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각자의 감상을 모으면 모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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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다. 영화 감상, 독서, 산책, 커피 내려 마시기 그리고 지금은 사이가 좀 멀어진 글쓰기까지. 대개 혼자서 하고, 혼자서 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내성적인 성향이 취미에도 일관되게 반영된 결과다. 특히 영화의 경우, 대부분 혼자 보고, 혼자 생각을 정리해 왔다. 아무래도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영화 모임을 신청한 건 대단히 충동적이면서도 변칙적인 행동이었다.
영화를 보고 타인과 감상을 나눈다는 것은 영화를 더 다방면으로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그다지 전문적으로 보지도 못할뿐더러 영화를 많이 봐오지도, 시네필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도 기껏 간 영화 모임에 가서 뻔한 소리만 하고 있진 않을지, 무지함이 탄로 나진 않을지 걱정됐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20대가 꺾여가면서 편안함에 안주하기를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때론 본능적으로 도전을 꺼리고 다시 편안한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도전하고자 마음을 다잡는다.
오프라인 영화 모임도 그 연장선상에서 한 일종의 도전이었다.
함께 나눈 영화, 영화관
모임을 통해 총 4편의 영화를 보고 나누었다. 빔 벤더스 감독의 <퍼팩트 데이즈>,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더 원더스>, 오정민 감독의 <장손>,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의 황혼>까지. 이렇게 나열해 보니 4편이지만 국내외, 동서양, 고전/현대영화 등 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감상했다.
어떤 영화는 재밌어서 긴 시간 감상을 나누기도 했지만, 그에 반해 어떤 영화는 도통 이해가 안 되고 감흥도 없어 금세 이야깃거리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매번 나에게 맞는 영화만 보겠는가? 웃기지만 이마저도 영화 모임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서 언급한 4편의 영화를 각기 다른 4곳의 영화관에서 감상했다. <퍼팩트 데이즈>는 CGV, <더 원더스>는 에무시네마, <장손>은 아트나인, <동경의 황혼>은 아트하우스 모모였다. 보통이라면 자주 가는 극장만을 가기 마련인데, 영화 모임 덕분에 이번에는 다양한 극장, 특히 여러 독립예술 극장을 방문하는 기회가 되었다. 멀티플렉스는 자주 가서 그런지 편안하지만 새롭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독립예술 극장은 각 극장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서 그런지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하기론 첫 모임 때 각 영화를 다른 극장에서 보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덕분에 이전에는 가보지 못한 다양한 극장까지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변화, 도전
4개월 동안의 모임 동안 나에게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가장 크게는 회사 인턴생활이 끝나고 백수가 되었다. 몸은 편안하지만 마음은 마냥 그렇지 않다.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을 거라 마음 먹었기에, 나는 또다른 도전과 두려움,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너무 걱정하지는 않기로 한다. 지레 걱정했던 영화 모임에서도 좋은 사람, 좋은 영화, 좋은 공간을 통해 경험과 지식을 쌓았던 것처럼, 도전과 새로움이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믿고 나아가고자 한다.
아 참! 그리고 앞으론 영화를 더욱 사랑해야지.
[박도훈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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