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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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영상을 보다가 전에 올라온 뉴스를 발견했다. 규정을 지킨 점자블록이 0건이고,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안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뉴스였다. 그 영상의 썸네일과 제목을 보자마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논술 시간에 적었던 논술문이었다. 당시 원하는 주제를 하나 선택하여 논술문을 하나 작성하고 조별로 그 글을 돌려보는 활동을 진행한다고 하셨는데 그때 선택했던 주제가 바로 우리 사회의 전반에 깔려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불편한 점들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늘어나는 만큼 일상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아졌었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내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이번 기회에 반성하게 되었다.
이후 또 다른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2023년 전국 337개 대상 시설의 시각장애인 보행 접근성 실태조사’에서 전체 7019곳 중에서 적정 설치는 4%, 부적정 설치는 77%, 미설치는 19%였다. 이 외에도 다른 뉴스들에도 비슷한 실태를 담고 있었다.
이번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앞으로는 내 삶에만 몰두한 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변을 다양한 시선으로 계속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읽고 나면 다른 시선을 가지길 바라본다.
시각장애
우선 ‘시각장애’에 대해서 알아보자. 시각장애의 정의는 크게 의학적 정의와 법적 정의로 분류되는 데 의학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시력과 시야에 의해 결정되며 법적 정의는 장애인의 복지를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겪는 문제는 크게 과거부터 계속 있던 문제, 요즘 새로 시행되는 정책으로 인한 문제,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는 이제 다 지나갔지만 앞으로 또 어떤 전염병이 오게 될지 모르는 만큼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넣었다.
과거부터 있던 문제
우선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인 점자블록에 대해서 알아보자. 점자블록으로 인한 문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일부나 전체가 파손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이 위험해질 수 있는 장소나 점자블록 바로 옆에 돌출된 모양의 보도블록을 설치하여 시각장애인이 어떤 것이 점자블록인지 구분하기 힘들어하는 장소가 많다. 또한 점자블록을 설치한 후로 시간이 오래 지나 점자블록의 돌출된 부분이 닳아 없어진 장소와 새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거나 무언가를 설치한 이후에 점자블록의 위치를 교체하지 않아 점자블록이 잘못된 곳으로 인도하거나 아예 중간이 끊긴 상태라 연석을 따라 길을 찾는 게 더 쉬운 장소가 있으며 실내에 설치된 의자 바로 앞을 지나고 있어 시민들과의 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심지어 점자블록 위에 자전거 거치대 등과 같은 시설을 설치하여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떤 점자블록들은 규정된 모양에서 벗어나 다른 모양을 띠고 있어 시각장애인이 인지하기 어렵다. 규정된 점자블록 가운데 위치를 표시하는 점형블록은 6∙6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선형블록은 4개의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현재 형태로 바뀌기 이전에 설치되어 4∙4처럼 크기가 맞지 않거나 1990년대에 설치되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이형블록을 새로운 형태의 점자블록으로 교체하지 않아 해당 점자블록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설치하여 사용되다가 이제는 사용되지 않게 되었음에도 그러한 점자블록을 교체하지 않아 그 블록의 의미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들이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과 쓰레기 배출 구역이 겹쳐 저녁이 되면 쓰레기로 뒤덮여 점자블록을 확인할 수 없을 지경인 곳들도 많이 있다. 어떤 곳은 아예 점자블록이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 버튼을 알려주는 점자블록도 없기도 하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 등 대중교통에 있는 점자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하철은 계단 난간에 있는 점자가 어느 역 몇 번 출구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건물 이름을 알려주거나 개발되기 이전의 주변 건물을 알려주고 있어 거의 모든 역에서 점자를 보고 길을 찾을 수 없는 상태이며 버스 정류장은 어떤 버스가 지나는지 점자로 표현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붙인 스티커로 인해 점자가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하철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점자블록 위에 카펫을 깔아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에 있는 물건들에 있는 점자는 여러 종류로 나뉘어져 있지 않아 어떤 제품인지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 냉장고를 열면 많은 음료수가 있지만 점자로는 일반 음료와 탄산음료로만 나뉘어져 있어 시각장애인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음료수들 사이에서 원하는 음료수를 오직 촉각으로만 찾아야 한다.
선거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여러 해 전부터 사람들이 이를 고쳐 장애인들이 동등한 조건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장애인의 참정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태로 투표소 이동 문제, 장애인 선거 보조 등에 대한 방안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2019년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공직선거관리규칙에 '투표소는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 이동 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이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제 67조의2)고 규정해 장애인의 투표 편의를 보정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아 투표소 설치 시에는 투표소 입구에 이동 약자를 보조할 투표사무원 등을 배치하거나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이동 약자가 투표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 규정 옆에 '다만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하여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라는 예외 조항을 달아 투표소 설치 및 편의시설 설치를 피할 수 있도록 하여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2층 공간에 투표소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으며 전체 투표소 중 10% 가까이는 여전히 장애인의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선거 공보물의 제작 매수도 제한되어 있으며 점자로 기록된 내용도 일부에 불과한 사례가 많아 시각장애인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리고 점자투표용지 공급이 활발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에게 일반투표용지가 제공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의약품 점자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반적인 식품의 점자 미 표기도 문제이지만, 의약품 점자 미 표기는 약물 오남용이나 건강상의 문제와 직결되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2019년 11월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의약품의 점자 표시 현황 파악을 위해 조사를 했는데 생산실적과 안전상비의약품 고시에 따라 선정된 58개 품목 중 점자 표시가 되어있던 건 단 16개뿐이었지만 그마저도 11개의 품목을 제외하고는 점자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2020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조사에서도 전체 의약품 4,751개 중 점자가 표기된 약품은 단 94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점자 표기가 필수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상황이 변하지 않는 것이며 점자표기의 필요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한다. 한편, 의약품 제조업체는 점자 표기가 어려운 이유로 의약품 점자표기 제작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생산라인이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설비투자 비용과 점자 검수 인력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재정적인 문제를 꼽았다.
새로 시행되는 정책으로 인한 문제
우선 개인형 이동장치 증가로 인한 문제가 있다. 최근 개인형 이동장치가 증가하면서 이를 이용한 이용자들이 보도 위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 위에 무단 주∙정차해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사용한 이용자들이 무분별하게 도로에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점자블록 위에 세워놓거나 옆으로 눕혀놓는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무단으로 길가에 주∙정차된 자전거는 허리 높이에 위치해서 부딪히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동킥보드처럼 발목 높이에 위치한 경우에는 인지하지 못한 채로 걸어가다 발목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점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용자들이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개인형 이동장치를 타고 다니는데 시각장애인은 앞이 보이지 않아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늦게 인지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옐로카펫이다. 초등학교 앞처럼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장소에 있는 노란색 페인트칠을 말하는 것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을 밝은 노란색으로 설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옐로카펫에 똑같은 밝은 노란색을 칠하면서 생긴 문제다. 전맹(1급) 시각장애인은 12%에 불과하고 88%의 시각장애인은 앞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학교 근방에 있는 신호등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 '옐로카펫'이라 불리는 어린이 건널목 대기소를 설치함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과 옐로카펫을 구별하기 어려워하게 되었다. 노란색이 파장이 길고 다른 바닥재와 구분하기 쉬운 보색대비 효과가 있어서 시력이 낮은 사람의 눈에도 잘 띄었기 때문에 점자블록에 사용 중이었지만 옐로카펫에 똑같은 색이 적용되면서 희미한 시력으로 노란색을 찾아서 길을 찾아가던 시각장애인이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을 구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대구시 남구에서는 옐로카펫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지역 장애인단체에 협의를 구해 바닥 면을 줄이고 벽면을 활용하였고, 대전시에서는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블록에 10cm 폭의 검은색 테두리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이 같이 존재해서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소가 많이 존재한다.
마지막은 전자기기의 발전이다. 많은 전자기기 가운데 무인 키오스크와 무인 계산대로 인한 문제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무인 키오스크와 무인 계산대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화면을 터치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생기도록 했다. '지폐 투입구'와 같이 버튼의 일부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 표시되어 있다고 해도 이는 화면을 터치하는 과정을 지나야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이므로 혼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시각장애인들은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장애인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공공기관에 설치되는 무인 민원 발급기는 장애인 키패드, 시각장애인 음성 안내, 청각장애인용 확인 메시지 제공, 점자 라벨, 이어폰 소켓 등을 필수 규격으로 고시해야 하지만 2018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3843대 무인 민원 발급기 중 필수 규격을 적용하는 비율은 57.5%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인 민원 발급기 중에서도 키패드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나 이어폰 단자가 존재하지 않아 음성 안내로 듣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버튼에 항균 필름을 부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버튼에 있는 점자를 읽어가면서 버튼을 찾아 누르던 시각장애인은 원하는 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부착된 항균 필름으로 인해 점자를 인식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출입명부 작성이다. 핸드폰으로 QR 코드를 발급받기도 어렵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발급된 코드를 성공적으로 인식시키기에 제한 시간 15초는 너무 짧아 인식시키기도 전에 QR 코드의 인증 시간이 만료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수기로 작성할 수도 있지만 종이의 어느 부분에 작성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며 점원에게 수기로 써달라고 부탁하기에는 바빠 보여 부탁하는 말을 하기가 힘들기도 하다. 이처럼 출입명부 작성부터 힘들다 보니 결국 시각장애인들은 출입명부 작성을 필요로 하는 장소에 잘 가지 않게 되었었다.
마무리지으며
이 글에서 일상에서 시각장애인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던 것이 시각장애인에게 얼마나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 때 생각보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앞으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상에서 개인형 이동장치 아무 장소에나 세워두지 않기 등과 같은 간단한 행동 하나로 시각장애인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없앨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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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나니 왠지 뿌듯하다. 다른 뉴스 영상들이나 기사들을 찾아보면 사회의 미관을 이유로 점자블록을 노란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바꿨던 적도 있고, 또 다른 일도 많이 있었다. 이 글을 다 읽은 당신은 글에 적혀 있던 것처럼 우리가 지금껏 몰랐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우리 주변 일상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목소리가 되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듯이, 내가 이 글을 작성함으로써 몇 명의 사람이라도 이런 내용들을 더 많이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다들 알겠지만 내가 작성한 것이 모든 위험 요소나 불편한 점들을 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라도 알고 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글에 적힌 내용을 알고 나면 걷다가 보이는 곳에서 많은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고등학생 때 논술 시간에 글을 작성하면서 이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된 이후, 길을 걸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나 궁금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수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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