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 하나의 웹툰이 아날로그 매거진으로 – 매거진 조이 Vol.1: 집이 없어

단 하나의 작품, 오직 한 명의 작가, 오로지 팬만을 위한 웹툰 전문 매거진
글 입력 2024.11.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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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스타그램에서 약 10개 이상의 매거진 계정이 나에게 정보를 전해주고 사라졌다. 오늘의 이슈, 음악 추천, 갈 만한 빈티지샵 추천, 느낌 좋은 패션을 뽐내는 아티스트 소개, 조용한 카페 추천 등..이 당장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할 수 있는 매거진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화면’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그 정보를 눈으로 흡수하며 빠른 습득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업로드 시간 차에 따라 스크롤을 대기 중인 유사한 콘텐츠들도 많긴 하지만.


디지털 매거진에 익숙해진 요즘, 반대로 아날로그 방식의 실물 매거진이 그립기도 하다. 종이 질감과 잉크 냄새를 느끼는 동시에 오른쪽 손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길 준비하는 생생한 감각. 그리고 소장 가치가 존재하며, 그림을 그리든 종이를 접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입체적 소비까지. 디지털 매거진이 대체할 수 없는 요소들에 이끌려 가끔 실물 매거진을 구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션, 음악, 공간 등 취향에 맞는 매거진만 살펴보던 어느 날, ‘매거진 조이(magazine JOY)’라는 ‘웹툰’ 매거진 발행 소식을 접했다. 사실 웹툰을 즐겨보지 않지만 ‘국내 최초 웹툰 전문 매거진’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단 하나의 작품, 오직 한 명의 작가, 오로지 팬만을 위한’ 슬로건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 내 손으로 실물 매거진이 도착했다.

 

 

[다산북스]매거진조이_집이없어_표지(평면).jpg

 

매거진 조이의 첫 번째 주인공은 와난 작가의 ‘집이 없어’로, 원작 속 명장면과 메이킹 스토리, 작가가 전하는 비하인드까지 구성이 꽉 차 있었다. 이 작품의 팬이라면 무조건 소장할 수밖에 없는 알짜배기 콘텐츠랄까. 무엇보다 웹툰 특성상 디지털 세상에만 머물러 있던 이야기들이 화면을 벗어나 종이 세상으로 재탄생한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매거진 조이를 실물로 만나고 한 페이지씩 넘기는 순간, 어김없이 뽀득뽀득한 종이 질감과 함께 특유의 잉크 냄새가 번졌다. 특히 책날개 부분에 캐릭터들의 모습이 담긴 네 컷 사진을 절취선으로 넣음으로써 뜻밖의 굿즈 선물을 얻은 듯한 기분까지 선사했다.


매거진 조이의 시작을 함께한 웹툰 ‘집이 없어’는 각자의 사정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명장면들이 담겨 있어 웹툰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 읽기에 수월했는데, 어째 왼쪽 엄지와 검지 사이로 종잇장이 쌓여 갈수록 마음은 점점 쓰라렸다. 편안하게 머물러야 할 따듯한 집이 그들에겐 없었으며,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안정감은 그들의 감정 사전에서 부재하고 있었다.


가족에 관한 각자의 사정,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삶의 균열을 만들어냈고, 그 틈 안에는 고통과 불행으로 메워져 있었다. ‘그래도 웹툰이니 어느 순간 기적이 일어나 모든 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무슨, 새로운 갈등이 피어나고 인물들의 상처가 더 깊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매거진 조이 앞부분에는 ‘집이 없어’ 속 캐릭터들을 차근차근 탐구하며 내면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고해준의 하루 일과와 엄마와의 행복한 추억, 백은영의 최대 관심사, 김마리가 꿈꾸는 기숙사 생활 등 캐릭터들이 적어놓은 힌트를 하나씩 주워 담으며 사건에 적용하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그렇게 모든 캐릭터와의 내면 대화가 이루어진 뒤, 후반부부터 ‘집이 없어’ 컨퍼런스에 참가한 듯한 7인의 심도 있는 리뷰가 펼쳐졌다. 불행, 사람, 성장, 우정, 연대, 집.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겪고 충돌하기도 하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 단어들을, 캐릭터 상황과 우리의 현실에 투영하며 7가지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끝내 변한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그 끝을 함께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얻기 어렵기 때문에 선물 같은 서로의 손을 잡고 튼튼한 집을 짓는 그 순간을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납작하게 눌려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2차원의 윷놀이판이 아니라,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 그대로 담긴 한 채의 집 같은 3차원의 우리들을. 이 아이들에게는 가능성이 있다.


박사 칼럼니스트의 리뷰 中

 

 

인물 간의 복잡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이내 마음이 엉키다가도, 성장과 화해의 모습에 흐뭇함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매거진 조이의 마지막 코너에 다다랐다. 같은 모습의 캐릭터를 찾는 단순한 게임부터 사건 순서 나열하기, 팬심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는 전국연합덕력평가까지. 지식과 집중을 요하는 콘텐츠들을 직접 연필로 체크해 가며 끝까지 여운을 즐길 수 있었다.


콘텐츠를 즐기는데 순서는 없지만, ‘집이 없어’를 감상한 경험이 있는 팬들에게 매거진 조이는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도서라는 건 확실하다. 혹시 스토리를 잘 모르거나 웹툰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도 매거진 조이를 먼저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방대한 양의 스토리를 농축한 이 도서를 읽으면서 캐릭터와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되고, 결국 원작을 찾게 되는 본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핸드폰 속 작은 화면으로 여러 매거진의 소식들을 쉴 새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겉핥기 식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또한 몇 장의 이미지만으로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어 스스로 생각의 단계가 줄고 있다는 느낌도 받곤 했다.


그런 시점에 매거진 조이를 읽으면서 한 작품에 대해 일관성 있고 깊이 있는 시선을 오랜만에 가져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이 없어’라는 콘텐츠를 새로 발굴하며, 잠시 잊고 있던 성장통에 찌릿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매거진 조이 창간호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양질의 웹툰을 전하면서, 한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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