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언제나 옆에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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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옆에 있으면서도 직접 말해주거나 편지로 써주기는 싫어서 이번 글을 기회로 삼아 한 번 작성해 볼까 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옆에 있었을 J에게. (읽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읽었으면 싶기도 한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써본다.)
분명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럿 힘든 시기를 지나왔을 거고, 그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많은 응원을 받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고 최고로 힘이 나게 해줬던 말은 바로 J가 입시 때 나에게 해줬다던 말이다.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순간부터 나를 보살펴주고 돌봐주었던 J, 아니 나의 오빠는 어릴 적 언제나 든든하고 멋진 오빠였다. 아직 아기였던 시절의 사진을 보다 보면 오빠가 자기 무릎 위에 날 앉혀 두고 책을 읽어주거나 나를 안고서 찍은 사진이 많이 있을 정도로 좋은 사이로 커왔다.
기억하는 모든 순간 항상 옆에 있던 오빠는 아주 어릴 적에는 항상 나보다 무언가를 더 잘하고 나와 함께 어울려주고 놀아주는 존재였다. 오빠가 친구들하고 놀 때도 항상 따라다녔지만 귀찮아하지 않고 나를 데리고 다녀주었고, 나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경험을 더 많이 해볼 수 있었다. 또 마트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항상 오빠가 옆에 같이 있었고 같이 길을 찾아줬다. 또 잠자리를 쉽게 잡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여름철이면 항상 아파트에 매미 잡으러 나가서 잠자리 채를 같이 휘두르고, 손으로 매미를 잡아서 채집통에 넣는 걸 무서워하던 나를 보며 장난을 치더라도 언제나 마지막에는 직접 채집통에 다 넣어주었다. 무언가를 외울 때는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외우기도 했었다. 딱지 뒤에 스티커가 있으면 같이 왕 딱지를 받으러 가고 닌텐도를 할 때는 같이 포켓몬 잡는 방법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더 커서는 오빠와 함께 공부 이야기를 했다. 학교에서 있던 일과 수행평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려 했었다. 또 오빠와 함께 집에 있던 장난감으로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놀았다. 함께 있으면 여전히 유치해질 수 있는 존재인 오빠와 함께 놀다 보면, 거실에 있던 방석 하나만으로도 수없이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었다. 발차기를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차보는 거로도 이용하고, 칼싸움하면서 방패로도 놀이하고, 서로 방패를 던져서 주고받기도 하면서 많은 놀이를 해봤다. 여전히 그렇게 놀고 있기도 하고. 어렸을 적부터 포켓몬을 좋아했던 우리 남매는 도미노로 포켓몬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색의 배치까지 신경 써서 열심히 합심해서 도미노를 배치하던 우리는 계속 흔들리는 도미노로 힘들었지만 결국 포켓몬 하나를 만들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포켓몬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것만큼은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오빠와 함께 운동과 게임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었다. 야구, 축구, 농구 등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레 운동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게임 캐릭터에 대해서도 수다를 떨고 같이 캐릭터나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지식도 쌓고 랜덤 박스도 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오빠와 함께 진로 고민도 하고 대학 진학 고민, 수행평가나 수능 공부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의 미래 전망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수능 공부도 하면서 서로 모르는 문제나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알려줬었다. 또 대학 입시를 거칠 때도 오빠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취향이나 입맛을 알게 되었고, 친구들과 어딘가에 놀러 가면 항상은 아니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서로에게 선물을 하나씩 준다.
지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근래에는 내가 잘 모르거나 어려워하는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면 어디선가 해결책을 들고 오거나 무언가 도와줄 책을 하나 슬쩍 건네주는 오빠가 있었다. 얼마 전에도 글쓰기에 끙끙거리고 있자 책을 한 권 선물이라며 책상 위에 두고서는 사라졌다. 실제로 그 책은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했다가는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으나 항상 오빠는 나에게 큰 존재였다. 고마운 존재였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어쩌면 오빠와 나 둘 다 성격이 크게 모나지 않아서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동생인 나를 어릴 적부터 잘 돌봐주었던 오빠였고 항상 따라다녀도 크게 귀찮아하지 않았던 오빠였기에 지금과 같은 관계가 될 수 있는 시작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같이 다닐 때 나를 놀리고 장난치더라도 멀리서 나를 지켜봐 주고 힘들어하면 어느새 옆에 다가와서 슬쩍 도와주는 사람이었기에 내가 아주 단단히 오빠를 믿고 소통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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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의 시작으로 돌아와서 몇 년 전 오빠가 나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엄마가 말해주었다. 오빠인 자신이 이런 성취를 했는데 자기 동생인 수민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기가 보기에는 나라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대학 입시 이전에도 힘들 때나 다른 도전을 할 때 여러 격려하는 말을 들었을 테고, 많은 좋은 말을 들었겠지만 나한테 이 말이 가장 큰 울림이 되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이유는 무엇이었고 지금도 생각하면 여전히 든든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였는데 그저 내 존재 자체로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 그랬을까? 그도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솔직히 지금도 어떤 이유로 가장 기억에 남고 울림이 되는 말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앞으로도 오빠와 좋은 관계로 남으리라는 것. 물론 미래는 단정할 수 없지만, 항상 죽이 잘 맞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소통하던 남매기에. 지금까지 계속 서로를 도와주기에. 그리고 여전히 유치해지는 우리기에. 그런 여러 이유가 있기에 나는 그런 생각이 당연히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언제나 항상 고마운 존재이자 든든한 존재인, 내 고민을 자기 일처럼 나서주는 사람인, 그러면서도 유치하게 싸우고 장난칠 수 있는 사이인 오빠, J에게.
앞으로도 우리 계속 이렇게 지내자. 사랑해.
[손수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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