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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스 짐머라는 이름을 모를 리 없다. 특히 SF와 판타지 장르의 팬이라면 말이다.

 

얼마 전, 그의 영화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공연을 다녀왔다. 감상 내내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 공연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아, 이 감상을 정리해본다.



한스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서울(1110) 포스터.jpg



글로벌 라이브 콘텐츠 기업 라이브러리컴퍼니에서 개최한 이번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는 70인조 풀 편성의 WE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김재원이 함께했다.

 

올해 <히사이시 조 영화 음악 콘서트>를 보고 왔는데, 해당 공연 역시 라이브러리컴퍼니에서 개최한 공연으로, 주로 ‘영화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포맷으로 공연 기획을 하는 듯했다.

 

1부

인터스텔라 First Step

다크나이트 Main Theme

탑건 : 매버릭 Main Theme

이집트 왕자 The Prince Of Egypt Medley

다빈치 코드 Main Theme

마다가스카 3 : 이번엔 서커스다! New York City Surprise 

글래디에이터 The Battle 


2부

베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Is She With You? 

인셉션 Time 

러시 :  더 라이벌 Lost but Won

007 노 타임 투 다이 No Time To Die Theme  

진주만 Tennessee

분노의 역류 Fighting 17th

캐리비안의 해적 Pirates of The Caribbean Medley

 

이번 공연은 <인셉션>, <인터스텔라>,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작품의 명곡들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었고, 각 부는 선곡과 구성이 철저히 설계되어 있었다. 1부는 다양한 악기와 긴장감을 강조하는 곡들로 시작해 관객을 빠르게 몰입시켰고, 2부에서는 한스 짐머의 시그니처인 웅장함과 거대한 스케일을 극대화한 곡들이 이어졌다.

 

덕분에, 평소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가던 멜로디들이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며 빠르게 몰입하여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 플로우는 오케스트라 공연 안에서도 최대한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인터스텔라>의 "First Step"은 마치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감각을 안겨줬다. 영화 속 긴 호흡과 다르게 공연에서는 짧지만 강렬하게 기승전결이 흐르며 새로운 해석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바꾸려고 했던 시간 여행자의 간절함과 급박함보다는 멜로디를 따라가면서 잔잔하게 우주 여행하는 듯한 느낌에 더 가까웠달까.

 

 

김재원 지휘자 사진.jpg

 

 

이어지는 <탑건: 매버릭>의 "Main Theme”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일렉 기타가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며 메탈릭 사운드로 영화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고, 공연의 분위기를 확 뒤바꿨다. 전통 오케스트라에서는 나올 수 없는 메탈 사운드가 합쳐질 때의 짜릿함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쇠 맛’ 음악이 대세인 요즘, 아주 트렌디하게 다가왔던 연주였다.

 

<다크 나이트> 테마곡에서는 단순히 영화 음악이 아니라 한 편의 교향곡처럼 느껴졌다. 강렬한 비트와 어두운 감성이 충돌하며 긴장과 해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의 조화는 입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고, 이러한 섬세한 연주 덕분에 한스 짐머의 음악이 가진 감정의 폭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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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적인 측면에서도 무척 인상 깊었다.

 

‘청음’이 주요한 공연의 골자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연출보다는 감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몰입도를 높이는 게 중요했는데, 이러한 연출을 위해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글래디에이터> 테마곡이 연주될 때는 로마 제국 검투사의 모습을 더욱 생동감 있게 그려낼 수 있도록, 황금색 클래식 문양이 빔프로젝터 통해 무대 양옆에 투사 되었고, <007 노 타임 투 다이> 테마곡에서는 클라이맥스에서 조명 조도를 낮춰 어두운 긴장감을 연출하며 흰 핀 조명이 빠르게 움직여 스릴 넘치는 007의 분위기를 매우 잘 표현하였다.

 

앙코르곡으로 나온 <캐리비안의 해적> OST에서는 선박을 조종하는 조타 장치 ‘타륜’을 관객석에 투사하여 마치 이 공연장에 있는 모두가 한 배를 탄 듯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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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한스 짐머 음악의 웅장함, 긴장감, 그리고 감정의 섬세함까지 오케스트라를 통해 한층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이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재현되는 경험을 했다. "음악이 영화의 연장선일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서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지" 실감하게 만드는 무대였다.

 

정말로, 공연을 보는 내내 웅장함, 압도, 긴장감, 급박함 등의 키워드가 머리 위를 동동 떠다니며, ‘나야, 한스짐머’를 외치고 증명하는 듯했다.


영화 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혹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어,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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