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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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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종종 삶과 동떨어져 있는 부분을 발견할 때가 있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이니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작품들을 만난다.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이 그렇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카메라를 가져다 댄 꾸밈없는 시선이 귀하다고 느꼈다. 한국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살기는 버겁지만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으니까’ 삶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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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용수’의 실종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어촌 마을의 젊은 어부로 살아가는 용수는 탈출을 꿈꾼다. 용수를 제외한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로 떠났고 마을은 쇠락하고 있다. 자신에게 남은 것은 가족과 가난밖에 없는 상황, 배를 타다 그물에 걸린 위험한 사고를 계기로 탈출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냥 탈출할 수는 없다. 돈이 필요하다. 용수는 사고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어머니인 ‘판례’와 아내 ‘영란’이 보험금을 받으면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보험 사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남들에게 들킬 위험이 다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판례와 영란에게는 계획을 알리지 않고 돈이 지급될 때까지 숨어 살기로 한다. 잔인하고 이기적인 선택이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용수는 그대로 계획을 감행한다. 그리고 오로지 선장 ‘영국’에게만 도움을 요청한다.

 

영국은 한 달만 있으면 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용수의 말을 믿고 요청을 수락한다. 늘, 하루도 빠짐없이 썩은 동태눈을 하고 있던 그가 처음으로 눈을 반짝이며 계획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결국 위험한 계획에 동참하지만 용수의 죽음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로 인해 영국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용수가 자취를 감춘 후, 영화는 영국을 중심으로 마을에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간신히 버티는 사람들의 얼굴에 주목하다가도, 서로 상처를 내고 할퀴기에 여념이 없는 파괴적인 관계들을 응시하기도 한다. 그렇게 어촌 마을의 개개인을 살피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한, 또는 우리가 만든 현실이 낱낱이 드러난다.

 

우선, 고립된 어촌 마을의 모습에서 현실의 지방 소멸을 본다. 청년 인구 유출, 농어촌 인구 고령화, 그리고 지방 소멸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작은 어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영화 속 인물들 역시 이미 외부와 격리되고 단절됐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가난 혹은 이런저런 각자의 사정들 때문에 쉽게 마을을 떠날 수는 없다.

 

마을의 고립은 자연스레 폐쇄적인 분위기로 이어진다. 서로를 돕고 위하며 살아갈 때도 있지만, ‘지역 공동체가 아니라 공동묘지’라는 대사처럼 텃세와 편가르기에서 비롯된 갈등과 폭력이 만연하다. 작디작은 공동체 속에서도 분명한 위계와 서열을 엿볼 수 있다. 내내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용수의 아내이자 베트남에서 온 이주 노동자인 영란은 소외된 마을 속에서도 서열 최하위에 자리한다. 용수가 실종되고 나서 마을 사람들의 멸시는 점점 심해져 간다. 폭력적인 시선이나 시혜적인 동정에 둘러싸인 채, 주변 사람들이 숨 쉬듯 내뱉는 차별과 혐오를 홀로 견뎌야 한다. 마을의 외부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영란을 대하는 출입국 사무소 직원의 태도에서 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 영국의 일갈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은, 그러니까 한국은 영란이 살 만한 곳이 아니다.

 

지방 소멸, 농어촌의 고립, 이주 노동자, 그리고 소외와 단절.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복잡한 사건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삶들을 사실적으로 들여다본다. 현재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임에도 여전히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관심만 존재하는 사회를 반영하며, 우리가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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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에 깊이 박혀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용수가 실종되고 난 후, 판례와 영란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이 그렇다. 용수가 정말 죽었으면, 그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은 베트남으로 떠나야 하냐는 영란의 물음에 판례는 대답 대신 그녀의 등짝을 때린다. 그런 말 하지 말라며 나무라면서도, 그럴 일 없을 거라며 안심시키는 손길이다. 이내 손을 맞잡고 걷는 두 사람을 보며 투박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느낀다.

 

영국이 영란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에서도 비슷한 위로를 느꼈다. 그녀가 용수의 죽음을 인정하고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이런 취급 받지 말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사람 기다리면서 평생 거지처럼 살지 말고. 돈 갖고 베트남으로 돌아가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누릴 거 다 누리고 떵떵거리면서 살라는 말.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말고 가족들과 평안하게 살라며 소리치는 그 모습에서 영국의 진심을 본다. 거친 말투에서도 뚝뚝 묻어 나오는 애정 어린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감정들을 지나 후반부에 다다르면 일종의 안도감이 찾아온다. 용수와 영란은 보험금을 갖고 베트남으로 무사히 떠났다는 것이 암시되고, 영국과 판례는 마을에 남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마을 사람들과 화투를 치는 판례의 웃음을 보며 영국은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이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내뱉는 단 세 마디의 대화에 마음이 저려 오는 것을 느낀다. 말과 말 사이의 정적에서 서로를 향한 위로와, 노여움과, 후련함을 읽었다. 그리고 매일 바다 앞을 떠나지 못하고 용수를 기다리던 판례의 간절함과, 과거의 후회를 담아 용수의 가족을 위하던 영국의 진심을 떠올린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인물들의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며 종내 뜨거운 울림을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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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기 전, 잠깐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판례 역을 맡은 양희경 배우의 말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 사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절절하게 담겨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살기는 너무나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 사는 이야기다. 폭풍 같은 날들이 지나가도 영국, 판례, 용수, 영란의 삶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 나직한 위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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