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창 네이버를 처음 알았던 순간부터, ‘네이버 웹툰’은 내게 한 세트로 친숙한 매체였다는걸 살짝 고백해야겠다. 마치 짝꿍처럼 말이다. 포털사이트라는 쉬운 접근성, 스크롤을 통해 쉽게 감상할 수 있는 편리함, 만화라는 컨텐츠만이 전할 수 있는 특유의 즐거움과 매력까지. 스마트폰이 보급화된 이후론 매주 연재되는 웹툰을 챙겨보고, 가끔은 신작을 정주행하느라 밤을 새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자칭타칭 한 웹툰 덕후로써, 국내 최초의 웹툰 매거진 [매거진 조이]에서 첫 작품으로 와난 작가님의 <집이 없어>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진심으로 반가웠다. 동글동글 귀엽고 정감가는 그림체와 통통 튀는 이야기 속에 담긴 꽤 딥한 주제들, 뛰어난 연출로 평소에 많이 좋아하는 작가님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전작 <어서오세요 305호에!>, <하나(HANA)>도 재미있게 감상했던 한 명의 독자이자 팬으로 즐겁게 매거진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집은, 힘들고 지칠 때 빨리 오고 싶어져야 집이다
그렇게 펼쳐본 [매거진 조이]는 한 단어로 말하자면 웹툰을, 특히 와난 작가님의 작품 <집이 없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마치 ‘선물 상자 세트’ 같았다.
웹툰 <집이 없어>의 모든 것을 정말 그야말로 한 권에 담아낸 책이었는데, 작품 정보와 등장인물 소개부터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옮겨 담은 명장면 다시 보기까지 그야말로 <집이 없어>에 관한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청소년 성장형 드라마인 네이버웹툰 <집이 없어>는 2018년부터 연재되어 269화라는 대장정을 끝마친 작품인데,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고해준과 백은영, 그리고 그들과 얽힌 여러 인물이 서로의 개인사와 갈등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중간중간 다시 봐도 가슴 찡하고 많은 울림이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들을 각자 등장인물들의 시점으로 다시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주인공인 해준과 은영, 주완은 각자 개인의 사정을 안고 자발적으로 집을 나오게 된 고등학생들이다. 이 세 사람이 모이게 된 곳은 오래된 학교 기숙사, 그것도 신청 기한을 놓쳐 억지로 들어가게 된, 지금은 기숙사로 사용되지 않는 오래된 독채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벌레는 물론이고 귀신을 비롯한 심령 현상이 종종 나타나며, 지하실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부적이나 저주받은 물건이 모여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늘 귀신이니 저주니 비현실적인 얘기만 하던 엄마는 그렇게 허무하게, 흔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후로 도저히 그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이제 집 같은 거 없어. - <집이 없어>, 고해준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게 싫었어. 혼자 그곳에 있는 게 싫었어. - <집이 없어>, 백은영
흔히들 밖에 나가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쉬고 싶을 때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에 가고 싶다..’라고 중얼거린다. 과연 우리가 언제나 돌아가고픈 집이란 무엇일까. 집은 때떄로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받아왔던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고 사적인 시간을 영위하며 안정감을 부여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란, 조건 없이 쉴 수 있는 곳이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그렇다면 돌아갈 곳이 사라져 사회의 테두리에 위태롭게 걸쳐진 청소년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작품 <집이 없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그래서 우리가 돌아가고픈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입체적인 주인공들의 모습과 현실적인 갈등, 앳된 어리석음 속에서 독자들은 과거의 상처와 방황했던 고민들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귀신을 보는 우중충한 고등학생 고해준, 안하무인으로 무례하게만 보이는 백은영, 꿈을 꾸고 좌절하고 흔들리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 그 모두에게서. 그리고 어느 순간 등장인물들에 정이 붙은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성장 서사가 고난의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뭐든 결국 혼자 이겨내라는 각자도생의 메시지로 소급한다면, <집이 없어>는 세상의 폭력성 앞에서 서로사 서로에게 기대 서로 오답을 주고받으며 함께 헤매는 것만이 유일한 성장의 기회라는 것을 역설한다.
그리고 이 기회를 독자에게도 준다.
나를 비롯해 영혼의 성장판이 닫힌 어른들도 함께 흔들리고 함께 헤매며 성장할 기회를.
- 위근우 칼럼니스트
매거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다양한 시선이 담긴 일곱 편의 리뷰들이었는데, 더 입체적 시야로 작품의 깊이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전에 스크롤을 내리며 작품을 감상할 때 스치듯 지나갔던 감동이나 감상, 떠오른 생각들을 잠시 머물러 더 깊이 있고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외에도 <집이 없어>가 웹툰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히 들어다볼 수 있는 와난 작가의 인터뷰와 메이킹 스토리, 엽서와 매거진에만 수록되어있는 일러스트와 재미로 풀어볼 수 있는 깨알 ‘집이 없어 영역 전국연합덕력평가 문제지’까지 중간중간 알차게 즐기며 볼 수 있는 컨텐츠가 가득했다.
실제로 여러 작품이 애니메이션화, 영화화, 영상화 되는 등 웹툰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분야라고 생각한다. 글이나 그림, 음악이나 만화와는 또 다르게 특유의 스크롤 컷 구성과 연출, 만화적 그림체로 전하는 웹툰만의 이야기 방식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종이책으로 보던 만화와는 또 다른 특별한 매력이자, 때론 흥미진진한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웹툰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어엿한 한 장르가 된지 오래다. 설레고 즐거운 로맨스 장르부터 희노애락을 담은 드라마, 판타지와 추리 수사물, 공포와 스릴러 등등 웹툰이 다루는 장르도 무궁무진해졌으며, 두고두고 간직하고 보고픈 보석같은 작품들도 넘쳐난다. 웹툰 매거진 [매거진 조이]가 앞으로 다룰 보석같은 웹툰 작품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