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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는 왜 그렇게 돌아다닐까.

 

제목부터 굉장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빨간 구두 이야기, 빨간 모자와 북쪽 숲,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 동화, 그리고 드라큘라 백작과 잔 다르크와 같은 실존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책을 굉장히 특별하게 만드는 장치는 화자의 ‘시선’이다. 생각지도 못한 동화 속 인물들의 실체나, 비하인드를 궁금해하는 그런 시선.

 

우리가 책 제목에서 그토록 궁금해했던 백마 탄 왕자의 사연에는 서열 다툼에 불안한 마음으로 성을 나와, 생계를 위해 다른 나라 공주를 필사적으로 만나고자 했던 고달픈 인생사가 숨어있었다. 누가 이 왕자의 사연에 주목할 생각을 했을까? 어릴 적 보았던 동화에서 동화 속 왕자의 재력이나, 빛나는 외모, 휘황찬란한 옷가지에만 눈길을 주었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관점이다. 


명작 동화는 주로 시대상, 혹은 특정 인물을 소재로 창작되어 구전되는 특징이 있기에, 화자를 따라가다 보면 따스한 온기가 가신 동화 밖의 현실을 보게 된다. 빨간 머리색으로 핍박받았던, 또 북쪽 숲으로 쫓겨나 ‘마녀’라 불리며 철저한 고립을 당해야 했던 일부 여성들과 조국을 구했음에도 화형을 당해야 했던 잔 다르크처럼.

 

그럼에도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껏 귀담아듣게 되는 건,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서 이들을 걱정하고, 또 대변해 주는 인간적인 화자의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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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두컴컴한 숲이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만나는 기묘한 숲, 그리고 빨간모자가 늑대를 만나는 위험천만한 그 숲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단단히 마음먹어야만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던 무시무시한 숲은, 실제로 독일에 있는 '검은 숲'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로마 제국의 병사들이 진군하기를 망설일 정도로 어둡고 컴컴한 위험지역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공포의 무대가 된 것이다.

 

중세 유럽 이후에 사람들은 이 숲으로 겉보기에 꺼림칙한 사람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이후에 쫒겨난 이들은 단지 미지의 지역인 숲에 산다는 이유로 마녀 혹은 늑대가 되었던 것이다.

 

헨젤과 그레텔이 만나게 되는 숲의 마녀는 실은 별 이유도 없이 사람들의 등살에 밀려 숲으로 쫓겨난 누군가일 수도, 또 빨간모자를 납치하려 했던 늑대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회적 살인을 당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


이런 반전의 반전 서사를 들려주며 화자는 동화의 새로운 챕터로서 오늘날까지 이야기를 잇는다.

 

오늘날의 검은 숲으로 불리우는 곳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또 쫓겨나게 될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또 차별받아 마땅하다는 이유로 숲에서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진 않은지. 어른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현실동화로 마무리하며 새로운 통찰을 준다.


동화 속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 한 스푼, 역사 한 두 스푼, 여기에 화자의 특별한 시선까지 세 스푼 첨가되면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가 완성된다. 생각보다도 애달프고 고달팠던 왕자와 늑대와 마녀의 사연.

 

이제는 그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동화책의 새 챕터를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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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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