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없이 빛날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아 [사람]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글 입력 2024.11.07 13:1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쪽지.png

 

 

내 글들은 모두 나를 향한 것들이어서 몇 명이 봐줄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래도 혹시 내 글을 통해 나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몇 마디 남기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나의 말을 기록한 것들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해서. 그동안 적었던 글들은 모두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감정들만이 묻어있기에 다른 누군가가 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뿐더러 누군가 볼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제 기록을 읽고, 또 공감하고, 같은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가시는 모습들이 간혹 보여, 저 혼자 스스로에게만 주억거렸던 위로의 말들을 혹여 이번에도 누군가 우연히 마주하게 될까 싶어, 그이에게 따뜻한 빛 한 줄기 마음에 실어줄 수 있을지 작게 기대하며 글을 적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에요. 그리고 어떠한 경로들을 통해서 가끔 제 글들을 읽고 가시는 분들도 고등학교 3학년, 혹은 수험생이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6모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글을 쓰셨던 분, 수시 원서를 어디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적어두신 분 등등. 흔적이 남겨지면 대체 내 글을 왜 읽고 가셨을까 궁금해 그 흔적을 타고 들어갔었고 그 흔적을 통해 우리가 같은 마음들을 지닌 모습으로 삶에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쓸쓸했던 것은, '유서 1'이라는 글에 유독 많은 흔적이 묻어있다는 것이었지요. 어떤 굴곡을 따라 제 글까지 도착하셨든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찰나의 마음들은 모두 같았을 것입니다. 그 생각에 머물자 저는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 슬펐습니다.


저는 수시를 위해 생활해 왔지만 결국은 수능 준비도 병행하고 있어요. 목요일에는 가장 얕잡아보고 지원한 대학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공부를하다가 문득 생각이나 수험번호를, 그리고 생년월일과 이름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는데, 불합격이 떠 있는 페이지를 보고는. 유려한 말로 그때 그 순간을 포장하고 싶으나 그때 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사실 요즘 계속 그래요, 스스로를 부정하고 몰아붙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더 이상 저 자신에게 어떤 감정도 쉬이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위에서 신물이 울컥하고 올라오듯 잠깐 급격한 분노와 슬픔을 느끼다 보면 그뿐, 내 스스로가 무엇에 화가 났고 왜 살고 싶지 않았는지 곱씹는 일이 쉽지 않아요. 내가 고장 났다는 것을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나를 방치하는 것도 결국 나뿐인 생활을 근 일 년 동안 살아왔네요.


타인에게 위로의 말들을 건네고 싶어 지금 이 글을 쓴다고 했지만, 그 마음은 제 고장을 온전히 극복한 것에서 온 것은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아직도 고장 난 상태예요. 그래서 혹시 누군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래서 이런 나를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걸어갈 용기가 생기신다면 저는 그것으로 제 내부 속 덜그럭거리는 못 하나쯤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누구나 알고 누구나 긍정하는 말이나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요즘이죠.


저도 아직 대학 하나에 세상이 무너진 듯 굴고, 문제 하나 더 맞춘 것에 우쭐해하다 등급 컷을 보고 다시 좌절하고. 그런 아직은 작고 초라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요. 우리는 모두 희망을, 그리고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에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꿈이 없는 세대, 쉽게 살아가려는 세대, 열정이 없는 세대라는 수식어를 우리에게 붙이는 시대를 살아가지만, 저는 그 속에서 너무나 빛나는 우리의 모습들 목격했고 또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를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유일한 방어기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속에 요동치는, 날개를 펄럭이는 그 꿈들을 입 밖으로 내딛게 하는 순간 우리의 꿈들은 너무 많은 화살에 찔려버리고. 이내 다시 마음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가 그대로 굳어 죽어버립니다. 그렇게 현재가 아닌 하나의 찰나를 기념하는 조각상이 되어버리는 일이 허다하지요. 우리 마음에는 그렇게 생겨버린 너무 많은 죽은 꿈들이, 시간이 지나 하나둘씩 부서져 더는 그 모양을 알아볼 수 없게, 내 마음의 비옥한 땅과 하늘을 뒤덮어버리고 맙니다. 화살을 쏜 이들이 당신에겐 날개 달린 꿈이 없다고 나무랄 때, 이미 탁한 가루로 뒤덮여버린 당신의 마음을 당신은 찬찬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시는 꿈을 입 밖으로 내딛지 못하게 하겠노라 이를 악물지요.


폐허가 된 마음속에서도 날개를 펄럭이던 꿈은 세상으로 발 내딛으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꿈을 위해 입을 닫습니다. 꿈은 굳게 다물어진 입을 어찌하지 못해 한참 입안을 서성입니다. 잘게 부서진 꿈들로 인한 먼지를 들이마시며, 당신의 꿈은 주저앉아 날개를 접고, 마냥 앉아 입으로 향하는 문을 바라봅니다. 화살이 빗발치는 세상으로부터 살아가는 이유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오히려 그 이유를 갉아먹는 모습들을 볼 때면 나는 그것을 마냥 나쁘다고 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못합니다.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화살을 쏜 세상이기도, 또 날개 접고 앉아 있는 꿈을 잉태한 이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한 가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 지켜낸 꿈이 굶어 죽지 않도록 가끔은 입을 벌려주자는 것, 그리고 그새를 틈타 기어코 들어온 화살들이 당신의 꿈에 생채기를 냈을 때 연고를 발라주자는 것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내게 좋은 것을 쉬이 주지 않는 세상이라면,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오래오래 지키자는 것. 그래서 일단 나를 먼저, 내가 잉태한 것들을 먼저 지키자는 말을 나는 당신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꼭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화살의 세상보다 날개 접고 앉아 있는 꿈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러니 당신을 먼저 생각하고 당신 스스로를 당신이 치유하라고. 그런 소박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 이 긴 서론을 적고 이 말까지 적습니다. 저도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하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을 중히 여기는 이에게는 세상의 화살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채기에 스스로 연고 바를 줄 아는 것, 저는 그것만큼 큰 능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어기제는 일시적일 뿐, 진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를 치유해야 합니다.


영양가 없는 글이라 누군가는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두서없어도 하고 싶었던 말을 하니 후련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번 달 제 달력에 적었던 말들을 남깁니다.


'우리를 가두는 이 겨울의 끝이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우리는 우리만의 날개를 위해

그리고 함성을 위해 

이 뜨거운 혈액 속 겨울의 고난을

묵묵히 이겨내자 우리의 기쁨을 위해

헐거워진 불안을 끊어내고

나 다시 봄으로 발걸음하는 날

우리에게 있어

그리고 자유와 책임감에 있어

우리는 어떤 지름길도 필요치 않았음을

나의 두 팔로 모두 버텨냈음을

축복하자고'


 


남은 삶을 살아가며, 수없이 빛나던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기를.


 

이 글은 내가 4년 전 수능 즈음에 적었던 '수없이 빛나던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기를'이라는 글이다.


고3이 되고 나서 글을 쓰는 빈도가 정말 잦았다. 아마 그만큼 내 고3이 내게 버거웠다는 방증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기계처럼 공부했는데, 누구 때문도 무엇이 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그냥 아무런 목적의식 없는 당위성의 영역으로서 공부를 대했다. 내가 살며 지겹게 쌓았던 고3 이미지에 대한 데이터들이 고2 겨울방학을 맞이한 나를 매일 압박했고 20년의 1월의 넘긴 나에게서는 '황지은'은 없고 '고3'만 있는.. 그런 상태였다. 목적의식이 없으니, 당장의 불안함과 초조함, 분한 마음들은 갈피를 못잡고 매일을 헤맸다. 어느 날은 엄마, 어느 날은 나 스스로, 어느 날은 아빠였다가 어느 날은 친구들이 그 대상이 되고. 마음이 수없이 방황하고. 그래서 나를 더 미워하고 더 이상 나를 포함한 그 누군가도 미워하는 마음조차 채워지지 못할 만큼 마음의 빈구석이 남아있지 않았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눈물이 그냥 났다. 엄마가 왜 우느냐고, 오늘 아주 힘들었느냐고 묻는데 답할 말이 없었다. 진짜 아무렇지 않았다. 사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어서.


그럴 때마다 글을 썼다. 살면서 나를 웃음 짓게 했던 것들을 그리워하고 내가 동경했던 것들을 원망했다. 내 이상주의를 비탄했고 나의 낙관과 지나친 긍정이 만들어낸 현실과의 괴리가 구역질이 난다고 적었다. 모든 글에서 이상주의를 버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가도, 다시 이상주의를 사랑했다 나는.

 

그렇게 적었던 글들을 모아둔 블로그가 있었다. 생각보다 나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종종 들려 보고 가주었는데, 대부분이 수험생이었다. 당시 나는 지금보다 더 내 이야기를 꺼내 보여주는 재주가 형편없었고, 주변 어디에 남겨본 적도 드물었기에 문득 내가 소중히 하는 사람들도 내 관념들에 대해 똑같이 생각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같이 스터디카페를 다니던 H에게 내가 쓴 글이 아닌 척, 슬쩍 내 글들을 보여줬다. H는 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기가 가졌던 생각들과 비슷하다며 자주 내 블로그를 방문했다. 그 공감이 당시 내게는 일종의 위안이었는지, 나는 그 후에도 종종 H에게 내 글이 아닌 척 내 글을 보여주었다. H랑은 정말 많은 걸 함께 했다. 수시 XX대 1차도 같이 떨어져서 고래고래 욕하다 침울해져서 떡볶이 먹고, 일 년 내내 같이 공부하러 다니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고 자극하고 자극 주고. 하도 투닥대던 사이라 말은 안 했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품고 살았다.

 

그러다 12월이 성큼 다가왔다. 수능이 일주일이 채 안 남았었는데 나는 겁도 없이 블로그에 들어가 키보드를 두드렸다. H에게 수능 잘 보라고, 너 잘할 거라고 잘해왔다고 응원해 주고 싶었는데 선뜻 말로 발화할 용기가 나지 않아 무작정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일 년을 수험생으로 보내며 내가 가졌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내 자아실현의 고난, 그리고 우리 모두가 느꼈을 법한 뭉근한 회의감은 정돈된 말들로 내두르지 않아도 잘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능이라는 단어를 보다가 문득 11월의 달력에 적어둔 이 달의 다짐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수능이라는 말이, 왜인지 줄임말 같다는 생각이 들더랬다. 수없이 빛나던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기를. 수험 생활을 보내던 나와 너, 그리고 H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사회가 '대학 졸업장 쪼가리'라고 우습게 여기는 그 증명서를 4년 전 나는 얼마나 간절히 나의 영혼까지 바쳐가며 원했는지 떠올린다. 스무 살 1월의 나는 명백한 실패자였다. 수시는 다 떨어지고 2월까지 교무실에 기어나가 선생님들을 귀찮게 하는. 원하는 걸 모두 잃은 사람.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시체처럼 꿈이 모두 흘러 나간 스물의 영혼과 그 싱그러움은 비쩍 곯아 볼품없었다. 만약 열아홉의 나에게 대학이 전부가 아니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서슬 퍼렇게 굽어 있던 시간을 견디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그때 한 번 죽었기에 지금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지금의 내가 너무 좋고, 너무도 여전하게 내가 '나'로 오래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지금에야 우습게 들리겠지만, 대학 진짜 별거 아니에요. 당신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고 싶은지가 중요할 뿐.


나도 여전히 비스듬한 청춘 안에서 살아가고 젊음을 자주 낭비한다. 숱하게 젊음을 낭비하다, 또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보기도 하면서 당신만의 낭만과 젊음을 꼭 찾아내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아내고 또 찾아낼 당신의 다채로운 꿈을 잘 지켜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모두 할 수 있을 거다! 볼품없던 나도 곧은 어른이 되어가려고 마음먹었으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의 삶에서도, 수없이 빛날 당신의 능력들과 노력의 순간들을 의심하지 말아. 나는 모든 당신을 응원해.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황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5.01.1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