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속가능, 저속노화, 그리고 달의 뒷면 - 달의 뒷면을 걷다

달에서 날아온 경고장
글 입력 2024.11.3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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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쓰인 단어들은 리뷰를 작성할 SF 소설 <달의 뒷면을 걷다>를 마인드맵으로 그린다면 떠오를 단어를 나열한 것이다.

 

인물 소개가 있는 것부터 신선했던 이 소설은 마치 1987년 연재를 시작했던 일본 만화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떠올리게끔 했다. 순정만화와 같은 궤도를 달릴 거라 생각했던 <달의 뒷면을 걷다>는 나의 단순한 생각과는 달랐다. 이 소설은 작게는 대한민국부터 크게는 이 우주를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다.


먼저, 나는 속독을 못한다. 소설책은 특히 한 달은 기본적으로 걸리는 느린 독서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종종 책 읽는 것을 잊기도 하지만, 위 소설은 계속 뒤를 읽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순정만화 같기도 하고 발랄한 소년 만화 같기도 한 SF 소설의 끝을 내 눈으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등장인물 소개가 간략히 있는 것이 내 마음을 끌었을지도 모른다.


덧붙여 일러두자면, 이 소설에 대한 줄거리는 생략하고자 한다. 언급하더라도 아주 짧게. 그것이 다음 읽는 이를 위한 나의 매너이기 때문이다.

 

달에서 태어난 월인 디오티마 우코를 주인공으로, 달을 지구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지구인들을 향한 호통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본 소설은 권교정 작가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재해석한 소설로,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주인공은 다르다. 동명의 주인공이나 그 인물은 다른 것으로, 세계관을 차용한 새로운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달의 주민인 18세 소녀 디오티마 우코는 지구에서 달으로 여행을 온 지구인들에게 "달은! 지구의! 쓰레기통이! 아니야!"라고 소리 지르며 현수막을 걸어 보인다.


사실 이 소설은 단순한 SF 소설이라기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과 동일한 지점이 많다.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은 쓰레기를 일명 개발도상국에 버린다. 그렇다. 쓰레기를 '수출'한다. 인도에는 쓰레기 산이 무수히 많다. 심지어는 우주에서도 이 쓰레기 산이 보일 지경이다. 지구는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다. 아주 적은 퍼센트를 시작으로 점점 커진다. 이 처치곤란인 쓰레기가 소설 속에서 등장한 것이다.


지구를 모자라 달의 뒷면까지 정복한 쓰레기 매립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의 시야를 벗어난 '달의 뒷면(달의 뒷면이라는 말도 지극히 지구인 중심적이다.)'에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하게 된다. 이 지극히 지구인 중심적 사고와 이기심에 월인 디오티마 우코는 분노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쓰레기를 수입하는 입장이 아니기에 이런 사태에 무미건조하지만, 이 모든 것은 순차적이다. 일명 개발도상국에서 더 이상 쓰레기를 매입할 수 없어진다면 그다음은 어디? 누구? 이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인권도 마찬가지다. 약자들이 설 곳이 없어지면 더 이상 상류층과 중류층은 없어지는 셈이다. 사람들은 늘 계급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사실 가장 아래층의 계급이 사라지면 그 다음 순번이 가장 아래층이 된다. 이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이 소설을 통해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가 궁금해질 수도, 자연과 지구에 대한 걱정이 들 수도 있다. 그중 어느 것이든 모든 것은 다 우리의 몫일 테다.

 

 

[권민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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