KBS국악관현악단의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16일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17일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8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19일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 22일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23일 대구시립국악단, 24일 영동난계국악단, 25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6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10월 15일 화요일부터 26일 토요일까지 진행된 본행사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개의 국악관현악단이 참여했으며, 올해 축제의 키워드는 ‘대중과 가까이’였다. ‘국악은 근엄하고 진지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조금 더 관객 지향적인 축제로 탈바꿈하겠다는 취지이다. 협연자로는 이예린(플루트), 박현주(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조수민(소리), 신은혜(소프라노), 조혜령(해금), 김도균(기타), AUX(퓨전국악밴드), 박종성(하모니스트), 김준수(판소리), 홍진호(첼리스트), 이희문(소리), 양방언(피아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아티스트가 출연했다. 필자는 22일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은 지휘자 김창환을 필두로, 대금, 소금, 피리, 태평소,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타악 총 28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단체이다. 김창환은 국악방송 예술단 감독을 역임했으며, 2020 KBS 국악대상 작곡상을 수상한 지휘자이다. 그리고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은 한국 전통음악 발전과 강원특별자치도 예술문화 창달을 위해 1999년 8월 창단하여 전통의 재해석과 창작활동을 통해 강원의 대표적 국악 연주단체로 성장해 왔다. 협연으로는 지난 시즌에 이어 국립창극단 창악부 부수석 단원이자 소리꾼 김준수가 참여했으며, 사전에 고지되지는 않았지만, 소리꾼 김수민, 라서진도 코러스로 함께 했다.


프로그램은 <취(吹)하고 타(打)하다>(작곡 김창환), <영산홍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화무(花舞)>(작곡 김청림), 창극 <춘향> 중 ‘사랑가’(구성 유수정, 작곡 김성국, 편곡 김창환), <아리랑 메들리>(편곡 남메아리), <어이도 산호>(작곡 진주영), <국악관현악을 위한 동해랩소디>(작곡 박한규)로 구성되었다. 대체로 최근 작곡된 국악 창작곡으로 공연이 구성되어 현재 창작 관현악의 현황과 특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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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세종문화회관 공식 인스타그램)

 

 

전반적인 연주에서 지휘자는 음형을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내 소리를 매우 풍부하면서도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세밀한 부분에서 소리가 아쉬웠는데, 특히 짧은 휴지부 이후 도약이 강하게 이루어지는 데 있어 계속해서 관현악단의 합이 맞지 않았다. 특히, 대금의 합이 공연 내내 맞지 않아 계속해서 눈길이 갔고, 공연 초반에는 여러 악기에서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태평소와 타악기 연주는 상당히 좋은 연주를 보여주었다. 다소 아쉬운 연주가 진행되던 중, 김준수와의 협연곡인 ‘사랑가’는 또 완벽하게 연주되었다. 창극 <춘향>에서보다 더 몽글몽글하면서도 사랑스럽게 편곡된 ‘사랑가’에서 김준수는 사랑에 빠진 이몽룡을 완벽하게 표현하면서도, 관객을 춘향이 삼아 관객과 함께 노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노래 후반부에 등장한 소리꾼 김수민, 라서진은 미성인 김준수의 소리와 대비되게 단단한 저음의 소리로 노래를 불러 듣기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이후 진행된 <아리랑 메들리>는 이전에 2024 여우락에서 상연된 <창(唱) : 꿈꾸다>에서 김준수가 관객에게 들려주었던 곡이었는데, 재즈틱하게 편곡된 밀양아리랑 도입부에서 관현악단이 재즈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더불어 본 곡에서 관현악 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아져 소리꾼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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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세종문화회관 공식 인스타그램)

 

 

그럼에도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는 꽤 만족스러웠다. 모든 곡이 듣기 편했고, 고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지휘자는 각 악기가 언제 두드러져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강약 및 완급 조절 또한 훌륭히 해냈다. 다만, 세밀함에 있어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연주가 되리라 생각한다. 김창환이 이끄는 관현악단의 연주는 단순히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정제되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유럽의 화려한 궁전이 아닌, 한국의 경복궁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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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세종문화회관 공식 인스타그램)

 

 

더불어 김준수는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이 만들어낸 강원도 앞바다에서 살랑거리며 노니는 나비와 같았다. 나비가 살랑거리듯, 발림을 극대화하며 사랑스러움을 표현하였고, 이런 김준수의 모습은 마치 신사임당 그림의 한 폭을 보는 듯했다. 세밀하면서도 부드러운 발림을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완급 조절을 해내며, 김준수는 예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가 참여한 두 곡에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 일조했고,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본 공연이 끝나고, 원래 프로그램에 있었던 창극 <귀토>의 ‘헤이야라’(작창 유수정·한승석, 작곡 한승석, 편곡 김창환)가 앙코르로 진행되었다. 당일에 프로그램이 바뀌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넘버의 가사를 “관현악축제는 계속되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로 변형해서 축제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국악 관현악 공연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최근 관람했던 국악 관현악단 공연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고, 다른 날의 공연도 궁금해지는 연주였다. 이 축제의 유일한 단점은 서울국제공연제(SPAF)와 겹치는 시기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제 막 시작한 뜻깊은 우리 음악의 축제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더욱 활발하게 다양한 창작국악이 연주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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