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개성있는 색감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비주얼스프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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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상징하는 뮤직비디오에 대해 묻는다면, 주저 없이 밴드 혁오의 ‘공드리’ 뮤직비디오를 떠올릴 것이다.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겨울 특유의 고요함과 따뜻한 온기를 함께 담아내며, 계절의 정취를 고스란히 전한다.
눈 덮인 풍경 속 몽글몽글한 기타 멜로디와 따뜻한 보컬이 어우러져, 차갑지만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음악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진 내면의 감성을 완벽히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뮤직비디오는 정진수 감독이 운영하는 프로덕션 ‘공오’ 소속 스튜디오 ‘비주얼스프롬(Visualsfrom)’에서 제작되었다. ‘비주얼스프롬’은 이름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들(visuals)을 만드는 곳(from)"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감각적인 색감과 독창적인 연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드리’는 스튜디오의 철학과 정 감독의 미학적 감각이 결합된 대표작으로,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 감독의 작업은 홍대 앞 공연장에서 인디 밴드들에게 뮤직비디오 제작을 제안했던 일화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혁오의 ‘위잉위잉’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지코의 ‘오만과 편견’, 치즈의 'Be There', 어도이의 ‘Lemon’과 ‘Wonder’를 비롯해 수지, 프로미스나인, 성시경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그 영역을 넓혀갔다.
그는 음악의 성격에 맞는 매력을 표현하면서도, 자신의 취향과 미학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독창적인 색감과 정교한 연출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특히 ‘공드리’와 같은 작품은 기존의 레퍼런스를 넘어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 감독은 영화, 책, 사진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영감을 받아, 미술사와 그림 공부를 통해 독특한 색감과 톤을 구축해왔다. 그는 제임스 터너와 모네의 작품에서 색채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며, 과도한 자극 없이도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풍경을 대하는 그의 태도 또한 특별하다. 그는 도회지보다 자연과 시골 풍경을 선호하며, 이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야기를 담은 주인공으로 다룬다. 평창에서 촬영된 ‘공드리’의 설경은 겨울의 본질을 담아내며, 대상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정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흉내 내는 이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내 작업이 매력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또 다른 시작점이 되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 - 정진수 감독
강렬한 비주얼을 내세우는 뮤직비디오가 성행하는 요즘, 개성있는 색감과 톤을 기반으로 느린 호흡으로 정교하게 구성한 비주얼스프롬의 대표적인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자 한다.
01. 혁오 - 위잉위잉
혁오와 비주얼스프롬의 공식적인 첫 협업. 10대가 끝나갈 무렵의 허무함과 염세적인 감정을 담은 동 트기 전 새벽의 색감.
02. 지코 - 오만과 편견
드넓게 펼쳐진 포틀랜드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편의 영화와 같은 우아한 영상미가 압권
03. 아도이 - Lemon
레몬이라는 컨셉을 러블리 하면서도 상큼한 색감을 활용해 매력적이게 표현
04. 수지 - Holiday
미국 LA를 배경으로 한 한편의 영상 화보
05. 치즈 - Be There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로 치즈의 새로운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06. 성시경 - 나의 밤 나의 너
특유의 섬세한 구성과 성시경, 정유미의 환상적인 호흡을 통해 북유럽풍의 도시적인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07. 혁오 - 공드리
비주얼스프롬을 대표하는 뮤직비디오. 광활한 설원 위를 사뿐히 걷는 두 남녀의 모습으로 가득한,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노세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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