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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SF소설을 읽기는 오랜만이라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고민을 가득 품은 채로 책을 열자 끝없는 상상을 그리게 해주는 자세한 등장인물 소개가 필자를 반겼다. 무언의 안심이 들었다. 이 책이라면 쉽게 SF소설을 읽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안심이었다. 책은 이런 안심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것처럼 말 그대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누군가 SF소설을 읽고 싶은데 경험이 많이 없어 고민이 된다 하면, 기꺼이 해당 책을 소개해 줄 것이다.

 

 

달의 뒷면을 걷다_삽입 사진.jpg

 

 

<달의 뒷면을 걷다>를 읽으며 계속 든 생각은, 장소만 달일 뿐이지 인간이 사는 지구와 다를 것 없다는 것이다. 그저 지구에 있는 다양한 국가를 표현한 것처럼 달을 표현했다는 생각을 하며 읽으니 더욱 이입이 잘 되었다.

 

‘다이’라는 친구만 보아도 그렇다. 달에서 태어나고 달에서 죽은 ‘다이’는 지구인들이 달에 쓰레기를 버리고, 달을 함부로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이를 국가와 국가로 대입해 본다면. 개발을 끝마친 국가에서 가득 나오는 쓰레기들을 개발 도상국에 버린다던지, 휴양지라는 이름을 씌워서 한 국가의 색을 관광지라는 틀로만 칠해버리는 형태로 대입이 가능할 것 같다.

 

때문에 필자는 책을 읽는 내내 SF소설에 대한 신비로움보다는 SF소설에게 새로운 배움을 얻는 기분을 더욱 많이 느꼈다. 그렇다고 SF소설만의 신비로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신비로움은 마치, ‘아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라고 하는 일명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눈을 뜬 그 세상이 신비로운 그런 느낌이었다.


["2020년대에는 처리 비용을 줄인답시고 태평양에다가 재해로 망가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제대로 처리도 안 된 방사능 오염수를 그냥 쏟아부었던 적도 있어,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가 자기 나라 앞바다라고 그래 놓았는데, 바다라는 건 파도치고 순환하며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거잖니. 그 바람에 몇 년 뒤에는 환태평양 전역이 오염되었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 86p

 

해당 구절을 보면 필자가 앞서 말한 ‘지구에 있는 다양한 국가를 지구와 달로 표현’했다는 것이 어떤 것이지 단번에 이해가 갈 것이다. SF소설인 <달의 뒷면을 걷다>는 더 이상 SF소설이 아닌 것이다. 몇백 년 뒤 또는 몇십 년 뒤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지구에 사는 우리들은 넘쳐나는 쓰레기를 우주에 버릴 생각을 하고 있다. 지구는 망가져가고 사람들은 지구 이외에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다. 쓰레기를 가득 버린 우주 속에 있는 행성에서 우리는 살아 나갈 꿈을 꾼다는 것이다. 앞 뒤가 안 맞지 않는가?

 

<달의 뒷면을 걷다> 책 속의 지구인들 그리고 현실의 지구인들인 우리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문제를 급급하게 덮을 생각만 하는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아름답고 광막한 우주는 사랑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지구에서 태어났으니 지구가 그리울 때도 있구나. 인간은 원래 지구에서 살아야 하는 건데 자꾸 욕심을 부리는 만큼 더 쓸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 107p

 

책을 읽으며 가장 울림이 크게 다가온 구절이었다. ‘욕심을 부리는 만큼 쓸쓸해진다.’ SF소설 속 주인공이나, 진짜 지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나 욕심이란 것의 선은 보이지 않고 그 보이지 않는 선을 항상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책 속의 할아버지는 지구에서 태어나 달의 뒷면으로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쓸쓸하다고 말한다. 현실 속의 우리는 그저 쓸쓸하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당장 갈 수 있는 달이 없는 우리는 쓸쓸하기보다는 허망할 것이다.

   

즐겁게 읽을 생각으로 고른 SF소설이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여기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인 것 같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욕심을 빗대어 가며 읽어도 되나라고 필자 스스로를 의심한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의심마저도 SF소설이니 모든 상상과 생각이 자유로울것이라고 믿고 편안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SF소설을 읽고는 싶은데, 내가 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면 <달의 뒷면을 걷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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