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SF소설, 운동과 관련된 소설, 추리소설 등. 나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정 분야는 읽고 다른 분야는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모든 분야의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캐드펠 수사 시리즈 06~10권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BBC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원래 CSI 드라마나 셜록 홈즈와 같은 추리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평소 처음부터 읽지 않으면 아무리 중간 부분을 보거나 읽고 싶어도 행하지 않는(실제로 영화 범죄도시의 경우, 4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1부터 하나도 보지 못했기에 그냥 보러 가지 않았었다.) 나였지만, 이번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전에 중학생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링컨 라임 시리즈를 발견했던 나는 순식간에 그 책에 빠져들어 하루에 두 권씩 빌려서 읽었었고 그러한 책을 또 발견하고 싶었다. 또한 역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추리와 역사가 함께 있는 중세 미스터리 역사 추리소설이라는 말에 책을 받아들이지 않기가 어려웠다.
대신에 나는 책을 받기 전부터 책의 주인공과 끌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이번에 완간 30주년을 기념하여 시리즈 개정판이 나오면서 원서 제목을 충실히 반영하여 제목이 이전과 다르게 바뀐 책도 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1977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18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된 역사 추리소설이다. 원작 완간 30주년 기념 한국어판 전면 개정판은 전 21권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그중에 6권부터 10권까지를 받게 된 것이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시리즈이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세계사는 잘 모르는 나로서는 얼핏 들은 단어들이나 유명한 왕의 이름과 같은 부분들을 책을 읽으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12세기 베네딕토회 수도사 캐드펠을 주인공으로 한다.
캐드펠 수사는 과거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의학 지식과 탐정 기술을 겸비하고 있어서 수도원과 마을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여러 증거를 찾아내기도 한다. 젊은 시절을 속세에 있다가 나중에 수도원에 몸을 담게 된 캐드펠은 단조로운 수도원 생활에서 경험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지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한다. 전직 군인이자 약제 전문가이기도 한 캐드펠 수사는 논리적이고 지적인 추리력과 함께 연민의 감정도 갖추고 있으며 순진무구한 척 시치미를 떼기도 한다.
이 책은 책마다 몇 개씩 주석을 달아 용어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을 위하여 책의 뒤편에 간략히 이해하기 쉽도록 용어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또한 각 책의 표지마다 다른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처음에 책을 받아들이고 읽기 전에는 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독특한 책 표지구나 싶은 정도? 하지만 책을 점차 읽어나가기 시작하고, 읽은 권 수가 쌓이면서 점점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책 속의 사람들이 비밀을 덮으려 하기도 하고, 속죄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말처럼 비밀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걸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결국에는 모든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책이 나를 이끌어간다는 것. 가끔 숨겨지다가도 결국에 책의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비밀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들과 느낌이 들게 되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06-10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책들의 제목에 대해서 알아보자.
6권부터 10권의 제목은 순서대로 <얼음 속의 여인>, <성소의 참새>, <귀신 들린 아이>, <죽은 자의 몸값>이다.
귀족 가문의 남매 이브와 에르미나, 그리고 이들을 슈루즈베리의 수도원까지 안내하던 어린 수녀가 사라졌다. 그 와중에 피살당한 ‘얼음 속의 여인’이 발견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속에서 사라진 이들을 찾던 캐드펠 수사는 한발 한발 불길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고, 범인은 더 짙은 눈보라 속으로 숨어드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숨가쁜 추적과 기묘한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6권)
1140년의 어느 날 밤, 한 청년이 피투성이가 된 채 성소로 피신한다. 그리고 그를 쫓아 성난 폭도들처럼 수도원에 난입한 마을 사람들. 혼인잔치가 있었던 어느 날 밤, 금세공인 집에서 폭행과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마을 사람들은 범인으로 청년을 지목한다. 캐드펠 수사는 청년의 결백을 확신하며 사건을 풀어나가려고 애쓰지만, 그 앞에 연이은 살인, 음모, 배신, 사랑이 얽히며 복잡해져만 가는데……. (7권)
수도원에 새로은 견습 수사가 들어온다. 그는 밤만 되면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고, ‘귀신 들린’ 견습 수사의 괴성과 고함은 온 수도원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이 와중에 슈루즈베리를 지나던 한 사제가 돌연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캐드펠 수사는 동떨어진 두 사건이 서로 연관돼 있다고 예감하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황 속에서 캐드펠 수사는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8권)
1141년 잉글랜드, 왕권을 둘러싼 내전은 극으로 치닫는다. 스티븐 국왕 측과 모드 황후 측이 맞붙은 가운데, 슈롭셔의 행정 장관은 포로가 되고, 약탈을 노린 웨일스 일파까지 전투에 끼어든다. 그 와중에 한 포로가 시체로 발견된다. 캐드펠 수사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세상의 법과 신의 정의, 죄와 벌 사이에서 고뇌하는데……. (9권)
1141년, 성 위니프리드 유골을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으로 옮긴 지 4년,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수도원에 모여든다. 캐드펠 수사는 순례자들 중 누군가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성 위니프리드의 성스러운 기적드로가 더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순례자들에 대한 캐드펠의 의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0권)
당신은 어떤 책이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가? 책을 읽기 전에는 책에 대한 흥미를 깨우고 관심을 가지도록 만드는 글임과 동시에 읽고 나서 다시 보면 책의 내용이 떠오르며 간략하게 내용을 잘 담아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섯 권의 책을 읽은 나는 총 21권의 책 중, 이 다섯 권의 책들을 제외한 나머지 열여섯 권의 책을 이른 시기 안에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 읽고 나서
원래는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책에 무슨 표시를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책에 형광펜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으로 표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었고, 7권부터 인덱스로 표시해 보았다.
여러 생각이 들게 했거나 흥미로웠던 부분, 재미있는 부분들 등에 붙이다 보니 처음에는 몇 개 없었으나 갈수록 점차 많이 붙이게 되었다. 처음이다 보니 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그냥 붙였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많이 붙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읽다 보면 나만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렇게 되었으면 했다. 계속 이대로 가면 인덱스가 수없이 필요하게 될 테니.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생각보다 내가 세계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전부터도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다. 나는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사에 지대한 흥미를 보였기 때문에 세계사에도 어느 정도는 관심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았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저 내가 세계사를 잘 몰라서 어려워하고 복잡하다고 느꼈기에 그렇게 느꼈던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내가 어려워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것 중에 이와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또 책을 읽으면서 정말 반전에 반전이 나오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흐름이 흘러갈지 잘 몰랐으나 어느 순간 이렇게 결론이 나려나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흐름으로 뻗어나가 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다른 책들에 비해서 더 손에서 놓기 힘들고, 더 빠르게 빠져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계획했던 일이 있었음에도 조금만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책을 들고 읽다 보면 순식간에 시계의 바늘이 돌아가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좋아하게 되었고, 다른 시리즈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 속의 문장들
6권부터 10권까지의 책을 읽으며 여러 부분이 인상 깊었고, 다시 읽었으면 했고, 추천하고 싶은 말이었으나 그중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고 격려하는 말들을 주로 해서 들고 왔다. 다들 이 문장들을 읽고 여러 생각을 해보기를 바라고 말이다.
“레벡은 아마 숲속에 얌전히 놓여 있을 거야. 그러니 그만 슬퍼하고 눈을 좀 붙이게나. 절망하기에는 너무 일러.” 캐드펠은 힘주어 마지막 말을 반복했다. “그래. 그게 언제든 절망하기에는 늘 이른 법이지. 그 점을 명심하고 기운 내게.” - 7권 42p
“하지만 명심하게. 수리 작업은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해나가야 하지, 무슨 이유에서건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되네. 음악이라는 게 그래. 기나긴 한평생에 걸쳐 천천히 연마해야 하는 법이야.” - 7권 105p
“그럼 됐네. 믿음이야말로 제일 필요한 것이지.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 마치 눈앞에 펼쳐놓은 도구들 중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듯 그는 담담한 어조로 믿음이라는 희귀한 도구를 언급한 뒤,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기러기발을 옆으로 치워주었다. - 7권 118p
“오랫동안 남을 다치게 하던 사람이 이제 남을 치료하게 되었으니, 그보다 더 어울리는 일이 또 어디 있겠나? 사람은 결국 자신이 할 일을 하게 되어 있네.” 캐드펠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싸우는 일이든, 싸움으로부터 불쌍한 영혼들을 구하는 일이든. 죽고 죽이는 일이든. 치유하는 일이든. 자네가 무엇을 하는 게 온당한지 얘기해줄 사람이야 세상에 많겠지. 하지만 그 많은 이야기를 걸러 듣고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야. 어떤 은총이 자네에게 길을 제시하든, 그 은총에 의해 진실에 도달할 사람도 바로 자네이고 말일세.” - 8권 47-48p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술에 취하면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결국에는 체면을 구기는 법이거든.” - 9권 199p
“우리가 아무리 서로에 대해 잘 안다 한들, 부당한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사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오아인이 엄숙하게 말했다. “하물며 스스로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거늘! 누구든 일생에 한 번은 큰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거기서 예외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난 생각하오.” - 9권 246p
“하지만 그는 내가 무얼 묻거나 책망하기도 전에 자진해서 성실히 모든 걸 털어놓았소. 아주 용기있는 태도지. 그리고 자백은 이후의 처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거요.”
“우리 모두가 그렇게 모자람 없는 인간이라면 이 위대한 세상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게 있겠나. 불행히도 인간이란 너나없이 비틀대고 넘어지기 마련이야. 그러니 당장 우리가 짜낼 수 있는 힘을 다해 대처할 수밖에.” - 9권 317p
외사촌 간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는 지난 3년간 잉글랜드의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고, 그 사이에서 백성들은 거듭되는 살인과 약탈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을 터였다. 도시의 장인이든 농촌의 소작인이든 장원의 농노든, 그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만 확보해준다면 그게 누구라도 두 손 들고 환영하고 싶은 심정이리라. - 10권 13p
자신이 새로 알아낸 사실들과 의심스러운 것들을 언제나 공정하고 냉철한 친구에게 털어놓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이는 질 좋은 숫돌에 낫을 가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캐드펠은 과발효된 포도주를 돌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휴는 불안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자신의 억양 하나하나까지 세세히 귀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그는 가끔 한 번씩 내용을 확인하듯 휴를 힐끔 바라보기도 했다.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마음에 담아놓으려는 것 같았다. - 10권 53p
“그럴 수 있는 분이지.” 캐드펠은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은 종종 나쁜 의도 없이 무뚝뚝한 말을 내뱉곤 하는 법이니까.” - 10권 89p
“아직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어.” 캐드펠은 단호하게 말했다.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 의심에 빠지지만 않으면 네 기도는 큰 효혐을 발휘할 거다. 하느님께도 시간이 필요하고, 기적에도 때가 있는 법이거든.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가 인생의 절반을 기다림으로 보낸단다. 그러니 이번에도 믿음을 갖고서 기다려보자꾸나.” - 10권 234p
“가버렸다는 건 돌아올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길은 항상 양쪽으로 뻗어있는 법이거든. 이쪽이 있으면 저쪽이 있지.” - 10권 245p
나의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애나이언이 아직 목발을 짚고 다니긴 하지요.” 에드먼드가 말했다. “이제 거의 회복했지만, 그처럼 심한 부상을 당했으니 작은 목발의 도움을 받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그에겐 아예 습관이 된 것 같더라고요.”
- 9권 162-163p
이 문장을 읽고서 나는 떠오른 일이 있다. 반복해서 발목을 다쳤었던 나는 반깁스를 푼 이후에도 한동안 붕대를 발목에 감고 다녔다. 고등학생 시절, 일주일 간격으로 발목을 삐어서 인대가 심하게 늘어나서 뛰기만 해도 아파서 그랬었다. 그러다가 붕대를 풀고 나서는 거의 몇 년간 약국에서 산 보호대를 차고 다녔다. 딱딱한 보호대는 아니었지만 일단 발목을 잡아준다는 것에서 통증이 완화되는 것도 있었고, 나중에는 심리적으로 이게 없으면 바로 발목을 다시 다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빼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빼기로 마음먹고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좀 나아졌고 오히려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더 통증이 완화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점진적으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이었다. 천천히 다가오며 트라우마나 무서워하는 것을 극복하는 것처럼 병원에서 반깁스하다가 그냥 혼자서 붕대를 감고 다니다가, 보호대를 차고, 이제는 아예 하지 않고 다니는 것처럼 아무리 심한 것이어도 천천히 치료하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나아지는 걸 볼 수 있음을 실제로 경험한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도 걸을 때마다 다친 발목 쪽에 신경이 집중되고 더 아픈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제는 보호대를 차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고 더 제대로 올바른 자세로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